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민주노총 불법 진입 논란 후 '집회시위문화' 여론조사

철도노조 파업 예로 들어 면피성 셀프 여론조사 의혹

경찰청은 24일부터 집회시위 문화에 대한 전화설문 방식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은 무리한 민주노총 강제진입에도 불구하고 철도노조 지도부는 검거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수색영장 기각 사실이 들어나 경찰의 불법행위 논란이 한창이던 때였다.

여론조사 시점도 문제지만 철도노조를 불법 집회시위 이력단체로 예로 든 조사 내용에 노동계는 더욱 반발하고 있다. 경찰의 ‘경찰력 남용’을 정당화 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출처: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출처: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토목업에 종사하는 최 모(41) 씨는 25일 전화를 받았다. 경찰청이 의뢰한 마케팅 여론조사기관 포커스컴퍼니로부터다. “한국의 집회시위문화는 얼마나 과격한지, 집회에서 피해를 당했는지, 경찰의 대응은 좀 더 강력해야 하는 것 아닌지 등 20가지를 물었다”며 “질문 내용이 좀 심각하다 싶어 통화 녹음을 하게 됐다”고 최씨는 밝혔다.

미디어충청이 입수한 녹음파일에는 10여개의 관련 질문과 각 질문에 대한 4지선다형의 답변, 별도로 최 씨의 개인정보를 묻는 4개의 질문이 담겨있었다.

조사자는 10번째 질문에서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도로점거 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요”라며 ‘현장검거하고 강제해산’, ‘현장검거 하되 강제해산 자제’ 등 답변항목의 선택을 요구했다.

11번째는 집회시위 단체가 교통을 방해했을 때 금지 통고 방안 필요 여부를 질문하며, ‘철도노조’를 예로 들었다. 최 씨가 “교통을 방해한 이력이 있는 단체가 무엇이냐”고 거꾸로 질문하자 조사자는 “예로 들어 철도노조예요. 지금 파업을 하잖아요”라고 대답했다. 최 씨가 또 다시 “(철도노조가)그런 이력이 있어요?”라고 묻자 조사자는 “예로 들었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조사자는 이어 △집회시위 소음 수준 심각성 여부 △확성기에 대한 일정수준 이상 소음 규제 필요성 여부 △집회시위자(단체)의 폴리스라인 침범시 경찰의 대응 방법 △경찰의 물대포 해산 조치에 대한 필요성 여부 △캡사이신 분사기를 사용해 집회시위 해산 조치에 대한 필요성 여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경찰 집회시위 대응수준 △향후 집회시위 불법 참가자에 대한 경찰의 대응 방법 △평화적 준법시위 정착을 위해 필요한 사항 등을 묻는다.

이외 △최근 2년 동안 집회시위 참여 경험 여부 △정치성향이 보수와 중도, 진보 중 어디에 가까운 지 △직업 △학력 등 조사 대상자와 관련된 질문도 있었다.

최 씨는 “질문이 5번째 넘어가면서 집회시위자는 이미 범법자이거나 집회시위 자체가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이라고 규정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또한 철도노조를 불법 집회단체로 예를 들어 경찰이 노조 탄압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철도노조를 예로 들고, 화를 내며 강압적으로 답변을 요구해 조사자의 사견이라기보다 미리 준비 매뉴얼에 의해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최 씨는 또한 “정치성향과 학력, 직업 등 개인정보를 왜 묻는지 모르겠다.”며 “굉장히 불쾌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인권단체연석회의(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 '랑희'씨는 “경찰이 민주노총에 강제 진입한 다음날 여론조사에서 불법 집회시위 단체로 철도노조를 예로 들은 것은 공권력 남용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일종의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정부는 집회시위를 헌법에 따라 보장하는 게 아니라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현 상황에서, 질문내용은 집회시위 억압, 제한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한 사전단계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법안 발의되거나 경찰청이 발표한 내용이 상당수 질문에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집회시위는 헌법의 기본권이고, 사회적 약자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최후의 수단인데, 경찰은 관련 내용은 쏙 빼놓고 질문한다.”며 “기본권 보장을 위한 방안 없이 집회시위 감시통제에만 목을 맨다면 올바른 집회 문화가 정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행위 소속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민주노총 불법 침탈과 최루액 남발 등 경찰의 과잉 진압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경찰 책임론 면피를 위한 여론조사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경찰이 유도심문에 가까운 여론조사로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 권리를 침해하려고 한다면 강력히 항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이 문항 초안을 만든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주에 여론조사 기관과 계약 해 월요일(24일)부터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2006년부터 집회시위 문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매년 진행했고, 연말에 발표했다”며 철도노조 파업과 이번 여론조사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작년만 하더라도 앞서 10월 30~31일 전국 16개시도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에 대해 집회시위 문화, 실태, 대응에 관해 전화설문 방식 여론조사를 진행했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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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영거

    면피성 여론조사. 많은 국민들한테 저들의 만행이 자행되고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 갑돌이

    기관사가 공무원인가요? 언제까지 세금으로 그들의 봉급을 주어야하나요? 국민여러분 노조원들 항복하고 잘못시인할 때까지 참고삽시다. 조금불편해도 참읍시다.
    이번못막으면 영원히 놈들 세금으로 봉급줘야합니다.
    정부는 긑까지 밀어붙이세요? 아니면 나라가 절단납니다. 민노총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은 견뎌낼테니 끝까지 가세요? 아님 정부가 무슨필요가 있습니까?

  • 갑순이

    국민으로서참겠십니다 .
    불법파업은 절대로안됩니다
    정부는꼭 막아주십시요.

  • 똑순이

    여론조사는 정확하지않습니다
    댓글을 못 보내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불법파업을 인정하는 국민은 불과
    몇%안됩니다 철도파업을비판하는
    국민이 거의 대다수입니다
    정부는 힘드시더라도 안타까워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