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시민과 주민 연행

경찰 컨테이너 반입 두고 6일과 7일 전쟁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와 한국전력이 실무회담을 열어 오는 11일 ‘경과지 관련 변경 설명회’를 열기로 했으나 송전탑 공사 현장이 산꼭대기에서 마을쪽으로 내려오면서 주민과 경찰과의 마찰이 격화되고 있다.

  6일과 7일 경찰이 컨테이너를 공터에 설치하자 주민과 연대하는 이들이 이를 막았으나 모두 끌려나오거나 연행됐다. ⓒ울산탈핵공동행동

  7일 도곡면 주민이 전봇대에 목줄을 감고 경찰이 못 끌어내도록 저항했으나 경찰은 끈을 끊어내고 주민을 모두 들어냈다. ⓒ울산탈핵공동행동

  6일 상동면 도곡리 고답마을에서 밀양 주민 김 모씨가 경찰에게 끌려나오고 있다. ⓒ울산탈핵공동행동

충돌 과정에서 주민과 연대자 연행

7일 오전 상동면 도곡리 고답마을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에 연대하던 울산 시민 종 모씨와 심 모씨가 연행됐고, ‘밀양전’을 만든 박배일 영화감독이 연행됐다. 경찰은 줄을 자르고 몸과 목을 매고 있던 줄을 당겨 목줄을 감고 저항하던 주민과 연대자를 연행했다. 그 과정에서 울산의 또 다른 시민 김 모씨는 구토증세를 호소하며 밀양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은 작업트럭 1대를 들여보냈다.

7일 오후에도 상황은 계속 됐다. 오후 1시 24분께 경찰 컨테이너에 전기를 연결하려는 인부들을 막기 위해 밀양 주민 2명이 전봇대에 줄을 묶어 목에 감고 저항했다. 경찰은 이들을 감금하고 인부를 시켜 컨테이너에 전기를 연결했다. 충돌이 계속 되는 가운데 고정마을 김말순(66) 할머니가 쓰러졌다. 경찰이 한쪽으로 주민을 몰아넣자 혈압이 상승해 김 할머니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 컨테이너 박스는 경찰이 원하는 곳으로 들어갔고 한전 작업 차량도 들어갔다.

주민이 계속 다치자 8일 오전 국가인권위가 중재에 나서 경찰 컨테이너를 공터에서 도곡저수지로 옮기는 조건으로 경찰차량에 한해 도곡 대로(왕복2차선)에서는 막지 않기로 했다.

6일과 7일 충돌은 경찰이 상동면 도곡리 113번으로 가기 위한 길목에 숙영지를 조성하기 위해 컨테이너를 들이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6일 고답마을 한가운데 시유지 공터에 컨테이너가 들어오자 주민들은 컨테이너를 옮기는 트럭 밑으로 들어갔고 경찰은 주민을 끌어냈다. 이날 경찰은 버스 10여 대에 500명 넘는 병력으로 주민을 에워쌌다. 현장에 있던 주민에 따르면, 한 주민이 휘발유통을 들고 항의하자 경찰은 수수방관하고 대책위 관계자와 주민들이 한 말들이 휘발유통을 두 번에 걸쳐 빼앗았다.

최호금 할머니(85)는 경찰이 주민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아들에게 가한 폭력에 항의하다 날카로운 것에 손등을 깊에 베어 병원으로 후송됐다. 최 할머니는 지난해 7월과 10월에도 109번 철탑 공사를 막다가 병원으로 후송됐었다.

오후에 주민들은 공터마다 비닐하우스에서 뽑아온 폴대로 농성장을 설치했고 경찰 200여 명은 주민을 한쪽으로 몰아 에워싼 뒤 한명씩 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김정자 할머니(72)도 최 할머니와 똑같은 상처를 입었고 또 다른 70대 할머니는 혈압이 높아져 쓰러지고 허리를 다쳤다. 이런 와중에 경찰은 주민 2명을 연행해 김해 서부경찰서로 이송했다.

113번에서 115번 철탑은 마을 뒷산에서 내려와 상동면 고답마을과 고정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게 된다.

이곳은 지난 10월 상동면 도곡리 산꼭대기에서 시작된 송전탑 109번에 이어진 것으로 그동안 도곡마을 주민들은 109번 공사를 막으려 했으나 경찰에게 막혀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

도곡리 주민들은 위 현장 외에 115번 철탑 부지에서도 구덩이를 파고 천막을 친 뒤 24시간 천막을 지키고 있다. 한전이 공사를 시작하기 전 철탑부지를 선점했는데 115번 철탑은 산 라애 과수원 한가운데 있으며 마을 인가와 인접해 있다.

고 유한숙 어르신 유족들 공사중단 촉구와 분향소 밀양시청에 설치 요구

상동면 도곡리 주민 고 유한숙 어르신이 지난해 12월 6일 사망하고 노상에 분향소(삼문동 시민체육공원 입구)를 차린지 한 달이 지났다. 유족들은 한달째 되는 6일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과 엄용수 밀양 시장에게 간곡한 호소문을 돌렸다.

유족은 한전에게 “아버지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으므로 사죄하고 송전탑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밀양 시장에게는 ”한전과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아버지가 억울하게 돌아가셨으니 이는 사회적 타살”이라며 “밀양 시청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에 동의해 달라”고 했다. 또 밀양과 전국 시민들에게는 송전탑 공사를 중단시켜 달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한전과 대책위 실무회담 열었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 경과지 선정 설명회는 합의

이에 앞서 지난 3일 대책위는 국회 법사위원장의 대화 권고와 국회의원 78인의 공사중단과 대화촉구 결의안에 근거해 한국전력과 실무회담을 가졌다.

한전에서는 구본우 전무(전력계통본부장), 백재현 밀양특별대책본부장, 문창배 송변전팀장이 참여했고 대책위에서는 김준한 신부(대책위 공동대표)와 이계삼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실무 대화에서 한전은 정부투자기관으로서 공신력 있는 기관(경찰, 밀양시)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음을 주장하며 주민 대표가 참여한 대화는 원하지 않으며, 유한숙 어르신이 사망했어도 그와 관련해 공사 중단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책위는 한전에게 개별보상 약정서 상의 독소조항(공사방해금지 및 향후 발생할 손해에 대한 한전의 책임 면제) 철폐와 12월 31일까지 개별보상금 미수령시 공동자금으로 귀속 조처하는 것을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한전은 밀양 주민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집행된 사항인 ‘밀양특별지원협의회의 결정사항’을 집행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독소조항 해제 요구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지켜보고 그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대책위는 “한전이 노선 선정의 실패를 인정하고 경과지 변경 가능한 구간은 변경하고 불가능한 구간에 대해서는 부분 지중화 또는 집단 이주(송전탑 1km 이내 주민)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전은 오랫동안 충분히 이야기한 내용이며 원점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라며 모두 불가하다고 답했다.

한전은 겨울철 주민 안전 대책 수립에 대해 대책위의 답변을 요구했고, 대책위는 공사 중단이 최선의 안전 대책이라고 답하며 1월~2월 중순 혹한기 45일 간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한전은 공사 중단이 대화의 전제가 된다면 대화는 안 된다며 겨울철에도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공기를 맞추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한전은 주민들에게 전자파 피해에 대해 객관적 정보 전달 기회를 갖자고 요구했고, 대책위는 전자파는 양측 결론이 양분될 수밖에 없으며 경과지 선정 의혹에 관련한 정보 전달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양측은 오는 11일 남밀양성당에서 ‘경과지 관련 변경 설명회’를 주민대표가 참석해 갖기로 하고 실무회담을 종료했다.

한편 밀양송전탑 전국대책회의는 오는 25~26일 ‘2차 밀양 희망버스’를 출발시키기로 했다.
덧붙이는 말

용석록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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