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 누가 왜 나섰나?

마이단 광장에서 선 평범한 사람들, 야권과 우익

“야권은 단지 권력을 장악하고 싶어할 뿐이에요. 난 자유를 위해 그리고 권리가 존중될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기 때문에 이곳에 있어요. 침묵하지 않을 겁니다.”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 수도 키예프 ‘마이단 네잘레즈노스티(독립광장)’에 사는 우크라이나 중부 리비우 출신의 이고르가 말했다. 그는 야권이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정부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티비를 보는데 정부 때문에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라며 “나는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그의 부모는 키예프에 가지 말라고 했지만 허사였다고 독일 진보언론 <타츠>가 23일 전했다.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는 정부가 유럽연합과 경제 협력을 위한 협정에 나섰다가 작년 11월 체결을 중단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 올 초 잠시 잦아들었지만 며칠 전 정부와 여당이 시위 참가자 처벌과 야권 성향 언론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한 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켜 다시 불이 붙었다.

도시 속의 도시, 마이단

[출처: www.taz.de 화면캡처]

언론들은 주로 불에 타는 격전지를 조명하지만 마이단과 키예프 중심가에는 천막 농성도 진행된다.

많은 시위대의 공동 생활에도 불구하고 마이단 광장은 시위가 일어나기 전 보다도 더 깨끗하다. 마이단은 실제 도시 속의 도시를 이뤘으며 바리케이트에 둘러싸여 있다. 광장에 상주하는 시위대 외에도 많은 이들은 일이 끝나면 광장으로 온다. 사람들은 단순히 광장에 있다가 돌아가거나 아니면 식료품이나 의약품을 사들고 와 지원하기도 한다. 바리케이트를 짓는 일을 돕기도 하고, 의사들은 병원에서 진료가 끝나면 이곳을 찾아 환자들을 돌보기도 한다.

딸과 함께 키예프에서 살고 있는 갈리나는 업무 후에는 거의 매일 마이단으로 찾아온다. “난 내 딸이 뒷뜰에서 백만장자에게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되고도 자신의 실수로 사망했다고 비난받을 수 있는 나라에서 자라길 원치 않아요”라고 말한다.

현지를 취재한 <타츠>에 따르면, 마이단의 시위 참여자들은 식당종업원, 서비스업체 노동자 등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정부도 야권도 믿지 않으며 러시아와 서구로 나뉘어 정치와 경제를 장악한 두 지배세력에 이제 충분히 기회를 주었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 지지하는 야권연대...“그놈이 그놈”

[출처: www.taz.de 화면캡처]

우크라이나엔 크게 5개의 정당이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여당인 ‘우크라이나지역당’, 오렌지혁명을 이끈 율리아 티모셴코의 ‘조국당’, 세계 권투챔피언 출신으로 당수를 맞고 있는 비탈리 클리츠코의 ‘개혁민주동맹’, 극우 민족주의의 ‘스바보다(자유)당’ 그리고 전 우크라이나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을 계승한다고 자처하는 ‘공산당’이 있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는 언급한 순으로 지지율을 확보했지만 현재는 비탈리 클리츠코의 ‘개혁민주동맹’과 ‘스바보다당’에 대한 지지율이 보다 높아졌다.

공산당 외 나머지 3개 야당은 야권연대를 만들고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23일 독일 좌파포털 ‘링케차이퉁’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의 부패, 반민주주의를 비판하는 한편, 유럽연합과 협력을 주장한다.

이러한 야권연대는 모두 공식, 비공식적으로 미국과 독일의 지원을 받고 있다. ‘개혁민주동맹’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교민주연합(CDU)’이, ‘스바보다’는 독일 나치당인 ‘민족민주당(NPD)’이 지원한다. 지역적으로도 러시아와 가까운 동부에서는 여당이, 유럽과 가까운 서부에서는 야권연대가 각각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여당은 오렌지혁명 후 일정하게 민주화됐던 정치제도를 후퇴시키고 폭력정치와 부패로, 오렌지혁명을 이끈 ‘조국당’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부패로 신임을 잃었다. 그 사이에서 ‘개혁민주동맹’이 부상하고 있지만 자유주의적인 성향의 이 정당이 우크라이나인들의 갈망에 얼마나 화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익 세력 확대

[출처: www.taz.de 화면캡처]

<타츠>는 우크라이나에서의 폭동은 무엇보다 우익과 극단주의자들 때문이라고 전한다.

시위대를 억압하는 법안 발표 후 격렬한 충돌은 야권을 포함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시위 현장에서 우익 세력은 점점 강화됐고 급진화되고 있다. 이들에겐 알려진 지도자는 없으며 인터넷을 통해 조직된다. 이들은 얼마 전 러시아 소셜네트워크인 ‘VK’에서 팔로어 1만명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최근 며칠 만에 그 수가 2만명으로 증가했다. 그들은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거부하며 국가주의적인 혁명을 원한다.

우익 세력들은 무엇보다 정부뿐 아니라, 미국과 독일으로부터 후원을 받으며 권력자와 비밀리에 협력해온 전통적인 야권에 대한 실망에 기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3일, 3개 야권 지도자들과 만나 양측 모두 유혈충돌을 자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협상 결과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고 시위자들도 반발해 저항과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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