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한미FTA 논란...“무지 또는 거짓”

철도사업자에 대한 장관 면허권, ISD 제소감...“정부 필요할 때마다 말 바꿔”

정부가 철도 민영화와 한미FTA와의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는 것에 대해 거짓말이거나 무지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는 철도사업자에 대한 장관의 면허권이 FTA에 저촉될 수 있다는 최근 주장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FTA상 2005년 6월 이전 코레일이 운영하던 노선을 제외한 노선은 개방돼 있으며, 국토부의 면허를 통한 통제만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밝히고 “따라서, 국토부의 면허를 통한 통제는 FTA에 저촉되지 않으며, 철도사업법상 명문으로 조건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표명했다. 국토부는 또, “철도사업법을 개정해 면허제 자체를 무력화하는 경우에는 한미FTA 등의 유보와 상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정부는 장관이 허가할 경우에는 한미FTA에 문제되지 않지만 법령으로 민영화 방안을 저지할 경우 한미FTA에 저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한 철도노조와 전문가의 시각은 크게 다르다.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 입장에 대해 “한미FTA에 대해 무지하다는 결론밖에 낼 수 없다”며 “한미FTA는 2005년 이후 철도산업에 대한 경쟁구조를 가능하게 한 것으로 장관이 면허권자를 선정할 때 따라야 하는 경제적 수요 심사는 내외국인을 구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내국민을 기준으로 면허권자를 구분하면 바로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출처: 국토교통부 페이지]

WTO, 한미FTA 및 부속서와 국내 관계법을 기준으로 철도민영화 문제를 따져 살펴보면 한미FTA를 토대로 한 외국 자본의 침식 가능성은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최근 철도노조가 의회에 제공한 내부문건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철도부문은 다른 공공부문과는 달리 내국민대우 조항을 유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서발 KTX 운영자의 철도공사 외 선정에 있어 한국정부에 의한 한국철도공사 혹은 향후 설립될지 모를 한국계 철도회사와 비교해 미국계 철도회사에 대하여 어떠한 차별대우도 허용되지 않게 된다”고 제기한다.

다른 측면에서도 한미FTA로 인한 외국자본 참여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26일 <프레시안>에서, WTO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S)과 한미FTA에 수록된 ‘시장접근’에 대한 두 조항을 비교, ‘외국자본 참여에 대한 제한’ 사항이 한미FTA에서는 삭제돼 “미국 자본의 투자를 막을 방법은 협정문 상으로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수서발KTX에 대한 외국자본 참여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특히, 경제적 수요 심사 중 ‘서비스공급자의 수’ 제한 사항에 걸려 “서비스 공급자의 수를 단수로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미FTA는 시장 접근 제한을 완화하기 위해 ‘서비스공급자의 수’라는 조건을 마련했는데, 정부가 공급자의 수를 국가에 한정할 경우 이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수서발 KTX노선에 (주)수서발KTX 외에 다른 민간자본의 법인설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해영 교수는 또, 수서발KTX는 코레일이 41%,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이 59% 지분을 투자하게 될 것이라는데, 국민연기금은 시장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내도록 규정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때 민간자본의 참여가 불가피할 경우 미국자본의 투자를 막는다면 명백히 내국민대우 위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정부의 한미FTA 이용, “‘들었다놨다’식”

한미FTA와의 관련성에 대한 정부의 말바꾸기도 문제다.

정부는 애초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에 대해 민영화 방안이 아닐 뿐더러 한미FTA와 연관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누차 밝혀 왔지만 야권의 ‘민영화방지법’에 대해서는 한미FTA를 문제로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송호중 철도노조 정책팀장은, “철도노조는 애초 한미FTA 때문이라도 수서발 KTX를 분리하면 철도 노선 전체를 개방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정부는 보도자료나 토론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한미FTA 역진방지조항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했었다”며 “그러나, 야당의 민영화방지법안에 대해서는 한미FTA에 저촉된다는 입장으로 180도 돌변했다”고 지적한다.

사실 지난 6월 27일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 출자회사 설립 법위반 아니다”는 제목의 정책브리핑을 내고 “한미FTA에 규정된 철도운송산업 관련 유보내용은 철도운송서비스 면허를 부여하는데 있어 국토부 장관이 경제적 수요심사 등 규제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적시했다”며 “민간에 운영권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국토부의 정책결정사항으로서, 한미FTA 상 레칫(역진방지)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표명했다.

그러나 이제와서 새누리당과 정부는 “국가에 의한 철도 독점 자체가 역진금지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한미FTA에서는 2005년 6월30일 철도사업법 개정안 이후 신설되는 철도 노선은 이미 미국 기업 참여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제기한다. 정부는 한미FTA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손사래를 쳤지만 이제는 오히려 한미FTA를 적극적으로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이만호 철도노조 팀장은 이에 대해 “국토부도 그렇고 장관도 그렇고, 쟁점이 만들어지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국민들을 ‘들었다놨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결국 철도공사가 수서발KTX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공공적이며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팀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회사는 철도의 경영상태의 더 악화시키고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의 적자를 가속시킬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철도공사가 수서발KTX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민영화 논란도 잠식하고 FTA에도 위배하지 않는 가장 알맞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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