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탈 임박한 김명환 위원장 “구속돼도 철도 민영화 저지투쟁 계속한다”

[인터뷰] 철도파업 11일째 “국민적 지지받는 투쟁, 여한이 없다”

철도노조의 파업 돌입 8일 째인 지난 16일,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10명에게 체포영장이 청구됐다. 지도부는 손, 발이 묶인 채 수배생활에 들어갔고, 경찰은 압수수색 및 추가 체포영장 발부 등을 이어가며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파업참가 조합원 8천 여 명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도 이어졌다. 정부기관과 총리, 여당,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등장해 ‘철도노조 파업은 불법파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은 들끓었다. 정부의 대대적인 강공책이 이어질수록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묵직해진 여론을 업고, 철도노동자들의 파업 기간은 두 자릿수에 접어들었다. 조합원들의 파업대오는 늘어났으며, 결국 국토부는 조합원 파업참가율 통계 발표를 포기했다.

파업 11일 째인 19일. 약 1만 여 명에 달하는 전국의 파업 참가 조합원들이 서울 상경투쟁을 벌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철도노조 조합원뿐 아니라 노동계와 시민단체, 대학생, 자발적 시민들도 서울시청 광장으로 집결한다. 이제 ‘철도 민영화 저지’라는 사회적 공감대는 여론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철도노조 역사상 최장기간 파업 기록을 갈아치우며, 여론의 지지까지 등에 업은 철도노조는 매우 고무적인 분위에 달떠있다. 18일 오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의 얼굴에도 피곤함 보다는 활기가 넘쳤다. 수배생활로 인한 갑갑함이나 지도부 부재에 대한 걱정보다는 ‘너무나도 자랑스럽다’는 말을 연신 강조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11일간의 민영화 저지 파업. 그 동력과 향후 대책에 관해 김명환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철도민영화 저지는 조합원들의 신념, 멈출 수 없다”

파업이 10일을 넘겼다. 파업 대오의 상황과 조합원들 분위기는 어떤가

- 만약 단순히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을 요구하며 파업한다면, (정부에서) 이 정도 세게 들어올 경우 그만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파업을 해서라도 철도민영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조합원들의 신념이다. 최소한 몇 십 년 ‘철도’라는 공공시스템에서 노동자로 일 해온 사람들이다. 만약 민영화되면 조합원들 자부심이 완전 없어진다. 단순히 돈벌이 하는 사람으로 전락하는 거다. 조합원 자기 신념에 기반한 파업인 만큼 파업 대오의 균열은 없다.

분명 철도 민영화도 조합원들의 노동조건과 상관이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이익이 되는 임금 인상 등의 투쟁과는 성격이 다르다. 조합원들이 이렇게 결집하게 된 동력은 뭔가

- 우리가 민주노조를 세우고 나서 10여 년간 철도민영화 저지 투쟁을 했고 많은 희생이 있었다. 그런데 조직이 살아남는 과정에서도 다른 공공부문의 민영화 과정과 희생이 보였다. 지금 투쟁의 과정 속에서도 계속 확인하고 있다. 이번 싸움 쉽지 않다.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질기게 하지 않으면 다른 공공부문 민영화 과정처럼 돼 버린다. 대표적인 곳이 KT다. 조합원들은 KT 민영화 과정을 다 봤고. 그 심각한 문제를 안다. 조합원들은 지금 싸우면서도 우리의 미래를 보고 있다. 먼저 민영화된 사례를 보고 있으면 자기 확신이 든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다.

이명박 정권 들어 투쟁 사업장들이 족족 파괴됐다. ‘노조파괴 시나리오’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정권의 강공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조파괴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 두려움이 왜 없겠나. 사실 조합원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참 힘들다. 투쟁의지가 높은 조합원들이 있는 반면, 투쟁의지가 약한 조합원들도 있다. 그래서 이번 파업 들어가기 전에 모토를 ‘같이 갔다가 같이 오자’라고 정했다. 같이 갔다가 같이 오지 못할 경우 서로에게 상처가 남는다. 정권과 사측은 이 틈새를 노린다. 그래서 투쟁의지가 높은 대오와 낮은 대오를 서로 당기고 밀어주며 조절하는 것이 지도부의 지도력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정말 그러한 시간(노조 파괴)이 온다고 하면 내 체면 다 버리고 조직화에 나설 각오가 돼 있다.

회사와 정권이 노조파괴를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있나

- 파업 들어가 전에 확인했다. 국토부와 사측이 ‘언제 한번 손 본다’고 말해 왔고 알고 시작한 일이다. 그래서 예상되는 탄압에 대해 준비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했다. 직위해제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래도 설마 8천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을 단시간 내에 직위해제 할까, 반신반의 하기는 했다. 하지만 우리는 차분했다. 대신 사회가 요동쳤다. 저들의 실수라고 본다. 탄압을 만난 주체는 평정심을 갖는 반면 사회적으로 문제의식이 빠르게 확산된 것은 저들의 패배다. 과거 어용노도 시절에 일했던 간부들을 중심으로 노조가 있고, 본사 관리자들을 중심으로 한 노조도 있다. 하지만 대세의 영향을 주지는 못할 거다. 우리는 대중을 믿고 그 흐름 속에서 투쟁전술과 조직운영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배상태라 지도부들의 행동 반경이 자유롭지 않다. 파업 대오를 이끌기 위한 지도력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닌가

경찰이 18명에 대한 추가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의도가 있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탄탄한 지역과 탄탄한 조직의 지부장들을 친 거다. 맨 처음 중앙 지도부를 쳤는데 대오가 요동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는 그 밑의 지부장들을 쳤다. 예상은 했지만, 이것은 병기나 최루탄만 안 썼지 진압과 마찬가지다. 노조 차원에서도 급하게 조치하고 있다. 대오의 흔들림을 지금부터 다잡으라고 했다. 수배된 지부장이 있는 지역은 2선 지도부를 세웠다. 2선 지도부가 굳건하게 19일 집회 대오를 이끌 것이다.

“국민들에게 박수 받는 파업, 이제 여한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을 앞두고도 정부가 파업 사태 해결에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강경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이런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 이명박 정권 때부터 ‘밀리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특히 박근혜 정권의 경우 노조에 대한 적대감의 발로가 이렇게 표현되는 듯하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지 적대감을 갖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요구가 무시되고, 철도민영화 사안을 엉뚱한 담론으로 가져가려는 것 같아서 위험하다. 철도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이야기에도 국민들이 미심쩍어 하는데 왜 기습적으로 처리하나.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중단할 수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공사와 국토부가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을 위한 이사회 결의부터 면허증 발급까지, 짧은 시간 안에 분할 민영화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속도전을 예상 했나

- 11월 초 철도공사와의 교섭에서 사측은 12월 26일에 마지막 정기 이사회를 한 번 연다고 공식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2주가 당겨졌다. 또한 공사는 면허권 발급은 2주 내로 할 수 있다고 했지만, 10일 만에 해치우려고 한다. 이건 어거지다. 정말 웃긴 것은 국민 세금으로 14조 5천 억 원에 달하는 철도의 공공인프라가 건설됐다. 그런데 이를 운영하는 주식회사의 초기 자본금이 4천 억 원이라고 했다가, 혈세낭비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자본금 8백 억 원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나서 공사는 주식회사 설립을 위해 단 돈 50억 원을 출자했다. 이 주식회사가 면허권까지 먹어버리면 그야말로 알박기다. 8백 억 짜리 회사가 14조 5천 억 원의 공공인프라 운영권을 갖는 게 말이 되나.

그래서 우리는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나머지 자금을 공적자금으로 채울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수익률이 높아질 경우 민간자본이 가만히 있겠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헌법소원이라도 걸면 100% 뚫린다. 나중에 공기업화도 불가능하다. FTA 때문에 미국 자본이 1달러라도 들어오면 역진이 불가능하다. 그 일들이 벌어질 거다. 대통령은 민영화가 아니라는데 왜 이리 의심이 많냐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의심하는 게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것이냐. 그렇지 않다. 우리의 의심은 합리적이다. 그것을 풀자고 대화와 교섭, 사회적 논의기구를 요구하는 것 아닌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철도산업발전을 위한 소위원회 구성과 민영화 반대 법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17일 국토위 전체회의가 파행을 맞았다. 어떻게 평가하나

- 수서발 KTX는 2016년에 개통한다. 아직 2년이 남았는데 굳이 이사회 결의 10일 만에 면허권을 줄 이유가 뭐 있나. 그래서 국회에도 소위를 만들든 해서 면허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도 한숨만 쉬고 있다. 국토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얼마나 전투적이지 못한가를 보여줬다. 민영화 문제는 민생문제의 핵심이고, 철도노조의 파업이 극단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국회가 이를 정치적으로 못 푼다는 것이 말이 되나. 민주당이 민영화 문제에 있어 우리와 같은 입장을 가진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민주당이 우리를 설득하기 보다는 저들을 당겨내야 하는 것 아니냐. 현재로서는 국토위 상임위가 다시 열릴 계획은 없다. 면허권 발급에 브레이크를 걸 사람이 없는 셈이다. 이제는 청와대가 사태 해결을 위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지지가 확산되고 있다. 체감하고 있나

- 철도노조가 두 자릿수 파업을 해본 적이 없다. 정권의 불법 공세가 들어온 이후 3, 4일을 넘긴 적도 없다. 그런데 이번에 최장기간 파업을 기록하고 있다. 파업대오의 신념과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화학작용을 일으킨 듯하다. 경찰이 파업 대오를 깨기 위해 초기에 체포영장을 신청하려 했지만 국민 여론이 나빠질까봐 3~4일을 넘겼다. 체감이 된다. 국민들의 힘내라는 지지를 보고 우리도 놀랐다. 이 정도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철도에 들어온 지 24년차 정도 된다. 동기와 선배들은 매번 ‘국민들한테 박수 받는 파업을 한 번만 해보면 여한이 없겠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이번에 그 여한을 풀었다. 고참 그룹이 후배들을 다잡는다. 노인네들이 다 튀어나왔다. 집회에서 만나는 형들이 ‘이런 파업해서 고맙다’고 한다. 약도 한 봉지씩 들고 다니는 노인네들이 나더러 옷 좀 두툼히 입고 다니라고 한다.

“일단은 버틴다. 구속되더라도 민영화 투쟁은 계속될 것”

철도공사는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교섭조차 열지 않고 있다. 노사 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나버렸기 때문에 출구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계획은 어떤가

-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해결하라’고 언급했을 때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요구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철도공사에서도 무언가 시그널이 올 줄 알았다. 연락해 보니 그런 신호가 없었다고 했다. 국토부에서 자르는 건지, 정부에서 강공 드라이브로 틀어쥐고 있는 것인지 우리 전화도 받지 않는다. 국토부는 최연혜 사장에게 언론 접촉도 허락을 맡아야 하고, 노조와의 대화도 안 되고, 야당의원까지 만나지 말라고 했다. 무조건 선 복귀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우리도 일단은 버텨야 한다. 13일 실무교섭이 열렸을 때 마지막 교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4일부터 버텼다.


20일 국토교통부에서 수서발 KTX 주식회사 면허권을 발급할 경우 투쟁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 보나

- 이사회 결의와 법인설립에 이어 만약 면허증까지 발급되면, 내년에 화물 분리가 시작되고, 2015년에는 적자선 분할 민영화가 시작된다. 2013년에서 2017년까지, 박근혜 정권 5년간 분할민영화를 통한 철도민영화가 완성될 계획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단순히 조직보전의 문제가 아닌, 이후 민영화에 대응하는 투쟁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투쟁의 양상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투쟁은 계속될 것이고 계속되어야만 한다. 이 투쟁을 이끄는 자리에 제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가 감옥을 가게 되더라도 다른 사람이 또 있다. 이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내년 임단협에 있어서도 민영화 문제가 또 핵심이 될 거다. 철도민영화 저지에 관한 향후 전략적 방향을 잡고 이후 지속적인 투쟁으로 이어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파업대오를 사수하고 있는 조합원들과, 철도 파업을 지지하고 있는 국민에게 한 말씀 해 달라

-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동지들과 연대해준 조직들, 철도노조 힘내라고 응원하는 국민여러분 모두 너무 감사하다. 국민들이 ‘불편해도 참겠어요’라고 응원하는 말이 너무 진정성 있게 와 닿는다. 우리도 열차 타 봐서 알지 않나. 철도에서 일하는 사람인데도 열차가 10분만 안가도 속에서 천불이 난다. 민영화 반대를 위해서라면 그 불편을 참고 지지한다고 말해주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국민들이 불편을 참겠다는 것은, 우리에게 멈춤 없이 투쟁을 전개하라는 국민적 메시지다. 어떤 방식으로든 철도민영화 투쟁을 끝까지 가져가겠다. 당장은 더딜지라도 우리 사회에 조금이나마 좋은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라면 지도부로서의 희생도 감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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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 민영화 , 철도노조 , 철도공사 , 김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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