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출두 철도노동자, “우리는 죄인이 아니다”

[인터뷰] 18일의 수배생활 마치고 자진출두한 오해승 익산열차승무지부장

철도노조 간부 16명이 4일 각각 지역관할 경찰서에 자진출두 했다. 전북지역은 호남지방본부 익산지구 소속 간부 2명이 4일 오후 5시께 익산경찰서로 출두했다.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은 우리 노동자들이 마치 죄를 짓고 경찰에 의해 체포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죄인이 아니다. 이번 파업에 대해 떳떳하며, 당당하게 경찰서에 자진 출두했다. 앞으로도 우리의 정당성을 제대로 설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산경찰서에 자진출두한 오해승 익산열차승무지부장과 배영중 익산기관차승무지부장은 출두 당시 표정이 밝았다. 이들은 4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5시간의 조사를 받고 현재 익산경찰서에 수감되어 있다.

참소리는 5일 오후 1시께 익산경찰서를 방문하여 오해승 익산열차승무지부장을 면회하고 철도파업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수배생활을 해온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소속 간부들은 4일 출두하기 전 사진으로 동료들에게 새해인사를 대신했다. 왼쪽부터 김동구 조직국장, 이성계 광주기관차승무지부장, 배영중 익산기관차승무지부장, 오해승 익산열차승무지부장. [출처: 호남지방본부 소식지 '희망을 쏜다. 호남 철도노동자]

“수배 생활보다 동료들의 투쟁을 뉴스로 접하는 것이 힘들었다”

밝은 표정으로 기자를 맞이한 오 지부장은 먼저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불법파업’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정부 정책에 반하는 파업으로 노동법을 위반한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오 지부장은 “정부 정책이라고 박근혜 정부는 말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위한 이사회 소집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것은 철도공사 내부의 문제이지, 정부의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이미 우리는 이사회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파업을 하겠다고 수차례 말해왔다. 그리고 필수유지업무를 유지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았기에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도 1월 5일 소식지를 통해 “이미 대법원은 2011년 3월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져 사업운영에 큰 혼란과 손해를 초래하는 경우에 비로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면서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를 모두 업무방해죄로 보던 기존의 판례가 변경된 만큼 정부가 공언한 ‘불법파업’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수배 생활은 고통도 있었다. 동료들의 파업 투쟁을 뉴스를 통해 봐야 했던 이들은 찜질방 생활, 체포에 대한 압박보다 미안함과 분노, 동료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힘들었다.

오 지부장은 민주노총 침탈을 뉴스를 통해 접했을 때의 심정을 “우리의 정신을 빼앗긴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꼭 이렇게까지 정부가 노동자들을 구석으로 몰아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사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이렇게까지 가지 않을 수 있었다. 소통만 됐다면, 문제 해결을 더 빨랐을 것. 철도공사가 잘 운영되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도 똑같다. 그런데 좋은 것은 버리고 안 좋은 것만 공사가 가지려고 하는데, 이 문제를 노동자는 어떻게 봐야하나? 당장 근무 조건에 문제가 생기고 해고 등 생존권에 위협이 올 것인데”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에 박근혜 정부의 입김이 있었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해왔다. 공사와 협상 분위기가 박근혜 정부의 개입으로 깨졌다는 것. 그래서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와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힘겨운 투쟁을 벌여야 했다. 23일 장기 파업은 철도노조 사상 최장기 파업이다. 그만큼 협상 여지를 박근혜 정부가 두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욕 먹던 파업, 국민의 응원 받으니 힘 난다”

힘겨운 싸움이라고 이미 예상한 듯, 오 지부장은 지난 28일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 대해 웃음을 보이며 “누구는 10만 명이 많다고 하지만 숨어서 보니 적게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노동자 파업은 일단 욕부터 먹고 보는 것이 한국 정서인데, 최초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면서 “그리고 처음으로 우리 파업에 대해 공공재를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봐줘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고 전했다.

  2013년 말 철도파업은 국민의 지지를 받은 파업이었다. 기자가 만난 철도노동자들은 국민의 지지에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사진 설명 - 지난 12월 28일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출처: 참소리]

그럼에도 긴 수배생활 동료들을 보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했다.

“정말 보고 싶었다. 평소에는 같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없는데, 18일 동안 단절되다 보니 너무 간절했다. 4일 자진 출두할 때 경찰서까지 동료들이 마중 나왔는데, 전혀 다른 세상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동료들의 환대와 철도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응원은 노동자들을 춤추게 하기 충분했다. 오 지부장과 배 지부장은 두려움 없이 4일, 다섯 시간의 경찰 조사를 마쳤다. 오 지부장은 현장에 복귀하여 현장투쟁을 결의한 동료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철도에 몸 담는 동료들이라면 앞으로 각오나 결의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고 답변했다.

  철도파업은 대학생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사진 설명 - 전북대 '안녕들 하십니까' 1인 시위> [출처: 참소리]

“실패한 정부 정책, 욕 먹는 건 우리였다”

오 지부장은 95년 열차 차장으로 입사한 베테랑 철도노동자다. 그는 2009년 철도파업이 있기 전까지는 조합원 신분만 유치한 채, 철도 투쟁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오 지부장은 “2009년 파업이 끝나고 간부 200여 명을 불법파업 이유로 해고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철도노동자의 삶은 불안의 연속이다”며 “민영화 추진 이후, 매번 바뀌는 정부 정책으로 근로조건이 나빠졌다. 철도공사 적자라는 것도 결국, 정부 정책의 실패와 낙하산 경영진 등 경영의 실패인데, 모든 비난을 우리 노동자들이 받는 점이 억울했다.”

그리고 매일 승객을 마주하는 직업의 특성상 승객들의 따가운 눈총도 그를 힘들게 했다. 오 지부장은 “승객들이 우리를 이기주의자로 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면서 “자세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설명을 못했지만, 그에 대한 박탈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익산경찰서는 아직 이들에 대한 구속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익산경찰서 관계자는 “무리 없이 조사를 마쳤고, 구속 여부는 (중앙)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문주현 기자는 참소리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참소리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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