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등 내란음모 구속자가 ‘결의된 혁명가’라고?”

공동변호인단 단장 김칠준 변호사, 내란음모 재판 보고회 열어

법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7명에게 적용한 내란음모죄가 근거 없는 ‘혐오죄’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내란음모사건 공동변호인단 단장인 김칠준 변호사는 “이 사건 재판은 정해진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주변에 많은 정황과 반대사실을 일축하고, 결론에 맞춰진 판결”이라며 “판결문을 들여다보면 특정한 사상체계의 사람들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감에 기반 한 추정에 따른 판결이었다”고 비판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27일 오전 10시,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1심 재판 보고회’에 참석해, 검찰과 법원이 ‘주주총회’보다도 못한 정세강연회 자리를 내란음모를 위한 혁명조직의 회합으로 둔갑시켰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이 사건의 판단 대상은 5월 10일과 12일의 정세강연회다. 법정에서 10일자 녹음파일을 들어봤는데, 피고인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늦게 오기도 하고 소란스럽고, 어린 아이들도 있어 다소 준비가 안 된 상황이었다”며 “분위기가 맞지 않아 주체였던 김홍일 피고인도 이 강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고, 이틀 후에 다시 모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12일 강연회에서 이석기 의원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강연을 했는데, 강연 내용의 핵심은 연초부터 진행됐던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미국의 대응 등의 정세를 보면서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였다”며 “그러면서 국지전은 있을 수 있지만 전면전은 불가능하다. 전쟁을 전국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려면 하나는 마음의 준비와 또 하나는 물질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석기 의원이 언급한 ‘물질, 기술적 준비’와 정세판단을 놓고 참석자들의 이견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란음모를 위한 혁명조직의 회합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이석기 의원은 물질, 기술적 준비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태에서 3명의 질문이 있었는데 홍순석 피고인의 경우 ‘정세에 대해 꼭 그렇게만 판단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며 “검찰 말대로 내란음모의 결의에 찬 결사조직이라면, 총수 앞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무장투쟁하자고 모여서 결의를 다지고, 효과적 수단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감히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런 식의 질문을 하면 즉결처형해야 하지 않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 등 중간간부 이상의 피고인들은 언제든지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는 결의된 혁명가여야 한다. 또한 이 자리에서 군사적 행동과 목표물, 수단을 지휘하고 있는 세포모임의 결과물을 전체회의에서 보고 받고, 결정적 시기에 떨쳐나가겠다는 지침을 내려야 한다”며 “하지만 분반토론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 서로 연락을 잘 해야 한다’, ‘숨을 곳을 찾아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내란 선동의 주체들이라면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나오겠나. 혁명조직이라면 적어도 주주총회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하지만 재판부는 이석기 의원에게 질문을 했던 홍순석 피고인에 대해서, 분반토론까지 인식을 달리했다 하더라도 마지막 결론부분에 동의, 동감했기 때문에 RO핵심 지휘부로 내란음모를 했다고 판결했다”며 “특히 재판부는 이석기 의원이 마지막 발언으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과 무장으로 맞서자는 이야기가 아니니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란 선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O조직의 실체와 관련해서도 “국정원과 검찰, 법원도 5월 10일과 12일 녹취록은 상식적으로 내란음모, 선동 결의의 자리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10일, 12일의 범죄사실을 내란음모로 몰기 위해서는 지하혁명조직의 RO가 필요했다”며 “하지만 RO의 실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이 모 씨의 진술과 3인 모임의 1년간 녹음파일, 압수물, 5월 10일과 12일의 녹취록 뿐 이다. 증거 양이 많지 않고, 녹음파일 만을 되풀이해 사용하고 있다. 이 모 씨의 진술과 주장은 국정원이 하고 싶은 해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1심 판결은 의뢰인들의 분노를 떠나, 변호사 김칠준이라는 인간이 재판 과정에서 능욕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차분하고 냉정하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재판부를 설득해 나가야하기 때문에 분노와 좌절을 덮고 다시 한 번 기운을 내서 이 싸움을 진행하려 한다. 이제 판결문에서 일부러 외면하고 비약했던 여러 쟁점들에 대해 따져나가는 방식으로 항소심을 진행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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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 내란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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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지연 기자님

    귀한 기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