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희생자 ‘강제부검’한 정병두 검사가 ‘대법관’ 후보라니

용산참사 5년만에..수사검사는 대법관 후보, 경찰청장은 한국공항공사 사장돼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시신을 강제로 부검하고, 수사기록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병두 전 검사(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가 대법관 후보로 추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용산참사 5주기인 1월 20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발표된 일이라 유족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로 정병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5명을 추천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조만간 5명의 후보 중 1명을 선정해 청와대에 제청할 예정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정병두 대법관 후보는 지난 2009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재직 당시 용산참사 사건 관련 합동수사본부 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경찰특공대의 무리한 진압으로 5명의 철거민이 목숨을 잃었지만 정병두 후보자는 경찰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유족의 동의 없이 시신을 강제부검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3천 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아 증거 은폐 의혹도 일었다.

특히 대법관 후보자 중 한 명을 선정하게 되는 양승태 대법원장 역시 판사 시절 용산참사 철거민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전력이 있어 유족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과 ‘용산참사 5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는 17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참사에 대해 편파, 왜곡 수사를 한 검사 정병두의 대법관 후보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참사 희생자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는 “정병두 검사는 여론이 무서워 시신을 유가족 몰래 빼돌려 강제 부검을 했다. 그는 ‘불법시위자와 테러범은 가족의 동의 없이도 부검을 할 수 있다’는 막말까지 했다”며 “용산참사 살인마 김석기를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한 것도 모자라, 또다시 철거민을 살인학살 한 정병두를 대법관으로 앉히려고 하나. 이는 박근혜 정부의 독재정치의 시작이다. 유족들은 정병두를 내려앉히고 김석기를 퇴진시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도 “유가족 동의 없이 시신을 강제 부검했던 검사가 대법관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비참했다. 그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대화 좀 하자고 망루에 오른 사람들에게 학살을 저지른 인물”이라며 “만약 그가 대법관 자리에 오른다면, 유족들은 매일 아침 대법원 앞에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희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대표는 “용산참사 5주기 추모 주간에 이런 소식을 전해 참담하다”며 “박근혜 정부는 용산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를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하더니, 이제는 용산학살 수사본부장이었던 정병두를 대법관으로 앉히려고 한다. 유가족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정병두 대법관 후보자는 광우병 논란을 취재한 PD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해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수사하고, 전교조 시국선언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한 바 있어 ‘권력형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2009년 이명박 정권에 국민이 분노했고, 전교조 교사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이 시국선언에 나섰다. 시국선언에서 표현의 자유와 정권각성 등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정병두 검사는 국정원과 모의해 의도적으로 수사를 부풀리고 기획수사를 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전교조 교사들이 해직됐다. 정치검찰인 정병두의 대법관 후보 추천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영국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정병두 검사는 용산참사 당시 5명의 철거민들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고, 반면 경찰에 대한 수사는 은밀히, 소극적으로 진행했다”며 “또한 그는 수사했던 기록 3천 쪽을 법원에 끝끝내 공개하지 않는 등 증거를 은폐했던 장본인이다. 결격 요건을 갖춘 정치검찰이 대법관 후보가 됐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단은 기자회견 직후 대법원에 정병두 대법관 후보에 반대하는 유가족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김석기에 이어 정병두 까지, 용산참사 학살에 대한 훈장이라도 수여하려는 것이냐”며 “용산학살 진압 책임자 김석기의 공기업 사장 임명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듯 분노스럽고 원통한 유가족들의 가슴에, 또 다시 정병두 대법관 임명이라는 대못을 박지 말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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