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세 번째 자살 시도...대안 필요

생사 오가는데 경찰은 가족과 구급대원 출입도 제지

13일 오전 11시께 단장면 동화전마을 96번 공사현장 앞에서 농성중이던 주민 권 모 씨(54)가 수면제 50알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으나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는 상동면 도곡리 주민 고 유한숙 씨(74)가 사망하고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로 한국전력과 정부의 송전탑 공사 강행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사건이다.

  권씨가 자살을 기도한 단장면 동화전마을 96번 송전탑 공사 현장 바로 아래 있는 주민 농성장 [출처: 용석록 기자]

자살을 시도한 권씨의 남편에 의하면 사고 당일 권씨는 단장면 96번 송전탑 공사장과 붙어 있는 농성장에 가는 도중 경찰로부터 ‘주민증 제시’를 요구 받았다. 권씨는 주민임을 알면서도 주민증 제시를 요구하는 경찰과 다투고 농성장에 도착했으나 경찰은 카메라로 권씨를 계속 채증했다. 권씨는 오후 2시께 농성장에 유서를 써 놓고 평소 처방 받아온 수면제 50~60알 정도를 소주와 함께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다.

권씨는 약을 먹고 남편에게 전화해 “수면제를 먹었다”고 알렸고 권씨의 남편 B씨는 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에 연락하고 동네 주민과 96번 현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경찰은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B씨에게 신분증을 요구했고 B씨는 권씨의 남편임을 이야기 했으나 바로 출입하지 못했다. B씨는 현장으로 가기까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신분증을 다시 가져가 경찰에게 제시하는 데 두 시간 가량 지체됐다. 아내가 걱정돼 항의하는 B씨에게 경찰은 권씨가 술만 마셨고 약은 먹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대책위 사무실에 있던 이계삼 사무국장과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 이광영 소장과 2명의 조사관은 B씨의 연락을 받고 119에 신고한 뒤 2시 50분께 산 진입로에 도착했다. 119 구급대원은 현장에 올라가려 했으나 경찰은 산소호흡기를 든 구급대원 2명만 보냈다. 들것으로 긴급 후송을 위해 올라가려던 구급대원 2명은 경찰이 ‘약을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과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B씨(권씨의 남편)는 “아내가 있던 농성장에 약봉지가 흩어져 있고 번개탄과 유서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B씨는 “사고 이후 제일 먼저 농성장 문을 따고 들어간 경찰이 이를 못 보았을 리 없다”며 밀양경찰서장과 경찰에 대해 조사해 줄 것을 국가인권위에 요청했다.

병원으로 후송된 권씨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밀양경찰서는 14일 오전 전화통화에서 위 사건에 대해 “사실 관계를 조사중이며 정리되면 당시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했다.

  동화전 마을 96번 송전탑 공사현장 산 아래 진입로에서도 경찰과 주민 마찰이 계속돼 왔다 [출처: 용석록 기자]

한전이 96번 송전탑 공사 강행을 위해 농성장(황토방)을 열쇠로 걸어 잠그고 옆에 있던 또 다른 천막 철거를 지켜봤던 권씨는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산에서 비를 맞으며 이틀 밤을 보내기도 했고, 산 아래쪽 진입로에서 경찰과 부딪치는 과정에 경찰 폭행에 대해 고소하기도 했었다.

밀양경찰서장과 경찰은 본지(울산저널)와 마주쳤을 때마다 경찰이 공사 현장에 와 있는 이유에 대해 “주민 안전을 위해서”라고 답했으나 주민은 하나같이 “경찰은 주민 안전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한전 공사를 돕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송전탑반대대책위는 권씨의 사고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권과 언론, 종교인들에게 밀양 문제를 푸는데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대책위는 주민들이 연달아 자살 시도를 함에 따라 집단도미노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가 우려하고 있다.

한전과 밀양 주민들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경찰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짚어야 할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행동이 바로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 사이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자살을 시도했다.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는 9년 동안 주민들 반대에 부딪쳐 13차례 공사가 중단되고 거듭되길 반복했다. 지난 10월터는 경찰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대부분 고령인 주민들은 극도로 지쳐가고 있다. 경찰에게 가로막혀 공사장 출입을 못하는 상태라 싸움은 한전보다 경찰과 붙고 경찰은 채증을 통해 공무집행방해로 주민들 소환을 계속 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과 경찰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10월부터 80명 가까이 병원으로 후송됐고 확인되지 않은 부상자는 더 많다.

지난 6월에 보건의료연합 소속 의료인들이 밀양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 진단을 한 결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이 69.6%로 조사됐다. 주민들은 심한 우울증 17.7%, 매우 심한 불안증 30.4%, 매우 심한 공포증 29.1%로 나왔다. 주민들은 공사 현장에 자재를 실어 나르는 헬기 소리만 들어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한편, 지난 6일 사망한 상동면 주민 고 유한숙 씨 유족들은 한전이 공사를 중단할 때까지 장례를 치루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영남루 맞은 편에 시민분향소를 차렸다. 이곳에서도 분향소를 차리는 도중 주민과 경찰은 계속 충돌했으며 주민 5명이 부상당했다.
덧붙이는 말

용석록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대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

송전탑 , 밀양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용석록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