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차 정리해고 승소자들, 1730일만에 다시 공장앞에 서다

"법원 판결대로 해고자 복직 계획 밝혀라" 회사에 촉구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의 쌍용차 회계조작에 의한 부당해고 판결 이후 창원과 부산에서, 인천 등 생계를 위해 전국에 흩어져 있던 조합원들이 다시 평택공장 앞에 섰다. 공장에서 쫓겨난 지 1,730일만의 일이다.

[출처: 뉴스셀]

회계조작에 의한 부당한 정리해고로 일터에서 내몰린 노동자들은 가족에게도 사회에게도 낙오자처럼 취급 받아 고통 받았다. 70통의 이력서를 써도 단지 쌍용차 출신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할 수 없었고, 일용직으로 전국을 떠돌아야 했다. 그렇게 상처와 억울함을 감내하며 버텨온 4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법원이 노동자들이 옳았다고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리기도 전에 회사는 지금까지 해고자들과 대화를 단절해왔던 것처럼 한 치도 변하지 않은 태도로 나왔다. 그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던 회사는 이번 고법판결이 나고 나서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14일 정오, 쌍용차 정리해고 승소자들이 평택공장 앞 정문에 모였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조합원들이 생계와 억울함으로 보낸 지난 시간을 이야기하며 회사에게 해고작 복직을 촉구했다.

창원에서 올라온 장성일 씨는 2009년 쌍용차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옥살이까지 했다. 장 씨는 “지난 5년 동안 늘 복직의 희망을 안고 살아왔지만, 집이나 사회에서 우리는 죄인처럼 다뤄졌다. 가슴에 쌓인 응어리가 5년만에 처음으로 재판결과를 듣고 풀렸다.”면서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싶다. 가슴에 있는 응어리를 풀고 현장에 함께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평택의 김선동 씨는 “해고 된지 4년 6개월, 우리는 고개 숙인 아버지였고, 사회적으로 낙오된 국민이었다.”면서 “우리 문제는 우리가 얼마만큼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풀릴 수밖에 없다. 당당하게 현장으로 복귀하도록, 우리의 가족과 우리보다 더 힘든 노동자들을 위해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에서 온 김종안 씨는 27년을 일한 쌍용차에서 해고를 당했다. 정리해고 통보 받기 며칠 전에 허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회사가 어려울 때 누가 될까봐 산재신청조차 하지 않은 그에게 회사가 해준 일이란 해고통보밖에 없었다. 김 씨는 “27년 동안 쌍용차 공장에서 자랑스럽게 일했는데, 해고 뒤 허리부상을 치료받으려 하니 회사는 근로복지공단에 27년 동안 제가 근무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냈다.”면서 “그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의 태도에 화도 나도 억울하기도 했다. 정말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이어 “어렵고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다 함께 하루빨리 공장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출처: 뉴스셀]

지난 5년을 함께 했던 금속노조와 가족대책위의 지지발언도 이어졌다. 전규석 금속노조위원장은 “쌍용차의 모든 해고자들이 하루 빨리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부실회계조작 책임자 처벌과 국회 청문회, 부당한 정리해고에 의한 손배가압류 철회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지영 쌍용차 가족대책위 대표는 “앞으로 남아 있는 숙제를 다 풀고 공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해고자들이 지금까지처럼 잘 버텨주시고 다 같이 손잡고 공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문기주 쌍용차 정비지회장은 “5년 만에 진실이 밝혀졌지만, 회계조작이라는 거짓에 의해서 우리 곁을 떠난 24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아직도 가정이 해체되고 신용불량자로서 일용직으로 전전하고 있는, 해고자들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심경을 밝혔다. 문지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쌍용차는 자기 자신들이 저지른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해고노동자들을 더욱 구렁텅이로 내몰려고 항소를 한다고 한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이 고통을 종식시키고, 현장에서 옛 동료들과 일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쉼 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은 “함께 살자고 외쳤던 동지들이 1730일 만에 당당하게 섰다. 지난 5년간 함께 살자는 우리의 몸부림은 불법이고, 고소고발 처벌의 대상으로 취급됐다. 이 사회에는 파업에 참가한 우리 모두를 낙인찍었다.”고 설명했다. 해고는 모든 과계의 파탄이었다. 수십 년간 관계를 맺었던 같은 동료도, 친목회, 향우회, 심지어는 동서지간 형제지간에도 산자와 죽은 자로 나뉘어야 했다.

김 지부장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해고노동자들에게 내려진 부당한 정리해고 판결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판결이었다.”면서 “그동안 해고자를 유령 같은 존재로 취급했던 회사는 이제 해고자들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자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교섭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24명의 영혼과 쌍용차 전체 노동자에게 사죄하라 △ 법원판결대로 해고자 복직 실시하라 △ 경영진과 회계법인을 즉각 처벌하라 △ 정치권은 구체적 대책을 수립하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억울하게 받았던 ‘해고통지서’가 무효임을 확인하는 의미로 찢어서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지난 시간을 소외하며 눈시울을 붉혔던 노동자들이 그제야 어깨를 펴고 환하게 웃었다. 참가자들은 24명의 영정이 마련된 분향소에서 분향을 하며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각오를 다졌다.
덧붙이는 말

백일자 기자는 뉴스셀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셀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

부당해고 , 쌍용차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백일자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