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경찰·시위대 살해한 저격수 배후는 야권”

EU 고위간부 통화기록 유출...“우크라이나, 정권교체만으론 불충분”

우크라이나 키예프 반정부 시위 중 경찰과 시위대 모두를 사살한 저격수 뒤에 기존 야권이 있었다는 의혹이 유럽연합 내부에서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 같은 논란은 우르마스 파엣 에스토니아 외교장관과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간의 전화 통화 내용이 5일, 인터넷 유투브에 유출되며 시작했다. 지난달 25일 녹음된 이 파일에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두 고위 간부가 현지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나눈 11분간의 대화가 담겨 있다. 파엣 에스토니아 외교장관은 통화 기록이 공개된 5일 저녁 기록의 진위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우크라이나 기존 야권이 저격에 가담했다는 주장은 강하게 부인했다.

  2013년 한 회담에서 우르마스 파엣 에스토니아 외교장관(좌)과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우) 모습 [출처: http://edition.cnn.com/ 화면캡처]

통화기록에서 파엣 장관은 마이단 시위의 주요 인물로 의료팀을 이끌고 있는 올가 보고몰레츠가 피엣 장관 자신에게 몇 장의 사진을 제시하고, “저격수들이 시위대와 진압부대 양측 모두 사살했고 이들을 사살한 저격수들은 같은 사람들이었다”며 “새 정부가 정확한 조사를 할 의지가 없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표명했다”고 전했다.

파엣 장관은 이에 대해 “이 때문에 저격수 뒤에는 야누코비치가 아니라 기존 야권 인사 가운데 누군가가 있다는 의혹이 심화되고 있다”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6일 <노이에스도이칠란트>에 따르면, 올가 보고몰레츠는 ‘마이단의 영웅’으로 불리며 키예프 새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제안받기도 했다. 그러나 새 정부의 투명성 문제를 비판하기도 한 그는 이를 거부했고 여전히 마이단 간이병동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유혈 참사가 벌어졌을 때 보고몰레츠는 독일 일간 <벨트>에 “저격은 매우 전문적인 소행이어서, 의사들은 인명을 구할 기회가 없었다”며 “희생자들은 경동맥 또는 심장에 총알을 직접 맞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20일 유혈 참사는 다음날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자취를 감추고 이후 도피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다.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야권과의 합의 아래 구속된 야권 지지자들을 모두 석방하고, 야권은 점거 중이던 관청 건물에서 철수하면서 협상 분위기가 조성되던 중이었다. 그러나 저격수 투입 및 폭력적인 유혈 충돌로 이날 최소 47명(보건당국 발표)의 사망자가 나오며 정국은 급반전됐다.

“우크라이나, 정권교체만으론 충분하지 않아”

대화 내용에는 당시 마이단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담고 있다.

파엣 외교장관은 “마이단에선 신뢰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분위기다. 지금 연정에 합류한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전했다. 그는 “마이단과 시민사회의 사람들은 새 정부에 있으려고 하는 정치인 모두 지저분한 과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파엣은 한편, “의회 의원들은 거대한 압력을 받고 있다”며 “의원들 집에 괴한이 찾아오고 대낮에 한 의원이 폭행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시민사회와 시위대는 실질적인 개혁을 보기 전에는 거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정권 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사회가 긍정적으로 보는 유일한 정치인은 페트로 포로셴코”라며 “그는 마이단 사람들 모두에게 일정한 신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파엣은 “실제적인 개혁,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진정한 조치 등이 필요하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쁘게 종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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