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여, 연대의 손을 놓지 마세요”

[2신] 2차 희망버스 연대 다짐하며 1박2일 일정 마무리

<2신> 1월 26일 17:30
“희망버스여, 연대의 손을 놓지 마세요”
2차 희망버스 연대 다짐하며 1박2일 일정 마무리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26일 오전 고 유한숙 어르신 분향소(영남루 맞은편) 앞에서 집회를 했다. 이들은 각자 돌아가서도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과 핵발전소 반대 싸움을 해 나갈 것을 약속하며 1박 2일 일정을 마쳤다.

  희망버스 참가자가 26일 행사를 마친 뒤에도 선뜻 자리를 못 뜨고 있다. [출처: 용석록 기자]

이들은 분향소 앞 기자회견에서 “죽고 싶다는 밀양 주민의 말에 답하는 이가 없다. 경찰, 한국전력, 대통령도 침묵 뿐이다. 누군가는 이 침묵을 깨야 했다. 우리는 침묵울 깨고 희망을 말하기기 위해 왔다. 우리는 송전탑은 중요해도 주민은 거들떠도 안 보는 정부와 한전에게 우리 모두가 밀양임을 알렸다”고 했다.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 염형철 공동집행위원장은 “사회가 핵발전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밀양 어르신들의 싸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밀양의 눈물, 외로움, 서러움과 고통을 안다면 주변 한 사람에게라도 밀양을 알리자”며 연대를 호소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김준한 공동대표는 “4천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밀양을 찾았고 이들과 함께한 송전탑 반대 싸움은 밀양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 주민을 대표해 정임출(73,부북면 평밭마을) 할머니는 “많이 찾아와 줘서 고맙고 목숨을 아끼지 않고 철탑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온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25일 밤 10시부터 각 마을로 배정돼 마을 주민과 26일 오전까지 함께 했다. 이들은 각 마을별로 송전탑 공사 현장을 찾아갔고 경찰과 충돌을 빚은 현장도 있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핵 없는 나라, 송전탑 없는 고향'을 외치며 밀양에 연대할 것을 약속했다. [출처: 용석록 기자]

"우리는 정의로운 전기를 원한다"

대구에서 참가한 이는 “어르신들을 통해 원전과 국가에너지정책에 대해 깊이 고만하게 됐다”며 고마운 뜻을 전했다.

강원도 참가자는 밀양 송전탑 싸움이 있기 전에는 강원도에 7675kV 송전탑이 이미 333개나 세워져 있는 걸 몰랐다고 했다. 백두대간에 흉측하게 철탑이 꽂힌 걸 이제야 알았으나 지금부터라도 송전탑 반대 싸움에 함께 하겠다고도 했다.

전북에서 참가한 이는 아침에 산외면 골안마을 107번과 108번 철탑에 올라갔는데 네 발로 기다시피 올라갔다고 했다. 그는 주민들이 매일 그런 산을 오르내리며 싸운다는 걸 이번 희망버스를 통해 알게 됐다며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참가자들은 마무리 집회에서 “우리는 정의로운 전기를 원한다,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밀양 송전탑은 밀양 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라며 앞으로도 연대할 것을 약속했다.

울산에서 참가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25일 문화제가 끝나고 단장면 용회마을에서 마을 주민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었다. 울산 2차 밀양희망버스에는 1,439명이 연서명하여 기금을 마련했고 400여 명이 희망버스에 참가했다. 기금은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연대 기금으로 쓰여질 예정이다.


<1신> 1월 25일 08:00
밀양희망버스, 송전탑 공사 중단 외치며 3천명 거리 행진
주민들 공사 막으려 싸워도 완공 철탑 늘어나 걱정


밀양 765kV 송전탑에 반대하는 밀양2차희망버스 참가자 3천여 명은 25일 밀양시청과 밀양역에서 집회를 하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송전탑 반대'와 '핵발전소 반대' 손 피켓을 들고 행사에 참여했다.

  밀양시청 앞 집회에서 여수에서 참가한 이들이 마을에 세워진 송전탑 사진을 보여주며 송전탑은 꼭 막아야 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출처: 용석록 기자]

  희망버스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시청 앞 집회에 참여했다. [출처: 용석록 기자]

시청앞, 참가자들 손피켓 들고 송전탑 공사중단 요구

밀양 시청 앞 집회는 김철원 밀양시농민회 정책실장 사회로 진행됐다. 경찰은 시청으로 들어가는 모든 통로를 막고 차벽을 쳤다. 집회가 시작되자 참가자와 밀양 주민의 발언이 이어졌다.

여수시 율촌면 봉두마을에서 온 주민 4명은 “우리마을에 송전탑이 세워지고 암과 뇌출혈로 공포감이 확산됐다. 땅값이 떨어지고 거래도 안 된다. 사람잡는 송전탑 뽑아가라”고 소리쳤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과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이용길 노동당 대표, 이현주 녹색당 운영위원장도 집회에서 송전탑 반대를 주장하며 발언했다. 성원기 삼척핵발전소반대대책위 공동대표와 용산참사 유가족 이충연 씨도 참석해 모두 힘을 모아 송전탑을 막아내자고 했다. 밀양 주민 한옥순(부북면) 씨는 “희망버스가 오니까 천군 만군 얻은 듯 힘이 난다”고 말했다.

오후 3시부터 거리행진에 나선 이들은 ‘폭력경찰 물러가고 송전탑 공사 중단하라’고 외치며 한전이 4개면 경과지 주민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출처: 용석록 기자]

[출처: 용석록 기자]

[출처: 용석록 기자]

  희망버스 참가자 3천여 명이 밀양 시내를 행진하며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출처: 용석록 기자]

원전 폐기, 송전탑 공사 중단 요구하며 3시간 넘는 거리 행진

참가자 3천여 명은 밀양 시내 1차선 도로에 1km가 넘는 행렬을 지어 시청 - 영남루 분향소 - 한전밀양본부 - 밀양역까지 5.5km를 행진했다.

행진에서 밀양시농민회 김철원 국장은 “한전 자료만 봐도 잘못된 송전탑 공사로 9년째 싸우다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공사를 중단하고 대화로 송전탑 문제 해결하자”고 외쳤다.

  가두행진에서 밀양시농민회 김철원 국장이 공사 중단과 대화로 송전탑 문제 해결하자고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출처: 용석록 기자]

참가자들은 ‘생명이 전기보다 소중하다’고 쓴 손 피켓을 들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손을 흔들고 지지하는 모습도 여러곳에서 보였다. '밀양 바로세우기 시민운동본부' 소속 40여 명은 ‘희망버스는 필요없다’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으나 충돌은 없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고 유한숙 어르신 분향소 앞 밀양교 난간에 하얀 국화를 매달며 항의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출처: 용석록 기자]

  참가자들이 영남루 맞은편 노상에 있는 고 유한숙 어르신 분향소 앞을 지나고 있다. [출처: 용석록 기자]

참가자들은 지난해 12월 2일 음독자살하고 아직 장례를 치루지 못한 고 유한숙(당시 74세, 밀양 삼동면 고정리) 어르신 분향소 앞에 멈춰 추모의 시간을 갖었다. 분향소 앞에서 유족 유동환 씨(45)는 “아버지는 765kV 송전탑 때문에 돌아가셨다”며 한전과 밀양시에 사과와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고 유한숙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 경찰이 병원을 찾아갔을 때 직접 ‘송전탑 때문에 음독했다’고 했으나 경찰은 복합적 원인으로 음독했다고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분향소 앞 밀양교 난간에 하얀 국화를 매달며 항의와 애도의 뜻을 표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한전 밀양지사 앞에서 송전탑 공사에 항의하고 있다 [출처: 용석록 기자]

분향소에서 이어 행진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한전 밀양지사 앞에서 한전에 항의했다. 경찰은 한전 앞에 미리 차벽을 치고 막아섰다. 참가자들은 차벽에 ‘공사 중단’ 스티커를 붙이며 한전에 항의했다. 항의가 길어지자 경찰은 선무방송으로 불법집회에 해당한다며 거리행진을 이어갈 것을 요구했다.

문화제, 3천명 들어서자 비좁았던 밀양역

  '우리가 밀양이다' 희망버스 참가자 3천여 명이 밀양역 앞에서 문화제를 열었다. [출처: 용석록 기자]

저녁 6시 30분까지 세시간 넘게 행진한 참가자들은 밀양역 앞에서 문화제를 진행했다. 3천여 명이 문화제를 진행하기엔 밀양역 광장이 비좁았다.

문화제는 김덕진 천주교인권연대 사무국장 사회로 진행됐다. 문화제는 노래와 춤극 공연이 이어지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발언과 밀양 송전탑 반대싸움 영상 보기, 토크쇼, 밀양 주민 노래공연이 이어졌다.

백기완 소장은 “우리가 모인 건 송전탑 몇 개 뽑자는 게 아니고 한 발짝 역사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가슴 속에 박힌 송전탑을 뽑자”고 했다.

"송전탑 반대와 핵발전소 반대는 동일한 싸움"
전국에서 찾아온 희망버스 참가자 한 목소리


전남 고흥에서 참가한 이종영 씨(55)는 인터뷰에서 작년 화력발전소 싸움 때 밀양 주민들이 세 번에 걸쳐 연대를 왔었다고 말했다. 화력발전소는 군수가 공식적으로 중단을 선언했는데 초기에 잘 대응해서 이긴 것 같다고 했다. 고흥은 화력발전소 초기 계획에서부터 주민들 반대에 강하게 부딪쳤다. 주로 어업으로 생계를 잇는 주민들에게 화력반전소 반대는 설득력을 갖고 빠르게 반대여론이 확산됐다. 고흥에서는 44명이 버스 한 대를 타고 희망버스에 참가했다.

충주에서 온 안병연 씨(44)는 “충주는 송전탑에 대해 잘 모르지만 ‘밀양전’ 다큐 영화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충주에서도 한전 앞에서 송전탑 반대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삼척에서 온 이광우 삼척핵발전소반대대책위 기획실장(51, 삼척시의원)은 삼척에서 핵발전소 반대싸움을 93년부터 해 왔다고 말했다. 93~98년까지 싸워 핵발전소 건설을 백지화 했고, 2004년에는 방폐장 들어오는 것도 막아 냈다. 그는 밀양 송전탑 건설 근본 원인은 핵발전소에 있다며 삼척과 밀양이 동일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삼척에서는 30여 명이 희망버스에 참가했다.

밀양 2차희망버스에는 전국 50개 도시에서 3천여 명이 출발했다. 서울에서는 17대의 희망버스가 내려왔고 울산에서는 400여 명이 참여했다. 경찰은 7천여 명이 배치됐다.

밀양 주민들은 희망버스가 와서 힘을 얻지만 평소에 마을마다 진행되는 공사를 막지 못해 애가 탄다. 현재 밀양 52개 송전탑 예정지 중 8기가 완공됐고 20곳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다. 희망버스가 오는 당일 아침에도 상동면 고정마을에서 주민 한 사람이 한전 작업 차량을 막으려다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26일 오전 11시 영남루 맞은편에 있는 고 유한숙 어르신 시민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정을 마무리한다.
덧붙이는 말

용석록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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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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