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사관, 철도노조 반대시위 보수단체 조직동원 의혹

샌프란시스코 한국철도노조 연대집회, 우익단체 방해로 충돌

샌프란시스코 한국 영사관이 한국 철도노조 지지 시위를 막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현지의 한국 보수단체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 독립언론 <인디베이>에 따르면, 지난 17일 샌프란시스코 한국 영사관 앞에서 철도노조 지지 시위를 벌이던 샌프란시스코 운송노동자연대위원회(TWSC) 등 지역 사회운동 단체들이 시위를 방해하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충돌했다.

<인디베이>는 이날 충돌과 관련해 “한국 영사관이 미국 국무부와 협조해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보수적인 한국인들과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미국 서부지회 샌프란시스코 지역 노인회’를 동원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인디베이>는 또한 “박근혜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한국 영사관이 (보수적인) 시위 방해자들에게 돈을 주었다”며 “한국 정부(영사관)가 박근혜 정부와 국가보안법, 제주해군 기지를 지지하는 푯말을 만들어오기 위해 여성 노인들에게 돈을 지불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집회 주최측의 주장을 전했다.

20일 유투브에 공개된 “한국 영사관이 한국 철도 노동자에 대한 연대 집회를 방해했다”는 제목의 동영상은 현장의 소란을 생생하게 전한다.



동영상에는 20여 명의 철도노조 지지자들이 “한국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보장하라”, “박근혜 정부는 사유화를 중단하라” 등의 대자보를 들고 집회를 진행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그러자 30여 명의 현지 보수단체 회원들은 “국민경제 위협하는 불법파업 엄벌”, “종북세력 물러가라”, “김정은 타도”, “국보법 강화” 등의 푯말과 태극기를 들고 집회를 방해했다. 이들은 또한, 영어로 “우리는 박근혜를 사랑한다”, “노동조합은 엿 먹어라”, “북한으로 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철도노조 지지자들을 위협했다. 이들은 철도노조 지지 시위 참가자들에게 “이 자식아” 등의 욕을 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동영상에서는 또 한국 영사관이 미 국무부가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보수적인 한국인들과 언론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집회 현장에 한국 영사관 직원과 함께 있는 미국 국무부 외교보안부(DSS) 직원의 모습이 공개됐고, 국무부 인가 번호판이 달린 차량이 발견됐으며, 집회 방해자들이 영사관 직원에 상황을 알리는 모습으로 추정되는 장면을 담았다.

우익한인단체, “북으로 가라”...미국노동자, “머물 수 있는 게 민주주의”

샌프란시스코 운송기관(BART)의 노동자로 최근 현지 파업을 이끈 조지 피거로아(George Figueroa)는 “한국 보수 단체들이 우리에게 북으로 가라고 얘기했지만 난 ‘우리는 여기 있을 것이다’라고 얘기했다”며 “당신이 알듯, 그게 바로 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정부가 한국에서처럼 보수적인 한인들, 참전 군인들을 동원해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막으려 한다면, 그럴수록 한국은 노동 탄압 국가이자 민주주의 탄압 국가라는 오명만 얻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 북미국은 22일 <참세상>에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확인 결과, 시위는 있었지만 영사관이 돈을 주고 동원했다는 보도는 사실 아니라는 구두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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