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닥치라고? 교육부 때문에 안녕 못해!”

청소년 단체들, 청소년 ‘안녕 대자보’, 표현의 자유 탄압하는 교육부 규탄

교육당국의 ‘안녕 대자보’ 탄압에 청소년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 ‘내놔라’ 운동본부 등 청소년 단체들이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교육당국을 규탄했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이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 인권 침해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교육당국은 청소년들의 ‘안녕 대자보’를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 A고등학교에서는 지난 19일, 익명으로 대자보가 붙었으나 다음날 오전 7시 경 바로 철거됐다. A고등학교 학생주임은 철거된 대자보를 찾으려 했던 학생에 대해서도 “너 의도가 뭐야” 등의 위협과 글씨를 못 썼다는 등의 인신 공격을 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인천 B중학교에서는 16일 대자보가 붙은 직후 바로 떼어졌으며 학생은 이를 다시 붙였지만 학교 당국은 계속해서 철거, 나중에는 학교의 허가를 받으라고 요구했으며 처벌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경남 C고등학교는 대자보를 붙인 학생에 대해 반성문과 각서를 강요했고 학부모까지 호출했다.

교육부는 한술 더 떠 ‘면학 분위기를 저해’한다며 학교에 대해 생활지도를 하라는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나이가 적다고 해서, 청소년이라고 해서, 학생이라고 해서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해서는 안된다”며 “청소년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음에도 이를 허가하고 말고 할 수 있는 발상 자체가 반인권적이며, 대자보를 무단, 강제 철거하는 것 역시 인권 침해이자 반민주적인 행위”라고 지적한다.


기자회견에는 청소년들과 이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이들이 나와 청소년들의 언론,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는 학교와 교육부, 교육청을 비판했다.

김동이 청소년인권활동가는 고등학교에 대자보를 부쳤다가 학교의 통제에 시달려야 했던 한 청소년의 사례를 소개하고, “학교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투표라고 가르치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진짜 기본은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라며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정치적 자유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당사자의 항변을 전했다.

청소년들의 자치적인 대안학교인 ‘희망의 우리학교’ 최훈민 대표학생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발언하는 것이 어떤 면학 분위기를 저해하는지, 그러한 교과부와 학교는 어떤 민주주의를 가르치는지 묻고 싶다”고 말하고, “청소년도 시민”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표현의자유연대 운영위원회’ 박주민 변호사는 1960년대 미국 ‘검은 완장’ 사건을 소개하며 청소년들의 표현의 자유를 왜 사회가 옹호해야 하는지에 대해 발언했다.

박 변호사는 “베트남 전쟁 반대의 의미로 한 학생이 검은 완장을 차고 등교한 데에 대해 학교는 부적절하다며 징계의 의미로 등교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이에 청소년들이 항의, 연방법원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며 청소년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당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미국 연방법원은 당시 학교의 가장 큰 목적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라며 “정한대로 가르치는 교육만이 아니라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결 요지를 강조, “학생은 가르치는 대로 배우는 로봇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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