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은 선원이주노동자 94.5%...69.4%는 신고 안 해

“출입국관리법 독소조항 폐기해야”

울산이주민센터는 4일 오후 시청기자실에서 회견을 열어 인도네시아 선원 이주노동자 선상 폭행 사망에 따른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아울러 출입국관리법 독소조항 폐기와 울산출입국관리소의 마구잡이식 길거리 단속 중단도 요구했다.

  울산이주민센터와 노동·시민단체가 시청 기자실에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출입국관리법 개악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용석록 기자 [출처: 울산저널]

지난달 14일 인도네시아 선원 이주노동자 A씨(29)가 배에서 일하는 한국인 선원들에게 폭행을 당해 숨졌다. 배멀미를 심하게 하고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였다. 숨진 A씨는 출항 다음날부터 계속 폭행 당해 십이지장이 파열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조사한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욕설과 폭행으로 인권침해를 당하는 선원 이주노동자는 전체 응답자 가운데 93.5%에 달했다. 직접 폭행을 경험한 이들도 42.6%였다. 그럼에도 이주노동자들은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참는다는 답변이 69.4%였다. 한국어가 서툴거나 방법을 모르거나 수협이나 해양경찰 등을 믿을 수 없어서라는 이유다.

국가인권위는 해양수산부에 공공기관을 통한 인력도입시스템을 도입, 최저임금 차별 폐지, 해양항만청의 근로감독 강화를 권고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13년 7월 22일 시행한 ‘연근해어선 승선 외국인선원 근로여건 개선 대책’에 이 내용들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선원 이주노동자 도입과 관리는 영리기업에게 외국인 인력 도입과 괸리를 맡긴 산업연수생제도와 유사하다. 산업연수생제도는 ‘현대판 노예제’라는 오명을 남기고 2007년 전면 폐지됐다. 그러나 20톤 이상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선원 이주노동자에게는 여전히 산업연수생제와 유사한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선원 이주노동자 도입은 선주들의 조합인 수협중앙회가 담당한다. 수협은 영리 목적의 국내 관리회사(송입업체)를 선정해 선원 이주노동자 사후관리를 위탁한다. 현지에서 선원을 모아 한국으로 보내는 일은 국내 관리회사와 계약을 맺은 송출업체가 담당한다.

베트남 선원 이주노동자 쑤언과 뚜랑(가명)은 2013년 6월 전남 여수 연근해어선에서 일했다. 한국인 선원들은 나무토막이나 생선통으로 이들의 머리와 팔을 때리고 자고 있을 때 발로 배를 차거나 목을 때리기도 했다. 이들은 두 달 보름 일하다 견디지 못하고 선주에게 배를 옮겨달라고 말했다. 선주는 선원 관리회사에 연락했고 관리회사는 “일하면서 천천히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이들은 업체 변경을 요청하러 부산에 있는 관리회사로 직접 찾아갔다.

선주는 두 사람이 관리업체에 찾아간 줄 알면서도 여수 출입국관리소에 ‘이탈 신고’를 했다. 출입국관리소에서는 두 사람에게 선주와 합의하라고 했다. 선주는 이탈신고 철회조건으로 1인당 100만원씩 출입국관리소 벌금을 대납할 것과 업체를 변경하지 않고 현재 일하는 배에서 3년 동안 일하겠다는 각서를 요구했다. 두 사람은 각서를 쓰지 않고 수협중앙회 외국인력지원단 콜센터에 여러 번 전화해 도움을 청했다. 수협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선주가 이탈신고를 한 지 40일이 되는 날 두 사람은 출입국관리소에 이탈신고 철회를 요청했다. 출입국관리소는 기간이 끝나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출입국관리소에서 단속돼 외국인보호소로 보내졌고, 3개월동안 수감됐다가 강제출국 당했다.

법무부는 지난 1월에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냈다. 개정안에는 출입국관리 공무원이 자동출입국심사 등록을 위해 지문이나 얼굴과 같은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없이 수집할 수 있다. 개인정보에는 범죄경력, 수사경력, 납세증명, 가족관계등록정보 등이 포함됐고 정보제공요청을 받은 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용의자가 있다는 신고만 받으면 출입국관리 공무원이 공장에 출입해 조사할 수도 있다.

신고나 제보만으로 어디든 들어가 조사하는 건 헌법의 영장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울산이주민센터는 “이번 개정안이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영업과 주거의 자유, 사생활 보호와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울산이주민센터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출입국 단속반원들은 터미널 근처 등에서 외국인을 무작정 따라가 둘러싸고 외국인등록증 제시를 요구한다. 등록증이 없으면 무조건 단속차량으로 연행한다. 길거리 단속은 합법 체류 외국인에게도 행해진다. 길을 가다가 낯선 남자들로부터 외국인등록증 제시를 요구받으면 외국인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듯한 불쾌감은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회견에는 울산이주민센터, 민주노총울산본부, 울산노동자배움터,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울산인권운동연대 등이 참여했다.
덧붙이는 말

용석록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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