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석기 ‘내란음모’ 선고...역사의 수레바퀴는 어디로

34년 만에 되살아난 내란음모 재판. 재판부의 선택은?

17일,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7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이로써 지난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 사건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내란음모 재판이 34년 만에 되살아나게 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은 17일 오후 2시부터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의원 등 7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재판부는 이 자리에서 두 시간 가량 쟁점 사안과 관련한 판결 요지를 설명한 뒤, 최종 양형을 선고한다. 통합진보당은 재판부의 최종 판결 직후,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한 입장 및 향후 대응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17일, 이석기 ‘내란음모’ 선고...역사의 수레바퀴는 어디로

약 5개월에 걸친 45차례의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팽팽한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그동안 검찰은 피고인들인 지하혁명조직인 RO를 결성하고, 조직원들에게 폭력 혁명을 준비해 왔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특히 검찰은 국정원에 포섭된 RO조직의 내부 고발자 이 모 씨의 진술과, 이 씨가 국정원에 넘긴 녹음파일 등을 주요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반면 변호인단은 이 씨가 진술을 수시로 번복해 신빙성이 떨어지고, ‘RO’라는 조직의 명칭과 실체 모두 국정원과 이 씨가 조작한 ‘소설’일 뿐이라며 비판해 왔다. 만약 재판부가 검찰이 내세운 이 씨의 녹취록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면, 피고자들은 유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녹취록에는 구체적 내란 계획이 담겨 있지 않고, 짜깁기 된 부실한 녹취록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어 확실한 증거 능력을 인정받게 될 지도 미지수다.

만약 재판부가 이 씨 등의 내란음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면 법원이 검찰과 국정원의 ‘조작된 공안몰이’를 인정하게 되는 셈이어서 후폭풍이 거세지게 된다. 그동안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국정원 개혁 요구가 이어져온 만큼, 향후 검찰과 국정원에 대한 여론 심판도 확산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책임론과 사퇴 요구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부가 진보당에 대한 광범위한 공안탄압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석기 의원 역시 지난 3일 최후진술을 통해 “만약 음모가 있었다고 한다면 저의 내란 음모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영구집권 음모가 있었다고 하는 게 사실에 부합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국정원과 검찰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내란음모를 진두지휘 했다면, 법무부 등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해산심판청구’를 제기하며 전 방위적 압박을 진행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통합진보당을 표적으로 한 공안탄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통합진보당, ‘무죄’ 확신하지만...‘정치재판’ 우려도

이 같은 상황에서 재판부가 선뜻 무죄를 선고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역시 무죄를 확신하면서도, 정권의 압력에 의한 ‘정치재판’으로 흘러갈 우려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지난 재판 과정에서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내란음모 혐의가 입증되지 못했기 때문에, 재판부에서는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무죄 석방 판결을 내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압력에 의해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치재판으로 흘러갈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죄가 선고될 경우, 한국사회의 사상의 자유는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검찰은 내란음모 실행 여부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다. 검찰의 ‘미래에 있을지 모를 재범을 위해 중형을 구형했다’는 식의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높아질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석기 의원에 대해 내란음모와 내란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 및 고무,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대해 유죄를 주장하며 징역 2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했다. 이 의원과 함께 기소된 이상호, 홍순석, 조양원, 김홍열, 김근래 피고인에게는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0년, 한동근 피고인에게는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 이유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제거하려는 범행을 계획하고 전혀 반성하지 않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하는 방법만이 재범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재판부의 유죄 선고는, 향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란음모 사건 선고공판 다음날인 18일에는 헌법재판소에서 2차 변론이 열린다. 유죄 판결은 향후 변론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며, 헌법재판소는 이를 근거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결정을 조속하게 마무리 지을 가능성도 있다.

홍성규 대변인 역시 “내란음모 사건과 진보당 해산심판청구는 동전에 양면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보수단체나 새누리당의 ‘종북몰이’ 공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단지 이석기 의원 개인이나 통합진보당에 대한 탄압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쌓아왔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것”이라며 “내란음모 유죄가 인정되면,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안정치와 탄압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17일 선고공판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 결과에 따른 입장과 향후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유죄 판결이 날 경우 통합진보당은 즉각 항소를 제기할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들은 수감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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