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속 크레인 오른 레미콘 노동자, “노조 만들었다고 계약해지”

아주레미콘 분회장, 사무장 크레인 고공농성 돌입...‘노예계약 못 참아’

인천에 위치한 아주레미콘 노동자들이 부당해고와 노조인정을 요구하며 크레인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건설노조 수도권서부건설기계지부 아주레미콘분회 이창재 분회장과 최형재 사무장은 14일 새벽 3시 경, 서울 마포구 아현동 ‘공덕자이’ 아파트 현장에 있는 40미터 높이의 크레인 농성에 돌입했다.

[출처: 건설노조]

앞서 아주산업 인천레미콘공장에서 일해왔던 레미콘 노동자 41명은 지난해 11월 28일, 건설노조에 집단으로 가입했다. 이에 사측은 노조 가입 직후인 11월 말, 이창재 분회장과 최형재 사무장에게 즉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크레인 고공농성에 오른 이창재 분회장은 “회사 측에서는 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에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며 구두로 통보했고, 구제해 줄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이후 본사로 여러 번 찾아가 대화 좀 하자, 계약해지와 관련한 내용증명이라도 보내 달라며 요구했지만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고만 했다”고 설명했다.

인천레미콘공장 노동자들은 11월 2일부터 45일간 전면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사측이 대화에 나서지 않은 채, 노조 지도부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이창재 분회장은 “45일 동안 별 짓을 다하며 회사와 이야기 하자고 해도 ‘나와는 이야기 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하던 회사가, 고공농성에 돌입한 후에는 ‘내려와서 이야기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며 “회사가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노조를 인정할 때까지 무기한 고공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는 레미콘 노동자들은 일명 ‘노예계약서’를 강요받으며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지난해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수도권 레미콘 3600여 대는 적정 운송료, 연장수당 지급, 노예 도급계약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동맹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레미콘 노동자들의 도급계약서에는 노조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조합원으로 가입하거나 노조를 결성할 경우, 노조 의복이나 머리띠를 착용했을 경우, 단체 교섭을 요구했을 경우,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항목도 존재한다.

약 8년 동안 레미콘 운송료가 정체되면서, 노동자들의 생계도 직접적인 타격을 맞고 있다. 이 분회장은 “거리에 상관없이 1회 운송료로 3만 2천원을 받는다. 하지만 1억 1천 만 원의 레미콘을 구입한 후, 월 3~4백 만 원의 할부금을 갚고, 보험료, 차 수리비를 제하고 나면 월 150만 원 정도 밖에 벌지 못한다”며 “레미콘 노동자들은 대부분 40대가 넘는 가장들인데, 이 돈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정부에서 고시한 표준임대차 가격이 존재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빚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이 분회장은 “정부가 고시한 표준임대차 가격을 지키지 않아 신고할 경우, 상벌 규정이라 사측과 노동자들 모두 벌금을 물어야 한다. 특히 이런 것을 신고했다가는 회사가 재계약을 거부해 어디다 하소연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도급계약서가 부당하다는 것을 노동자들도 알고 있다. 사인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레미콘 기사를 하지 않으면 먹고살 길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1년 단위 계약을 맺는다”며 “지금까지 회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해왔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주레미콘 부당해고에 이어, 쌍용레미콘에서도 노조 간부 부당해고 사건이 이어지면서 레미콘 회사들의 노조 와해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노조 수도권서부건설기계지부 관계자는 “아주레미콘에 이어, 쌍용레미콘에서도 12월 중순 경 분회장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조합사를 중심으로 노조를 탄압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아주레미콘 투쟁이 11월, 레미콘 동맹파업의 연장선상에서 이어져 온 만큼 이후 투쟁 양상도 자본대 노조의 대결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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