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가짜 노조원’ 집단 가입 의혹

교섭대표노조 확정 앞두고 부당노동행위, 복수노조 악용하나

복수노조 사업장인 유성기업 회사가 친회사 성향의 제2노조와 손잡고 노조법상 사용자인 사무관리직 직원 70명가량을 ‘가짜 노조원’으로 이 노조에 집단 가입시킨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유성지회)가 교섭대표노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가 불법을 저지르면서 노사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간다고 유성지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사용자인 사무관리직 70명 노조 가입?...노동부 진정
“금속노조 유성지회 무력화하기 위해 지배개입”


유성지회는 “회사가 금속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사무관리직원을 제2노조인 유성기업노조(유성노조)에 대거 가입시키는 등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유성지회는 관련사건 조사와 시정조치를 요구하며 20일 오전 회사와 유성노조 등을 상대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진정을 냈다.

지회에 따르면 유성노조에 가입했던 생산직 노동자들이 다시 유성지회에 가입하면서 작년 12월 말 기준 조합원 수가 330명가량으로 증가한 반면, 유성노조는 220명 이하로 감소했다.

정일선 유성아산지회 사무장은 “창조컨설팅과의 노조파괴 공작으로 사무관리직원 50명가량이 2012년 유성노조에 집단 가입했다 손치더라도 이 노조 조합원은 270명가량이다”며 “게다가 작년 말 이 노조 조합원 7명이 정년퇴직했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상대적으로 조합원 수가 많은 유성지회가 오는 24일 올해 단체협약 교섭에서 교섭대표노조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올해 1월 9일 회사의 교섭요구노조 확정공고에 따르면 유성노조 조합원 수는 1월 6일 기준 342명으로 드러났다. 이 노조 조합원 수를 270명 기준으로 했을 때 70명가량이 일시 증가한 것으로, 유성지회 조합원 수보다 12명가량 많다.

관련해 유성지회는 “1월 6일까지 유성지회를 탈퇴한 조합원은 단 한 명도 없다”면서 “1월초부터 신정연휴와 주말이 겹쳤다는 점에서 유성노조 조합원 수가 342명으로 부풀려진 것은 사무관리직원의 조직적인 일시투입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성노조의 조합원 수가 342명이라는 것은 2012년 집단 가입한 사무관리직원 50명 외에 추가로 사무관리직원 70명 이상이 또 다시 투입됐다는 의미이다”고 꼬집었다.

[출처: 유성영동지회]

게다가 ‘가짜 노조원’으로 추정되는 사무관리직원은 사용자에 속해 노동법상 노조 조합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엔 노동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자 일각에선 사무관리직원의 집단 노조 가입이 아니라 유성노조와 회사가 짜고 조합원 수를 342명으로 부풀려 신고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태현 민주노총 법률원 노무사는 “회사가 사무관리직원을 집단 투입했거나 유성지회가 교섭대표노조가 되는 것을 막고자 일단 노조원을 부풀려 신고한 뒤 회사가 선심 쓰듯 이후 노조별 개별교섭을 하겠다고 선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부는 유성노조의 조합원수를 비롯해 회사의 지배개입 여부 등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기업,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끝났다며 개별교섭 요청
“회사가 복수노조 악용해 어용노조 실체 인정에 안간힘”


유성지회가 관련사건 진정을 20일 오전에 내자마자 회사가 같은 날 오후 개별교섭을 통보한 것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켰다. 회사는 유성노조가 1월 17일 올해 임단협 개별교섭을 요청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가 종료됐다며, 유성지회와도 개별교섭을 하자고 밝혔다.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노조 조합원 수를 부풀린 회사가 부담을 느껴 대표교섭노조를 가리지 않겠다는 의도”라며 “이 나라 법이 개떡 같아 회사가 복수노조법을 악용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출처: 유성영동지회]

하태현 노무사는 “회사는 2011년 하반기 유성지회 조합원 수가 많아도 유성노조와 개별교섭을 했고, 2012년 유성노조 조합원 수가 많아지자 유성지회를 배제하고 이 노조를 대표교섭노조로 삼았다. 올해 유성지회 조합원 수가 많아지자 유성노조에 개별교섭권을 줬다”며 “회사는 무조건 어용노조에 교섭권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복수노조법은 결국 사용자가 교섭 대상을 선택하는 법으로 전락했다”며 “어용노조에 교섭권을 몰아주거나 여의치 않으면 개별교섭으로 가져가 이 노조의 실체를 인정하고 혜택을 주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정일선 사무장은 “개별교섭 여부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노조는 잘못된 것에 대해 분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며 “향후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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