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사건은 지적장애인 인권침해 사건"

염전공대위,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대책마련 요구

“임금체납 문제 넘어선 인권침해, 가해자 엄중처벌해야"

  '염전노예 장애인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경찰청 앞에서 가해자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안 염전노예사건에 대해 안일한 태도로 대처하는 경찰에 대해 장애인계가 질타에 나섰다.

‘염전노예 장애인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염전공대위)는 25일 이른 10시 30분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엄중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법적 대책을 촉구했다.

염전노예 사건은 각각 지난 2008년과 2012년에 외딴 섬 염전에 팔려간 시각장애인 김아무개 씨(40)와 시각장애인 채아무개 씨(48)가 수년간 강제노역을 당한 사건이다. 이들은 수차례 탈출시도를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고, 지난달 김 씨가 주민의 눈을 피해 어머니에게 몰래 보낸 편지를 통해 극적으로 구출된 바 있다.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전남경찰청과 관계 당국은 뒤늦게 ‘도서지역 등 상습적 인권침해 우려 지역 점검계획’을 발표하고, 전라남도 인권보호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염전공대위는 경찰이 이 사건을 단순한 ‘임금 체납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거리가 먼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일제점검을 통해 구출된 2명의 장애인 이외에도, 20명에 대한 임금체납액 2억여 원을 확인하고, 체납임금에 대해 고용노동지원청 소속 근로감독관에게 통보해 임금정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그러나 염전공대위는 이 사건을 ‘임금 체납 문제’로만 보는 경찰의 관점 때문에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인 지적장애인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전라남도와 경찰청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을 권고하고, 인권학대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임금통장을 만드는 것 등인데, 이런 것들이 인권 학대를 방지하는 대책이 될 수 없다”라면서 “가해자를 엄중처벌하는 법적 장치와 장애인 권익옹호체계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지만, 왜 여전히 ‘노예’라는 말이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잘 생각해 봐야 한다”라면서 “장애인에게 일거리 주고 먹여줬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사회적 인식이 이런 사건을 낳았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뒤 경찰이 해당 지역 실태조사에 들어갔지만, 염전 업주들에게 미리 통보해 줘서 피해 의심자들을 다 숨겼다”라면서 “이런 식의 조사로 어떻게 인권침해 여부를 알아낼 수 있겠나?”라고 경찰의 태도를 비판했다.

염전공대위는 이번 염전노예 사건에 단순히 ‘임금 체납’을 넘어, ‘인신매매’, ‘영리목적 약취유인’ 등을 적용해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도서지역 일제점검 시, 인권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민간단체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염전공대위는 경찰을 상대로 장애인 인권교육을 의무화하는 한편, 성폭력범죄 이외에 진술 조력인 제도를 의무화할 것, 도서지역 일제점검 업무 매뉴얼 제작 등도 요구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기자회견 후 대책위와 가진 면담에서 가해자 엄중처벌을 위해서는 노력하겠지만, 도서지역 일제점검 과정에 민간단체 참여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전 노예 사건 가해자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들.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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