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집시법 보호관찰 확대...“창살없는 감옥”

민중의 힘·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사찰과 억압, 보호관찰제 폐지 촉구”

“통일운동을 하다가 국가보안법으로 7개월 동안 자유를 잃고 이제야 사회에 나왔는데, 보호관찰로 인해 심적으로 많은 부담을 받고 있습니다.”

이창호 범민련 전 대외협력국장이 국가보안법과 집회시위 관련자에 대한 ‘정치사찰’ 중단을 요구하는 24일 기자회견에서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당사자로서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26일 국가보안법위반혐의(고무 찬양 등)로 강제연행,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달 22일, 징역 1년 6월,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3년에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그러나 이제 그는 자유의 몸이 됐지만 보호관찰로 인해 그의 삶은 여전히 쇠창살의 그늘 속에 갇혀 있다.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보호관찰을 받는 이는 이창호 씨 뿐이 아니다. 최근 국가보안법 관련자는 관행처럼 보호관찰이 추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집회시위법 관련자까지 법원은 보호관찰 선고를 추가하고 있다. 이창호 씨와 함께 구속됐던 5명의 범민련 회원 모두는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으며 집회시위법 위반으로 재판 중에 있는 활동가들도 보안관찰로 위협받고 있다.

2010년 12월 말 당시 용산범대위 공동대표를 맡았던 조희주 대표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일반도로교통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더불어 보호관찰 1년, 사회봉사 120시간, 벌금 20만원을 선고해 이미 “용산범대위에 대한 사후보복”이라는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당시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서울중앙지법은 또 지난달 15일 조희주 대표에 대해 일반도로교통방해 등을 이유로 다시 보호관찰 처분을 내린 상황이다.

보호관찰로 정치활동 탄압

보호관찰제는 애초 재범 우려가 많은 알콜 중독, 마약 중독, 소년범죄에 대해 격리수용 보다 사회적 적응과 선도를 통해 재범을 줄이고자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이런 보호관찰제를 최근 법원은 국가보안법과 집시법 관계자들에 대해 마구잡이로 남용하며 정치탄압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가보안법 위반 확정판결을 받은 후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이들의 경우, 자신의 일상 생활을 방문과 전화로 매월 담당 보호관찰관에게 보호해야 한다. 또 미행 등 사찰이 느껴져 일상생활에 큰 방해를 받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미칠까봐 만나기도 꺼려진다는 사람이 다수다.

보호관찰제는 또, ‘범죄예방 자원봉사위원’을 위촉하도록 해 명예직으로 범죄 예방활동을 하도록 하지만 국가보안법, 집시법 관련자에게 적용될 경우, 보호관찰 자원활동이 정치적 활동에 대한 사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호관찰 대상자는 ‘주거지에 상주하고 생업에 종사할 것’, ‘나쁜 습관을 버리고 선행하며 범죄 염려가 있는 사람과 교제하거나 어울리지 말 것’ 등을 준수해야 해 이를 국보법과 집시법 관련자에 적용할 경우, 이들을 윤리도덕 범죄자와 동일시 해 일상 활동을 규제하겠다는 파시즘 통치체제라는 지적이다.


국보법·집시법 관련자에 대한 이중처벌이자 권한 남용 초래

이 때문에 민중의 힘 공안탄압대책모임과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가 24일 오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진행한 “국가보안법, 집회시위 관련자에 대한 ‘정치사찰’을 중단하라”며 진행한 규탄 기자회견에서는 많은 이들이 나와 문제를 쏟아냈다.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은 “보호관찰제는 변형된 또 다른 사찰”이라며 “이른바 시국, 정치사범에게 보호관찰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이들의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위축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조희주 용산참사진상규명위 대표는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죄 값을 치른 사람에 대해 또 보호관찰을 한다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는 이유로 “보호관찰제도 자체도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더군다나 국보법과 집시법 관련자에 대해 보호관찰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노동자민중을 통제하고 위축하려는 것”이라며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소 후 보호관찰제로 인해 받은 심리적 압박에 대해서 토로했던 이창호 범민련 전 대외협력국장도 “지난해 범민련 활동가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 사건은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와 이로 인한 촛불 확산을 막기 위한 정치적 공안탄압이었다”며 “민중생존권과 통일 위해 활동하는 모두에게 보호관찰제까지 적용하는 것은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통일 논의와 자유활동을 억압하기 위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보호관찰제에 대해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보호관찰제도 자체가 범죄적 성향을 가진 사람과 어울리지 말라는 규정을 비롯해 법적으로 추상적이고, 모호한 부분이 많아 권한 남용을 초래할 수 있는 소지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국가보안법 관련자는 신념범, 확신범의 성격을 가져 애초 보호관찰에 적절치 않은데, 2008년을 전후로 보호관찰이 추가 선고되고 있다”며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을 더욱 강화해 적용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을 한 단체들은, 국가보안법, 집회시위 관련자에 대한 보호관찰제 적용을 ‘정치사찰’로 규정하고 앞으로 현재까지 피해사례를 조사하는 등 국보법, 집시위 관련 사건에 대한 보호관찰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대응해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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