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차에 치이고 근골격계 시달리며 주 64시간 근무해도

우정사업본부, 우정노조, 안행부 협상,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할까

지난 11월 한 달 간 세 명의 우체국 집배원이 오토바이 사고와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하면서 집배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체국 노동자들의 인력부족과 각종 사고, 장시간 노동 등은 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임에도, 정부가 오히려 인력을 축소하고 문제를 방치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우정사업본부, 우정노조는 이번 달 안으로 인력 충원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방침이지만, 인력충원을 통한 노동시간·노동강도 완화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차에 치이고 근골격계 시달리며 주 64시간 근무해도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204호 간담회실에서는 은수미 민주당 의원실의 주최로 ‘장시간, 중노동으로 인한 집배원 중대재해,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진우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이 발제자로 나섰으며, 김상우 우정사업본부 우편집배과장과 김명환 전국우정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 김효 집배원 장시간 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 선전국장, 김영철 전국우정노동조합 광주광산우체국 지부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진우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집배원 노동자들이 주당 64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저임금과 각종 산업재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전국 4개 지역(서울, 경기, 광주, 인천)의 집배원노동자 246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은 주당 평균 64.6시간을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수기에는 하루 평균 10.8시간, 폭주기에는 13.1시간, 특별기에는 15.3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인 42.7시간보다 무려 22시간을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살인적 노동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한 달 평균 임금은 254만 원에 불과하다. 기능직 집배원의 단위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체 평균의 62%에 불과하며, 상시위탁 집배원은 전체 평균의 78%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이다.

물량이 급격히 변화하는 비수기와 폭주기, 특별기 등의 시기에 따라 노동시간은 불규칙하게 변화한다. 폭주기와 특별기에는 비수기보다 최대 주 27.3시간 이상의 노동을 더 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도 심각하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조사결과,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하는 비율이 74.6%에 달했으며, 당장 치료가 필요한 비율은 43.3%였다.

뿐만 아니라 우체국 집배원들은 퀵서비스 노동자, 배달업 종사자 등보다 더 높은 교통사고 경험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진우 연구원은 “절반 이상의 집배원이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업무수행 중 오토바이 및 차량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고를 경험한 집배원이 50%를 넘을 정도로 사고가 많이 발생하지만, 사고 후 처리는 미흡하거나 집배원 부담으로 떠넘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작년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배달업 종사자의 교통사고 경험률은 35.2%이며, 2010년 근로복지공단이 조사한 퀵서비스 종사자의 교통사고 경험률은 38.7%다. 올해 노동자연구소가 조사한 우체국 집배원의 교통사고 경험률은 51%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우체국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즉각적인 인력 충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진우 연구원은 “당장 다가오는 연말과 설 특별소통기를 대비하여 즉각적인 인력충원이 필요하다”며 “즉각적인 인력충원 대책이 없다면 앞서 발생한 집배원 노동자들의 사망재해는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진우 연구원은 △택배 물량 상한선 설정 △열악한 주변 노동환경에 대한 통제 △산재 사건 공론화, 산재은폐 조장하는 경영평가제도 개혁 △블법적인 시간외노동, 무료노동 근절 등의 즉각적인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인력충원을 통한 1인당 우편물량 감축, 노동강도 완화 △집배원 노동자 전체의 노동강도 및 건강상태에 대한 실태조사 △인력충원을 위한 우정노조의 책임 있는 노력 △노동강도만 높이는 노동유연화 근절 등의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완화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정사업본부, 우정노조, 안행부 협상,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할까

현재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는 인력 충원과 산재 대책 마련 등에 공감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 그리고 안전행정부는 논의를 통해 올 연말까지 인력 충원에 대한 계획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김상우 우정사업본부 우편집배과장은 “가장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즉각적인 인력충원이다. 현재 이와 관련해 안행부와 협상을 하는데, 우리가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이런 사태가 오게 된 원인이 물량증가라는 것에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재해 관련해서도 우리가 파악한 것은 5년 동안 사망사고가 14건이고, 그중 9건이 상대방 과실이었다. 본인과실과 상관 없이 억울한 사고가 발생한 거다. 매년 집배원 종합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미흡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방안으로, 될 수 있으면 소포 우편물은 3륜차나 4륜차로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김명환 전국우정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 역시 “우정노조에서도 재작년부터 인력 충원에 우선 순위를 뒀고, 예비인력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2월 22일에는 한국노총에서 개최된 정책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집배인력 1000명 충원이 시급하다는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김명환 실장은 “우정노조는 많은 인내를 해 왔고, 우정본부와 55년 동안 상생적인 협력적 이어왔다. 반드시 파업을 하지 않고 준법투쟁만 하더라도 우정본부는 힘들 수밖에 없다”며 “12월 31일까지 3가지 핵심과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후부터는 노동3권을 갖고 있는 유일한 공무원 단체로서 노동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현재 우정노조는 △1000명 인력충원 △상시위탁 집배원의 공무원화 △토요근무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사정의 대책 마련이 실효성을 갖게 될지 여부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효 집배원 장시간 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 선전국장은 “우정노조와 우정본부가 했던 여러 협약들이 정말 많지만 잘 안지켜진다. 현장에서는 지금도 ‘연말이니까 한 번 반짝하다 말겠지’라고 말하는 동료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김명환 실장님께서 노조가 12월 31일까지 기다린다 하셨지만 현장 조합원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 기회에 우정노조도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연구원 역시 “공감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공감하는지 모르겠다. 대책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고 준비해온 ‘연말까지 요청하겠다’는 말씀만 반복하시는 것 같아 부족한 감이 있다”며 “인력충원 없이 토요근무를 없애면 결국 금요일에 다 해야 하며, 이는 비참한 삶을 유지하라는 이야기 밖에 안 된다. 물량 문제 역시 물량을 줄이려고 노력했는데 안됐다고 말하면 끝인 것 같아 공감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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