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괴담’넘어 ‘현실’되나...100만 서명운동 돌입

“의료비 폭등 기정사실화...민영화 저지 강력 투쟁할 것”

의료민영화를 둘러싼 노동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정부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등은 의료민영화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을 선포하며,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정부 역시 지난해 말 철도민영화에 이어, 올 초부터 의료민영화 추진을 밀어붙이며 다시 한 번 ‘민영화’를 둘러싼 노정 대결을 예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의료민영화 논란은 철도노조의 민영화 저지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달 13일,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 발표를 계기로 확산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자법인(子法人) 설립 허용을 비롯해 부대사업 범위 대폭 확대, 의료법인간 합병 허용, 의료광고 허용, 대형병원 외국인 환자 병상 규제 완화, 법인약국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사실상의 ‘의료민영화’ 사업을 본격화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연설도 의료민영화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 교육 등 5대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며, 서비스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투자 관련 규제를 백지 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 보건, 의료 등 5대 유망 서비스 업종별로 관계부처 합동 TF를 구성해 규제완화를 포함한 정부 대책을 신속히 이행토록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이 가시화되면서, 노동계와 시민사회 등은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선포하고 나섰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3일 오전,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전면적 의료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해 제 노동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민들과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라며 “그 시작으로 의료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감기 치료 10만 원, 맹장 수술비 1,000만 원은 괴담이 아니라 미국 의료의 엄연한 현실”이라며 “영리병원, 영리약국이 사실상 허용되면 그로 인해 의료비가 상승하게 되고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낮아져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그만큼 커진다. 박근혜 정부의 의료 정책은 영리병원과 민간의료보험이 의료를 장악하고 환자의 건강을 돈벌이로 보는 미국식 의료체계로 향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재길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의료기관의 자법인에서 의료기기를 판매하게 되면, 수익을 내기 위해 22만 원짜리 발목관절 보조기가 필요한 환자에게 48만 원짜리 수동 휠체어와 167만 원짜리 전동 스쿠터를 처방하는 등 돈벌이 영리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의료비 폭등이 자명할 뿐 아니라, 건강보험 공단의 재정을 파탄내고 결국에는 근간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온갖 방법으로 의료기관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100만인 서명 운동을 통해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은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재벌의 배만 불리는 정책을 끝장내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지난 3일 긴급 회의를 통해 민영화 저지를 위한 투쟁본부로 전환한 상태다. 노조는 올 한해,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1월부터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투쟁을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로 민영화”라며 “보건의료노조는 9일부터 전국의 환자 및 보호자를 상대로 의료민영화 저지 선전전 및 서명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 소속 의사들도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3월 3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협 내부에서도 의료민영화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고, 의협 총파업 결의문에도 ‘의료민영화’라는 언급이 제외되면서 사실상 ‘수가인상’을 위한 정부와의 기 싸움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경자 부위원장은 “의협이 3월 3일 의료민영화 저지 파업을 예고한 것은 감사하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야합해 수가만을 인상하는 투쟁이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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