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코레일, 철도파업 ‘대량징계’ 사실상 ‘정리해고’ 수준

손해배상 152억? “조합원 미지급 임금 최소 172억, 공사 손해 전혀 없어”

지난달 31일, 철도노조가 23일간의 철도산업 민영화 저지 파업을 중단한 이후 정부와 철도공사의 보복성 노조 탄압이 도를 넘고 있다.

철도공사는 노조가 파업중단을 선언했음에도 교섭 요구를 거부하며 조합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 철차를 예고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체포영장이 청구된 노조 지도부가 자진출두 의사를 밝혔음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무리한 공권력 집행을 이어가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이후, 노조를 향한 공사와 정권의 탄압이 가속화되면서 노동계와 시민사회, 정치권의 대책 마련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연맹, 철도노조는 7일 오전 10시, 국회 의정관에서 ‘철도파업 불법탄압 사례 발표 및 대응 방향 집담회’를 개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집담회에는 민주당의 한명숙, 홍영표, 은수미, 장하나, 한정애 의원과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 등 정치권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도 참여했다.


철도파업 후폭풍, ‘대량징계’ 넘어선 ‘정리해고’ 되나

철도공사는 오는 9일부터 지부장 이상 간부급 145명, 16일부터 지부간부급 378명 등 총 500명에 달하는 노조 간부들에 대한 징계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철도공사는 9일 오전 9시 30분부터 14일 밤까지 조합원 523명을 대상으로, 1인당 30분 씩을 할애해 징계위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라며 “징계위 순서는 1번이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2번이 박태만 수석부위원장, 3번이 최은철 대변인 순이다. 만약 이들이 징계위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소명할 것이 없다고 간주해 일방적으로 징계를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것은 대량 학살이다.”라고 비판했다.

500명 이상의 간부들이 해고 및 징계 위협에 처하면서 철도공사의 도를 넘은 ‘보복성 징계’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김영훈 철도노조 지도위원은 “내일부터 진행되는 500여 명에 대한 징계해고는 ‘징계’의 수준을 넘어 정리해고에 가깝다”며 “한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이 통째로 속절없이 해고를 당하는 수준의 일이 목전에 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공사는 강력한 징계절차에 착수하는 한편, 노조와의 교섭을 전면 거부하며 노사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철도노조는 2013년 임금교섭과정에서 파업에 돌입한 것이라, 노사는 교섭을 통해 노동쟁의를 종료해야 한다. 하지만 철도노조가 파업을 중단했음에도 공사 측은 노사 교섭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일방적인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김영훈 지도위원은 “철도공사와의 2013년 임금 및 현안에 대한 쟁의상태는 종료되지 않았고, 발생한 노동쟁의의 종료는 반드시 노사 대표가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종료돼야 한다”며 “만약 공사가 노조 지도부를 징계해고 한다면 노동조합 대표자가 유고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으로, 2013년 발생한 철도노동쟁의 사건을 해결할 의사가 없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된다”고 비판했다.

노조 지도부에 대한 검찰과 검찰의 과잉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앞서 경찰은 파업 중단을 선언한 뒤 자진출석 의사를 밝힌 노조 지역본부 간부들에 대해 무더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노조와 시민사회는 간부들이 자진출두 의사를 밝혔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음에도 경찰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서울 서부지법과 대전지법 등 법원은 7일, 검찰이 이들 8명을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되는지는 향후 공판 과정에서 밝혀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철도공사는 노조 조합원 198명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한 상태다. 경찰은 이들 중 철도노조 간부 35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그중 22명은 자진출두하거나 검거됐다. 또한 검찰은 13명의 조합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11명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현장에서는 ‘노조탄압’ 빈번...복귀서 거부, ‘정신교육’ 강요

노조 지도부에 대한 탄압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노조탄압’ 후폭풍이 일고 있다. 지난달 31일 파업 중단 이후, 조합원들은 각 사업소에 업무복귀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난 6일까지 조합원들의 업무복귀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사측이 조합원들에 대해 ‘정신교육’을 강요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갈등도 불거졌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이상이 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 조합원은 “노조는 김명환 위원장의 투쟁명령에 따라 지난달 31일, 각 사업소별로 업무복귀 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사측은 27일 철도공사 사장의 업무복귀 최후통첩 지시에 의해 복귀한다는 내용의 업무복귀 신고서를 강요했다. 소장과 면담한 후 사측의 업무복귀 신고서를 제출해야 직위해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이었다”며 “노조는 당연히 굴욕적인 내용의 신고서를 받아들일 수 없어 농성을 이어갔고 직위해제 상태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1월 3일에는 사측이 노조 측 복귀서를 인정해 줄 테니, 날짜만이라도 1월 3일로 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는 위원장 명령에 따라 31일 복귀했기 때문에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사업소는 우리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1월 3일자로 직위해제를 풀고 현장 배치를 했다”며 “그 과정에서 일반 조합원인 저를 포함해 이번 파업과는 무관한 지방본부 대의원 2명에 대한 직위해제를 풀지 않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유승규 철도노조 노동안전국장은 “현재까지도 500여 명의 조합원이 직위해제 상태에 있다. 왜 이들만 직위해제가 풀리지 않은 것인지 명확한 이유도 없다”며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왜 직위해제가 풀리지 않았는지 불안해 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 중단 이후, 각 사업소별로 ‘정신교육’을 강요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측은 조합원 복귀 후 복귀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소장 정신교육’을 배치했다.

이상이 조합원은 “사업소에서 소장 정신교육과 개별 면담을 통해 파업을 더 할 경우 더 큰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협박성 프로그램을 배치했다. 조합원들은 교육을 거부하며 총회투쟁을 이어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측은 복귀프로그램으로 ‘파업참가 동기와 나의 역할’, ‘복귀후 업무수행 자세 및 각오’ 등을 묻는 설문지 작성을 강요하며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울러 철도공사는 노조 측에 수 백 억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를 신청하며 ‘노조 파괴’ 수순에 들어갔다. 현재 공사는 152억 9백 여 만원 상당의 손해배상과 116억 원에 달하는 가압류를 신청한 상태다.

유승규 국장은 “이번 파업은 불법과 합법 파업의 논란이 있는 파업으로서 합법일 경우 민사상 책임이 면책되므로 손해배상을 신청할 수 없을 것”이라며 “조합비에 대한 가압류 신청은 노조 활동을 파괴하려는 악의적 행동이며, 조합원에 대한 손배 청구는 기존 철도파업 관련 사례나 사회적 정서에 반하는 것으로 청구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공사, 152억 손해배상 및 116억 가압류 신청
“손배 금액 보다 조합원 미지급 임금이 더 많아...실제 손해 전무”


정부와 철도공사가 철도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전방위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번 철도 파업의 정당성을 둘러싼 노-사-정 간의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와 공사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정치파업’이라며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수서KTX노선 분할이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합법 파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당한 쟁위행위가 진행됐는데도, 이를 업무방해로 처벌할 경우 노동3권이 전면 부정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영훈 지도위원은 “철도공사는 수서KTX노선 분할에 따른 경영악화 대책으로, 향후 5년간 임금동결과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이는 철도노조 조합원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또한 국토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수서KTX주식회사 임직원 임금수준은 코레일보다 10% 낮게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수서 KTX로 전직해야 하는 철도공사 직원들의 임금하락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함과 동시에 철도파업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 역시 “노조는 사용자에게 언제, 어떻게 파업에 들어갈 것인지 사전에 충분히 예고했고, 심지어 파업 1주일 전에 파업기간 중 필수유지업무 인원과 관련해 사용자와 협의까지 마쳤다”며 “사용자가 이 파업을 사전에 예측하고 단계별로 파업 대책을 미리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파업에 전격성이 결여됐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철도 파업이 철도공사 측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불성설’이라며 일축했다. 공사가 노조 측에 청구한 158억의 손해배상 금액보다, 파업 조합원들에게 미지급된 임금 액수가 더 많은 상황이어서 공사 측의 실제 손해는 전무하다는 주장이다.

신인수 원장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8,639명의 파업기간 중 미지급 임금을 1인당 200만 원으로 낮추어 계산하더라도 그 액수는 172억 7,800만원으로, 검사가 주장하는 손해액인 158억을 상회한다”며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영업손실액 158억 원에서 파업기간 중 미지급 임금 172억을 공제하면 실제 손해는 전혀 없게 된다. 이 점에서도 이번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정당한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 할 경우, 노동3권이 전면 부정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영훈 지도위원은 “정당한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면 모든 쟁의행위는 업무방해죄가 성립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헌법적 가치인 노동3권이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받는 가장 ‘비정상적’인 상황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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