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침탈 궁지 몰린 경찰, ‘전교조’ 위원장 인질극?

경찰청장 경질 요구 두려웠나...철도노조 지도부 검거에 1계급 특진까지

지난 22일 민주노총을 강제 침탈해 논란에 휩싸인 경찰이, 전교조 위원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노동계는 경찰청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전교조 위원장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라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24일 오전,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에 대해 특수공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2일 오전, 경찰이 현관 유리문을 깨고 민주노총 건물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경찰관에게 깨진 강화유리조각을 던져 상처를 입혔다는 혐의다.

경찰은 이 사건으로 경찰관 한 명이 눈 부위에 1.5cm의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으며, 당시 채증 자료와 진단서 등을 근거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을 막기 위해 건물 안에서 사수중이던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이 연행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김형석]

민주노총 침탈로 궁지 몰린 경찰, ‘전교조’ 위원장 인질극 논란

노동계는 김 위원장을 상대로 한 검찰과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명백한 ‘보복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침탈 과정에서 여러 위법행위가 드러나고,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 실패 등에 따른 책임론이 확산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전교조 위원장을 볼모로 여론전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과 전교조, 공무원노조, 공공운수노조연맹 등은 24일 오전, 민주노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공안탄압을 중단하고 김정훈 위원장을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전교조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경찰 5천 5백 명을 투입하고도 단 한 명의 지도부를 검거하지 못한 경찰의 화풀이이자 경찰청장 경질 요구를 무마하려는 꼼수”라며 “또한 민주노총 침탈에 따른 사람들의 분노를 삭이기 위해 위원장을 인질로 잡아두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서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불법화 야욕과 탄압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 역시 “경찰들은 자신들이 다치지 않을 정도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현관 유리를 깼다. 유리 파편은 당시 농성하던 사람들의 머리와 손목에 쏟아져 상처를 입기도 했다”며 “불법으로 세워진 박근혜 정부가 끊임없이 불법으로 사회를 통치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훈 전교조위원장은 22일 연행된 후 입건됐다. 검찰은 오늘 오전 9시 30분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 법원은 25일 중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오히려 당시 경찰이 깬 현관 유리 파편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고 이에 저항했다”며 “만약 경찰이 주장하는대로 유혈 사태가 있었다면 현장에서 이미 조치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전교조 위원장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우며 보복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번 사건은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압수수색에 이어 전교조에게 세 번째 가해지는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기자회견단은 “폭력적인 불법침탈에 저항한 김정훈 위원장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공무집행 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불법과 탈법을 자행한 안전행정부 장관과 국토부 장관을 즉각 처벌하고, 민주노총 불법 난입 책임자인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서울경찰청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찰청장 경질 요구 두려웠나...철도노조 지도부 검거에 1계급 특진까지 내걸어

경찰은 전교조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의 후속 여론화 작업에 나선 상황이지만, 민주노총 강제 침탈에 따른 ‘책임론’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노총까지 초강수 대응을 뽑아들었고, 시민사회, 법조계, 종교계 등도 정권 규탄에 나선 상황이라 경찰로서도 여론을 반등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역시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 작전이 위법성이 드러난 ‘실패작’이라고 규정했다. 표창원 교수는 24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철도노조 파업)이 일반적인 범죄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인질, 파괴 등의 행동과는 전혀 다르다”며 “그런데 5천 여 명이나 되는 경찰 인력을 투입하고, 출입문을 부수고, 유리창도 부서지고, 138명을 현장에서 연행한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체포영장 만으로 타인의 건물에 강제 침입한 것은 불법적 소지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표창원 교수는 “형사소송법에서 구속영장은 해당 은신용의 장소에 대한 수색을 같이 허용하고 있지만, 체포영장은 제3자의 거소에 닫힌 문을 부수고 들어갈 정도의 수사권은 부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표 교수는 윗선의 지시로 인해 경찰이 무리한 집행을 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경찰이 더 윗선의 지시에 따라 한 것으로) 그렇게 보인다”며 “경찰이 도구로 이용이 많이 되고 있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못 박았다.

한편 경찰은 철도 노조 지도부 검거에 1계급 특진을 내걸어 또 한 번 논란을 빚고 있다. 표창원 교수는 “과거에 시국사범에 대해 1계급 특진을 걸어 경찰관들끼리 현장에서 싸우는 일이 있었다”며 “시민에 대한 법집행에 있어 경찰관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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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석방을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