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 ‘황당’사건, 조합원 몰래 야반도주한 ‘기륭전자’

8년 5개월 만에 복직했건만...월급 한 푼도 못 받고 회사는 ‘도망’

자그마치 8년 5개월 만에 회사로 복직한 기륭전자(현 렉스에이앤지) 조합원들이 복직 8개월 만에 또 다시 농성을 시작했다.

회사가 조합원들에게는 통보도 없이 야반도주하듯 사무실을 이전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기륭전자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2월 30일 오전 9시 이삿짐센터를 불러 서울 신대방동에 위치한 기륭전자 본사 사무실 집기를 모두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기륭전자분회]

새로 계약한 사무실을 조합원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아,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 버렸다. 조합원들은 텅 빈 사무실에서 곧바로 철야농성에 돌입했으며, 4일 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 행보에 대해 노조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유흥희 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은 “노조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야반도주를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황당하다”며 “오늘도 회사 측에 전화를 해 봤지만 받지 않는다. 어디로 이사를 갔는지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로서는 노사간 대화도 원천 차단된 상태다. 기륭전자 노-사는 지난 8월까지 노사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8월 초 파행을 맞았고, 회사는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유흥희 분회장은 “추석 이후로는 교섭을 단 한 번도 못했다. 교섭을 요구해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팩스가 고장 났다며 팩스 기계까지 없애 노조 측에서는 교섭 요구를 전달할 통로도 모두 막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회사는 복직한 조합원들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돼 왔다. 회사는 복직한 조합원들을 상태로 업무대기 지시를 내렸으며, 지난 8개월간 4대 보험 가입을 포함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노조는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를 감안해 4개월간 상황을 지켜봤으나, 체불 임금이 늘어나고 경영 상태가 투명하지 않아 의혹이 확대되면서 지난 8월 투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회사는 결국 ‘회사가 어렵고, 조합원들은 정식 직원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사무실 이전을 강행하면서 또 다시 기륭전자 노-사 갈등이 확대될 조짐이다. 노조는 철야 농성을 비롯해 증권거래소와 최동열 회장 집 앞에서 집회 및 선전전 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기륭전자 노조는 지난 2010년 11월, 1,895일의 투쟁 끝에 회사와 복직에 합의했다. 160일이 넘는 세 차례의 단식 농성과 두 차례의 고공농성 등을 전개한 지 6년 만의 복직이었다.

당시 노사는 교섭을 통해 △조합원 10명의 고용 보장 △상호 제기된 고소, 고발, 압류, 손해배상 등 취하 △농성, 집회, 시위와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비방하지 않는다는 등의 합의안을 타결했다.

최동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6년간 서로가 큰 고통을 겪었다”며 “오늘부터 사회적 통합과 노사 상생 및 회사 발전을 위해 서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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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방동 식당아줌마

    이놈들아 외상값 내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