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단체, 캄보디아 유혈진압 추동한 한국 업체 규탄

“현지 한국업체, 최저임금 인상 반대해 공장 이전 협박·노동자 손해배상 청구”

한국 노동·사회단체들이 캄보디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캄보디아 노동자들을 살인 진압한 것에 한국 업체를 포함한 현지 의류기업의 책임이 크다며 강력 규탄했다.

민주노총, 국제민주연대 등 한국 노동·사회단체들은 6일 오전 서울 한남동 캄보디아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캄보디아 노동자들에 유혈 진압을 강행, 최소 5명의 인명을 살상한 캄보디아 정부를 규탄하는 한편, 강력 진압을 요구한 한국 업체 등 현지 기업을 비판했다.


캄보디아 의류 노동자들은 애초 지난달 23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현 75~80달러인 최저임금 2배 인상을 요구해 왔다. 노동자들은 특히 지난 2일에는 프놈펜 푸르센체이에 있는 한국 의류 업체 ‘약진통상’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평소와 같은 평화로운 파업 시위를 진행했다. 그러나 인근에 있는 공수여단이 긴급 투입돼 시위는 격화됐고, 군대는 쇠파이프, 칼, AK-47 소총, 새총과 곤봉 등을 사용해 노동자들을 진압했다. 진압과정에서 약진통상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 활동가를 포함해 10명의 노동자와 승려들이 심각하게 부상을 입은 채 연행됐다.

이후 노동자들은 타이어를 태우고 도로 점거에 나서 스스로를 방어한 한편, 구속된 노동자 석방을 요구했지만 캄보디아 정부는 무장경찰과 공수여단을 동원, 노동자들에게 실탄을 발사해, 최소 5명이 목숨을 잃고, 23명의 노동자와 시민이 부상당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캄보디아 정부가 노동자들을 무력 진압한 것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업체들도 참여하고 있는 캄보디아 의류생산자 협회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임금이 인상될 경우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 이번 무력진압의 한 원인이었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또, “캄보디아 한국 업체들이 사태수습을 위한 대화에 나서기보다 피해를 입었다면서 캄보디아 노동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계획을 발표했다”며 “국제망신 자초하는 손해배상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노동조합과의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처장은 “월 9만 원 정도인 캄보디아 최저임금을 2배로 올려 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부가 발주한 ‘노동자문위원회실태조사작업반’이 권고한 내용으로 지극히 정당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파업이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은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업체들은 시설안전보호를 요청해 공수부대를 불러 사람을 죽이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며 한국 업체들의 문제를 제기했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다국적 의류기업에 싼 값에 의류를 공급하기 위해 저임금 노동시장에 공장을 짓고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있다”며 “살인 진압에 맞서 캄보디아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10여 명의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해 “고향에서 벌어지는 노동 탄압에 매우 가슴이 아프다”며 “폭력 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유기수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비롯한 단체 관계자들은 캄보디아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향후에도 사태를 계속 주시하고 필요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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