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유혈진압 한국 외교부 책임 규탄 확산

27개 한국 노동·시민단체 기자회견...12일 추모집회, 13일 현지 진상조사

한국 노동·인권 단체들이 캄보디아 정부의 노동자 살인 진압에 대한 한국 기업과 외교부의 책임을 묻고 규탄했다.

국제민주연대, 민주노총, 공익법센터 어필 등 27개 노동·인권 단체들은 10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사과와 한국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 중단 그리고 인권과 국제기준 준수를 위한 조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30만 명 이상의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지난달 24일부터 전국에서 80달러 수준인 최저임금 2배 인상 투쟁을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 2-3일 캄보디아 정부가 한미 합작회사인 약진통상 앞에서 살인 진압에 나서 최소 5명을 희생시켜 국제적인 논란을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캄보디아 정부의 유혈 진압에 한국 기업과 대사관이 적극적으로 역할한 것으로 알려지며 문제가 커지고 있다.

단체들은 “국제노동기준과 캄보디아 국내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총을 들이대며 목숨을 위협하는 캄보디아 정부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으며, 한국 대사관과 기업의 요청으로 군부대가 투입돼 희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력과 자원 갈취하고 국력 동원해 짓밟는 게 제국주의

50여 명이 참여한 기자회견 현장에는 다양한 노동/인권 단체들이 나와 외교부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고 책임을 물었다.

유기수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는 국가, 지역과 인종을 초월해 보장돼야 한다”고 밝히고,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한국 기업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것이 아닌 현지 노동자의 인권 역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총, 칼로 노동자들을 살해한 캄보디아 정부 편에 섰다는 데 민주노총과 전세계가 분노한다”고 엄중 항의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외교부의 행태에 각성과 진상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히고 한국 기업과 대사관의 입장을 조목조목 따졌다.

그는 “한국 기업은 비현실적 최저임금을 협상하는 테이블을 거부했고, 사적으로 공장 안에 군인을 주둔시켰으며, 애도는커녕 조업을 중단하고 뻔뻔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비판하는 한편, “외교부는 한국 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인권 침해에 연루돼, 현지 정부의 인권 침해를 말리기는커녕 이를 자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시민운동단체인 ODAWatch 윤지영 팀장은 “한국 정부는 위선전인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외교비전은 ‘지구촌 행복’으로 국제적으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있는데 이것은 가식이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또, “외교부는 각국 노동자를 비롯한 이웃나라 시민들과 함께 해야 하는데, 이런 사태를 저질렀다”며 규탄하고, “정부는 캄보디아 노동자 인권만이 아니라 국내 노동자에 대해서도 책임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대 ‘안녕들하십니까’에 참여하는 김현우 학생은 “교과서에 우리 나라 경제가 발전해 다른 나라로 진출했다고 해서 좋은 것인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제국주의가 별 거 인가”라고 묻고 “돈 벌려고 다른 나라 노동력과 자원을 착취하고 이에 반발하면 국력으로 진압하는 것이 제국주의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정부를 규탄, “안녕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문제가 되면 삭제...박근혜 정부의 소통방식?


정영섭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사무국장은 “한국 자본이 천박하기 그지 없다”며 “동아시아 전체 노동자의 노동권, 인권적 관점에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규탄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주로 농축산 일을 하는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들도 열악한 노동 조건에 있다”며 “이들도 고국 현실에 분노,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처장은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페이스북에 공지를 올렸다가 문제가 되니까 자체 삭제했고, 외교부는 면담 요청에 서면으로 질의하라고 제출하라고 했다”며 “이것이 박근혜 정부의 소통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나 사무처장은 또, 어깨에 태극기를 달고 있는 진압 군인 사진을 가리키고 “그는 캄보디아 군인이든 한국 경비 용역이든 모두 문제”라며 정부에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정혜원 전국금속노동조합 국제국장은 “1980년 광주에서 일장기가 있었다면 어떠했겠는가”라며 “그런데 한국 정부는 덮으려고만 한다”고 규탄, “반드시 진상을 알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언론에서 그가 사설 경비용역이라는데 용산참사 때 경찰은 사설 용역과 함께 철거민을 죽음으로 내몬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라고 규탄했다.

노동·인권 단체...12일 추모집회, 13일 현지 진상 조사

이날 단체들의 규탄 기자회견은 필리핀, 태국, 홍콩, 영국, 터키 등 세계 노동단체와의 공동 행사로 진행됐으며 계속적인 대응으로 예고했다.

이들은 1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캄보디아 노동자 추모집회를 열 계획이며, 13일에는 영국, 홍콩, 대만, 필리핀과 한국이 참여하는 국제 노동인권 단체 ATNC 네트워크와 함께 현지를 방문, 진상조사를 진행한다.

국내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들도 11일 저녁에 경기도 안산에 모여 훈센 캄보디아 정부의 부정선거 문제와 노동자 탄압 그리고 한국 정부의 책임에 대한 단체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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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 이명박 , 최저임금 , 유혈진압 , 약진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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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희망

    태극기 단 군인 911 공수여단 소속 맞고,, 한국퇴역군인들 이 부대교관으로 지금까지 근무.. 그래서 이번 한국기업 요청에 바로 달려 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