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사망사고, ‘불법파견’ 때문...죽어서도 ‘차별’당하나

안전시설, 교육 미비했던 현장...‘불법파견’ 시정도 하세월

지난 6일 발생한 전남 영광 한빛원전 방수로 사망사고가 다단계 불법 하도급과 안전시설 미비로 인한 ‘인재’라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지만,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오전, 한전KPS직원 김 모 씨(55세)와 D도급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문 모 씨(35세)가 한빛원전 냉각수 방수로에서 잠수작업을 하던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중 문 씨는 잠수원이 아닌 보조원으로, 잠수겸험이 없는 상태에서 방수로에 입수 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씨는 수경과 잠수복도 착용하지 않고, 안전화와 작업복만을 입은 채 산호호스를 가지고 입수한 것으로 알려져 원청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와 함께, 원청의 안전지침 미비 논란이 도마 위로 올랐다.

안전시설, 교육 미비했던 현장...죽어서도 ‘비정규직’ 차별 당하나

사고 이후,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은 한수원과 한전KPS 측에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사망한 문 씨의 경우, 한전KPS측 정규직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보상 문제에 있어서도 차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성철 공공비정규직노조 전남지부장은 “아직 유족 보상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한전KPS 정규직의 경우, 단체협약에 보상 문제도 나와 있지만 문 씨의 경우 도급업체인 D회사에 소속된 비정규직이라 엄청난 차별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며 “노조 측에서는 KPS직원과 차별 없는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이후, 노조 측에서는 원청인 KPS 직원의 지시도 없이 문 씨가 입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원청의 작업 지시 의혹을 제기해 왔다. 박 지부장은 “잠수 경험도 없고 보조원 역할을 하던 문 씨가 입수를 한 것은 원청이 지시를 했다고 밖에 볼수 없다”며 “하지만 원청이나 한수원은 빨리 유가족과 합의해 사건을 끝내려고만 할 뿐, 노조 및 대책위와의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고 당시 원청의 안전지침과 안전시설이 미비했고, D업체의 안전교육도 시행되지 않았으며 문 씨의 구조작업에 대한 중단조치도 취하지 않아 원, 하청의 안전 부주의 문제가 도마 위로 올랐다.

또한 노조는 “사망사고가 일어나자 한수원과 KPS는 사망자들의 부주의로 익사했다는 주장만을 했고, 노동부와 경찰도 아직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상규명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한빛원전 5호기 정비업무를 전면 중단토록 지시하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안전시설과 지침, 교육과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이기에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며, 노조는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수립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빛 원전 사망사고, ‘다단계 불법 하도급’ 때문

이번 한빛원전 사망사고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다단계 불법 하도급’에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은 발전설비의 유지, 보수 업무는 한전KPS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 KPS는 1990년대 후반부터 민영화 대상으로 지목돼 정비업무를 지속적으로 외주화 했다. 사망한 문 씨가 소속된 도급업체 D회사 역시 한전KPS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곳이다.

하지만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문 씨가 속한 작업장을 비롯해, 원자력 산업 대부분에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이 횡행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문 씨가 사망했을 당시에도, 그는 D업체가 아닌 원청의 작업 지시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한전KPS가 D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정상적 도급이 아닌 한전KPS직원의 지시를 받으며 일을 했기 때문에 불법파견”이라며 “똑같은 업무를 하는 월성원전에 대해 노동부 포항지청이 불법파견으로 인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월성원전 내 경상정비 보수 업무를 하는 용역노동자들은 한전 KPS를 불법파견으로 고소했고,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지난달 30일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오는 23일까지 시정할 것을 명령했다. 노조는 “그런데도 십 수년 동안 파견법을 위반해 왔던 한전KPS가 사과는 커녕 1월 23일까지 이행해야 할 어떤 책임 있는 조치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도 1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2013년 기준 원자력 정비분야의 하청업체 숫자는 거의 200여개에 달한다. 수천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기술교육,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 위험한 업무에 저임금으로 투입되고 있다”며 “이번 냉각수 방수로 업무에서도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수영조차 못하는 노동자를 잠수업무에 투입했던 것에 비춰 볼 때,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환경과 엄청난 위험에 노출돼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원자력을 비롯한 발전, 가스, 철도 등 국민 삶과 직결된 각각의 공적 공간에 대한 효율화 및 비용절감이 사실상 아웃소싱, 외주화, 무분별한 경쟁을 통해 안전의 실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문제, 안전의 외주화 및 사유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공공비정규직노조 소속 울진 및 월성 등 원자력 노동자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며 매일 중식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4일에는 월성, 울진, 영광 경정비 용역노동자 200여 명이 한전KPS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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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bs

    한수원이 어수선하다 하더니만 진짜뭐이래
    한수원원 뭐고 한전과 한전코피에스는 뭐고 그나물에 거밥이가 조선시대 머섬도 아이고 공기업에서 모법을 보이시지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