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한국노동자, “미군 분담금 협상, 졸속 비준 반대”

외교부, 주한미군 한국노동자 강제 무급 휴가 경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대해 외교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문제로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그러나 야권과 사회단체는 노동자 임금을 핑계로 한 협박이라고 일축했다. 주한미군 한국노동자 당사자들도 협정에 문제가 있다면 더 논의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2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조속한 국회 비준을 강력히 희망한다”며 이의 지연으로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들의 강제 무급휴가 발동 및 이로 인한 주한미군 전투 태세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국회 비준 지연으로 군사 분야 사업 신규 발주가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하는 한편, “금년도 군수 및 군사건설사업 부진으로 우리 기업들, 특히 군수분야 중소기업이 어려워질 것 같아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90% 이상이 우리 기업, 우리 근로자들에게 환류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방위비분담금 협정이 발효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측은 올해 4월 1일부터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에 대해 강제 무급휴가를 발동할 수밖에 없다고 우리 측에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다”며 “우리는 조속한 국회 비준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촉구했다.

조태영 대변인은 “한국인 근로자 전체임금의 30%는 미군측에서, 70%는 우리측이 부담하고 있다”며 “미군측의 30%를 이용해 3월 말까진 임금지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미측의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주한미군의 미집행금은 용처가 다 정해져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지난 2월 7일 국회에 주한미군 분담금 9차 협상안을 제출한 외교부는 민주당 등 야권이 재협상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자 이 같은 촉구 입장을 낸 것이다. 그러나 28일 2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국회외교통일위원회 법안소위는 27일에도 열리지 못해 2월 임시국회 처리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야권, “한국 군무원의 임금을 빌미로 한 야당 협박”

  지난 24일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가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 문제를 악화한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출처: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이러한 상황에서 외교부는 국회에 다시 비준을 촉구했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정부가 주한미군 한국 군무원의 임금을 빌미로 야당을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주당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은 26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1년에 약 1조씩 5년 동안 총 5조의 엄청난 국민 혈세가 사용되는 비준동의안을 단 며칠만에 졸속으로 처리하려 한다”며 “협정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한국 군무원의 급여문제를 거론하면서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군무원으로 일하는 당사자들도 임금 문제에 대한 외교부 입장에 회의를 나타냈다.

손지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상임부위원장은 “주한미군 분담금 협상안에 대한 국회 비준은 지금까지 2월에 된 적이 없고, 3, 4, 5, 6월에 됐어도 임금을 다 받았다”며 외교부의 입장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손지오 상임부위원장은 오히려 “잘못된 비준안이라면 통과되지 않는 것이 맞다”며 “외교부는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문제로 비준을 촉구하지만 2015-2017년 부대이전 완료 계획과 관련한 협정문 내용에는 한국인 노동자 고용 문제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올해부터 한국노동자에 대한 임금 지불 비율도 미국 대 한국이 25% 대 75%로 한국 측의 부담 비중이 더 커졌다”며 “돈을 내는 쪽이 한국이고 고용은 미국 측이 하고 있어 미국 측이 한국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방치하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분담금 90% 한국 환류? 그러면 혈세 왜 미군에 먼저 줘야 하나?

유영재 주한미군문제팀장은 “외교부가 협상을 개판으로 늦게 해놓고 임금을 핑계로 국회를 협박하고 있다”며 “완전히 적반하장”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협상을 늦게 마무리하고 해를 넘겨서 국회에 제출해 제대로 심의할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인데, 이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외교부는 지난달 11일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타결한 후 지난 7일에서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니까 국회에 제출된 지 20일만에 4월 강제 무급휴가를 이유로 비준 동의를 촉구하는 것이다.

유영재 팀장은 또, “미집행금에 대한 외교부의 발언에 대해 2002년도 미집행금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라며 “용처가 정해져 있다는 이유는 말이 안 된다”고 밝히고 “국가재정법에 따라 당해 정해진 예산은 그해에 쓰도록 돼 있고, 예외만 인정하는 우리의 재정 주권이 완전히 침해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유 팀장은 이어 외교부가 한국 측이 분담하는 90%의 비용이 국내로 다시 환류된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그러면 한국 정부가 직접 그 예산을 집행하면 되지 왜 미국에 주는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미군기지 이전 전용액, 분담금과 편성액의 차액, 이월액, 불용액과 그에 대한 이자수익 등(1조 3천억원대로 추정)에 대한 고려 없이 분담금을 책정함으로써 국회의 예산심의권 및 결산심사권을 침해한 것 그리고 미군기지 이전비용 전용 문제 지속 등을 문제로 제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