철도공사는 오는 10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수서발 KTX 운영회사 출자를 결의한다는 계획이다. 철도노조는 임시이사회 저지를 위해 9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으며, 이사회가 열리는 10일에는 시민사회 및 야당과 임시이사 저지를 위해 나선다는 계획이다. 철도공사 임시이사회 개최 여부가 철도 민영화 사태의 분수령이 된 셈이다.
[출처: 철도노조] |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민영화 수순”VS“민영화 원천 봉쇄”
현재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설립이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냐의 여부다.
그동안 철도민영화 논란에 시달려 온 철도공사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사흘 앞둔 지난 5일, 언론을 통해 민영화 논란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수서발 KTX 운영회사에 민간 자본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동안 노조와 시민사회 등은 공공자금 참여가 부진할 경우 민간자본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공사는 공공자금 참여가 부족할 경우, 정부 운영기금을 투입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출자 회사의 주식 양도, 매매의 대상 역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으로 한정하고 이를 정관에 명시해 민영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울러 공사는 당초 코레일 30%, 공공자금 70%였던 출자지분도, 코레일 41%, 공공자금 59%로 확정했다.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참석 주주 2/3이상의 찬성을 얻어내야 하는 만큼, 코레일의 지분을 늘려 민영화 수순을 위한 정관 변경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코레일의 이 같은 민영화 차단 장치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원천 봉쇄’라는 말이 무색하게, 법적인 부분에서부터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철도공사가 지난 8월 S법무법인에 의뢰를 한 결과, 공사의 민간매각 방지대책이 위법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이 법무법인은 해당 규정들이 무효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어 민간 매각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S법무법인은 “당해 규정들이 무효로 해석 될 경우 당해 규정들은 귀 공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공공투자자들이 자신의 지분을 제3자에게 자유로이 매각하는 것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인허가 규제방안도 정부기관이 부여한 부담이 위법,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철도공사가 의뢰한 또 다른 D법무법인 역시 “민간매각방지방안 중 일부는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민간매각방지방안 만으로는 본건 회사 발행주식의 민간보유 자체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철도공사 역시 법무법인의 의뢰를 통해, 민영화 방지방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코레일이 41%의 지분을 확보해, 함부로 정관개정을 할 수 없게 하는 장치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철도노조는 “정관에 민간매각 방지대책을 두어도 철도공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정관을 변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철도공사 경영진 임기가 끝난 뒤에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인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될 지는 미지수여서 이사회에 따른 정관 변경의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는 셈이다.
철도공사, ‘경영악화, 안전성 저하, 비효율 발생’ 알고서도 강행
10일 열리는 철도공사 임시이사회에서 수서발 KTX 분리 민영화가 결정될 경우, 철도공사가 향후 막대한 손해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용산)발 KTX 노선 이용자들의 상당수를 수서발 KTX 운영회사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철도공사는 연간 4천 6백 여 억원에 이르는 수입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수서발 KTX가 개통되면, 하루 4만 4천 여 명의 철도공사 이용객이 수서발 KTX로 이동할 것으로 추산돼 1년에 4천 6백 여 억 원의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철도공사의 적자 규모도 확대될 우려가 있다. 철도공사의 부채는 2012년 말을 기준으로 14조원에 달한다. 공공기관 중 8번째로 부채가 많은 공기업으로 꼽힌다. 게다가 철도공사는 최근 25% 지분을 출자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실패하면서, 부채 비율이 422.9%에 달해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박수현 의원은 “수서발 KTX를 국토부 계획대로 철도공사 운영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면 현재 연 평균 5천 6백 억 원에 이르는 철도공사의 영업적자가 연간 1조 2백 억 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손해 또한 철도공사가 올 초부터 인지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철도공사가 지난 4월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제2공사 등 설립시 중복투자에 따른 국가재정 낭비”로 비효율이 발생된다고 지적하며 “제2 공사 등 설립비 약 3~4천 억 원 추정, 국내 협소한 철도시장 분할시 인력과 자원이 중복돼 산업전체의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철도공사는 제2공사가 설립될 경우 철도산업 경영악화와 안전성이 저하되며, 경쟁효과는 없을 뿐 더러 상호간 수요 간섭 없는 지역별 독점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를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오던 철도공사가 국토부 압력에 굴복해 하루아침에 말을 뒤집고 국토부의 이중대로 전락했다”며 “무엇이 급하다고 사회적 논의를 거부하고, 일방통행식 졸속적인 이사회 일정을 강행하려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922개 시민사회단체는 10일 열리는 철도공사 임시이사회를 저지하기 위해 항의 방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 날 1,500여 개의 노동,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등은 수서발 KTX 운영회사 출자 결의 중단을 위한 2차 원탁회의를 개최한다.
이들은 “한국철도 대재앙의 시발점인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며 “2차 원탁회의야 말로 이 나라의 모든 양심들이 모여 거꾸로 되돌아가는 역사, 불의가 판을 치는 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