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박근혜 복지가 송파 3모녀를 죽였다”

장애·빈민단체, 송파구 3모녀 사건 정부 책임 촉구

  장애·빈민단체들은 3일 늦은 1시, 청와대 앞에서 송파 3모녀 자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비마이너]

‘송파구 3모녀 자살 사건’이 정부의 빈약한 복지제도가 불러온 사회적 타살이라며, 장애인·빈민단체들이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과 ‘기초법개악저지 빈곤문제해결을 위한 민생보위’는 3일 늦은 1시 청와대 근처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이 세 모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송파구 3모녀 자살 사건’은 지난달 26일 박아무개(61)씨와 두 딸이 흰 봉투 안에 5만 원짜리 14장을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으로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모녀는 세상을 뜨면서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편지를 남겨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세 모녀는 12년 전 아버지가 방광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아버지 병원비 등 빚에 허덕이며 살아야 했고, 두 딸은 신용불량 때문에 취직조차 쉽지 않은 상태였다고 전해졌다. 또한 큰 딸은 고혈압과 당뇨로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의료급여 등 복지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가족의 생계는 오로지 식당일을 하던 어머니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한 달 전 어머니가 팔을 다치면서 위기에 처했고, 국가와 사회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던 이들은 결국 목숨을 끊은 것이다.

장애인·빈민단체들은 이처럼 세 모녀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국가 사회보장제도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많은 언론에서 세 모녀가 기초생활 수급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데, 이들이 신청했어도 수급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수치심과 낙인을 동반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지금의 ‘신청주의’ 복지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3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132만 원이지만, 어머니의 한 달 수입은 대략 150만 원이어서 수급대상자가 될 수 없었다”라면서 “그러나 50만 원의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면 이들에게는 병원 갈 돈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팔을 다쳐 어머니의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두 딸에게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복지 대상에서 제외시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홈리스행동 박사라 활동가도 현행 복지제도의 까다로운 신청 절차 때문에 빈곤층을 좌절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활동가는 “정부는 질병이 있는 사람이 수급을 받으려면 근로능력평가 진단을 받아오라고 하는데, 병원조차 가기 힘든 빈곤층들은 여기서부터 장벽을 느낀다”라면서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복지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정숙 활동가는 “이번 사건 이후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죽고 싶다‘는 상담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라면서 “이렇게 복지 사각지대가 만연해 사람들이 죽음을 생각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복지부정을 잡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라고 비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세 모녀와 같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400만이 넘어가는데, 정부는 오직 부정수급자 색출에만 골몰하고 있다”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만적인 맞춤형 복지가 세 모녀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근혜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에게 이번 집단자살 사건과 관련된 공개질의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공개질의서에서 복지부 장관이 사회적 타살에 대해 사과하고 대책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정부가 ‘복지부정 신고센터’를 만드는 등 부정수급 색출에 행정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라면서 “복지부정 색출과 사각지대 해소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또한 참가자들은 “우리 사회는 부양의무자기준에 따른 간주부양비 우선 부과, 근로능력에 따른 추정소득 우선 부과 등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기보다는 가족과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라면서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는 점에 대해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표단은 늦은 2시 공개질의서를 청와대 민원실에 제출했다.

  "박근혜 복지가 송파구 3모녀를 죽였다! 복지는 개인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이다!" [출처: 비마이너]

  부양의무자 기준 등 가난한 이들에게 가혹한 복지제도의 문턱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의 영정이 놓여 있다. [출처: 비마이너]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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