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장애인 의료권 향상과 무관해”

정의당, 의료민영화 관련 강의에서 문제 제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의료급여도 흡수해야”

  정의당 건강위원회 김종명 정책교육팀장은 '의료민영화 정책, 누구를 위한 것인가'강의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가 의료자본 배 불리기 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철도노조 파업으로 국민 대다수의 반대 의견을 확인한 철도 민영화에 이어 의료 민영화 역시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29일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바 있다. 복지부는 이 개정안이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등의 의료 접근성을 제고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치료 효과를 높여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원격의료 추진도 사실상 의료민영화의 한 과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늦은 7시 정의당 회의실에서 열린 ‘의료민영화 정책,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강의에서 정의당 건강정치위원회 김종명 정책교육팀장은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이 사실상 ‘의료자본 배 불리기’라고 비판했다.

원격의료로 창출되는 의료장비 시장, 최대 12조 규모

김 정책교육팀장은 “복지부 홈페이지 가보면 원격의료 때문에 의료비 더 낼 일은 없다고 말하는데, 원격의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복지부의 설명을 읽다 보면 의료비가 안 들어 갈래야 안 들어갈 수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원격의료는 집에서 각종 검사를 직접 하고, 이를 의료기관에 전송해 주면 의사가 처방하는 방식인데, 그러려면 의료장비를 가정마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의료장비들의 가격이다.

김 정책교육팀장은 “복지부가 이야기하는 원격의료 장비 기본 구매비가 100~140만 원가량 되고, 원격의료 대상자로 추산되는 인원은 약 850만 명"이라며 "만약 이들이 모두 원격의료 장비를 산다면 매출이 대략 8조~12조 원가량 되는데, 의료기기 자본 입장에서는 갑자기 엄청난 시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복지부는 산간지방 노인이나 장애인의 의료접근권을 위해 원격의료를 한다지만, 이들은 정작 의료장비를 구매조차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김 정책교육팀장은 “원격의료를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원격의료를 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는 워낙 국토가 넓어서 실제로 지리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와의 차이점은 캐나다는 민간 자본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가 의료 취약계층의 접근성 강화라는 공공적인 목적을 가지고 추진하기 때문에 민간자본에는 별로 이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사들까지 원격의료 도입에 반대하는데도 오직 의료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원격의료가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김 정책교육팀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열악한 공공의료체계 속에서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병원 간 경쟁이 심화해 의료시장 질서가 교란되고, 소자본 병원이 몰락함과 동시에 대형병원이 시장을 장악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는 합리적 수준에서 통합되어야

이어 김 정책교육팀장은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4차 투자 활성화 대책’ 역시 의료법인 자체를 영리화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이는 ‘사실상 의료민영화’라고 못 박았다.

정부가 허용하려고 하는 의료법인의 자법인은 상법상 회사로 등록이 가능하고, 자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 범위를 의료기기 임대 등으로까지 대폭 확대해 놓았다. 이를 통해 현재 대부분 의료법인이 진료수익에서는 적자를 보지만 비진료수익인 부대사업에서는 흑자를 보는 상황에서, 의료법인 수익 중 상당 부분을 자법인을 통해 유출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김 정책교육팀장은 이렇게 병원이 영리적 목적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게 되면 공적 건강보험의 존립이 위협받게 되고, 이 때문에 많은 국민이 사보험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 정책교육팀장은 “의료 민영화의 근원적인 추진 동력을 차단해야 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보험"이라며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건강보험료를 30% 인상하는 운동(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 전 국민이 평균 월 1만1천 원을 추가로 냄)으로 사보험에 지출되는 영역을 대체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건강보험료 등을 심의·책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가입자 대표·공급자 대표 모두 당장의 부담 때문에 보험료 인상을 주장하지 못했는데, 이것은 결국 사보험으로 배를 불려 자본만 좋은 일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정책교육팀장은 이처럼 보험료 인상을 통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면, 소득이 없는 장애인 등 저소득 계층에 대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의료급여 영역까지 통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의 의료급여 제도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계층에게만 선별적으로 보장해 주는 방식인데, 엄청난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이들도 보호받을 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김 정책교육팀장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상당한 비급여영역을 축소하고 국고지원을 조정하는 작업 등을 거쳐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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