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인권조례 훼손 즉각 중단하라"

청소년, 성소수자, 시민사회단체 등 개악 반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교육청에 조례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시민단체공동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 삭제, 학칙에 따른 학생 자유 제한, 소지품 검사 범위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에 대해 서울시 청소년, 성소수자, 교사, 시민단체가 학생인권을 침해한다며 개악 중단을 촉구했다.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 시도 중단 공동 기자회견’이 8일 이른 11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 시도에 반대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 교육, 시민사회단체 공동(아래 시민단체공동)’ 주최로 열렸다.

지난 2011년 서울시민 100만 명이 발의하고 청소년, 교사, 시민단체로부터 의견수렴을 거쳐 제정된 현행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성적지향 등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교육에 대한 권리 △복장, 머리 모양, 소지품 등 사생활을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 △의사표현 및 학생 자치 권리 △복지에 대한 권리 등을 통해 소수자를 비롯한 학생 권리를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입법 예고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은 현행 조례에서 △학생 권리를 학칙으로 제한 가능 △성별 정체성, 성적지향 등을 개인성향으로 모호하게 표기 △학교장이 교육상 필요에 따라 머리 모양, 복장 등 제한 가능 △합리적 의심에 따라 미리 공지한 후 소지품 검사 시행 가능 △소수자 학생 범위에서 성소수자 삭제 등으로 내용을 변경하거나 신설했다.

이에 대해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 교육,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학생인권을 침해하고 후퇴시키는 개악안이므로 철회하고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원안대로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조례 발의에 참여한 서울시민 이정은 씨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발의되는 것을 보면서 서울시에 학교 폭력과 억압이 사라지고 인권 친화적인 학교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다”라면서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기는커녕 수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이 씨는 “문용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가 정착되도록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어떻게 수정안을 내놓을 수가 있단 말인가”라면서 “저는 교육감이 차별 없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차별 없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서울지부 조남규 지부장은 “문용린 교육감의 최근 행태를 보면 학생인권조례를 개악하고 친환경 무료급식, 혁신학교 지원을 후퇴시키고 있다”라면서 “문 교육감은 아이들의 꿈과 끼를 키운다면서 소지품을 검사하고 체벌을 지휘하면서 꿈과 끼가 잘 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문 교육감의 행태에 서울 교육이 어떻게 될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성토했다.

조 지부장은 “시민들과 학부형들은 스스로 앞장서 개악안을 거부하고 있고 또 학생들도 학생들대로 염색도 자유롭게 하고 사랑도 자유롭게 하면서 자기 할 길을 찾아가고 있다”라면서 “전교조 서울지부도 학생인권조례가 원안대로 학교에서 시행될 때까지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싸우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 당사자 박아무개 씨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는데 실제로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최근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수정된 교칙은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학교에 가져올 수 없고 휴대전화를 가져왔을 때 압수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긴급하게 필요할 때가 아니면 소지품을 압수할 수 없다는 학생인권조례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씨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될 때 학생 인권을 법으로 만들기 위해 의견수렴을 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라면서 “그렇게 각자의 목소리를 담아낸 과정을 거친 조례안이 홍보가 되고 수용되어야 문제점을 찾고 합의를 할 수 있는데, 학교에 수용되기도 전에 조례가 잘못되었다고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학생인권조례는 그대로 시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공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학교생활에서 학생의 인권을 최우선적으로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해 만든 조례”라면서 “그런데 교육청 개악안은 학생인권을 모호하기 이를 데 없는 갖은 이유만 갖다 대면 함부로 제한할 길을 열었고, 이미 표기된 구체적 차별금지 사유를 삭제함으로써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는 잔혹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단체공동은 “문용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은 수많은 학생의 자발적 운동과 서울시민의 주민발의, 서울시의회의 민주적 의결을 통해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즉각 멈춰야 한다”라면서 “우리는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 저지를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참가자들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서울시교육청에 전달했다.

  청소년 당사자 박아무개 씨가 얼굴을 가리고 발언하고 있다. ⓒ시민단체공동

  두 참가자가 서울시교육청에 전달할 요구서를 들고 있는 모습. ⓒ시민단체공동
덧붙이는 말

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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