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반도주’ 기륭전자, 자본금 1억짜리 회사를 395억에 인수

기륭전자분회, 금융감독원에 최동렬 회장 배임 등 위법행위 조사 촉구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가 금융감독원에 최동렬 기륭전자(현 렉스엘이앤지) 회장에 대한 배임,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동렬 회장이 기륭전자를 인수한 후 지난 8년간, 각종 허위공시와 배임, 불투명한 경영 등으로 회사가 상장폐지에 이르게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조가 최 회장이 무려 395억에 인수한 중국 ‘디에스아이티위너스’ 중국공장을 방문조사 한 결과, 중국공장의 자본금은 약 1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디에스아이티위너스의 가치를 부풀려 평가한 뒤, 기륭전자가 이를 인수토록 해 경영 악화가 가속화 됐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기륭전자분회와 금속노조, 기륭공대위 등은 10일 오전 11시 30분,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감독원은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의 허위 공시를 고발조치하고, 배임 등 각종 위법행위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최동렬 회장은 지난 2007년, 자신이 주주로 있는 자본금 12억짜리 ‘디에스아이티위너스’의 가치를 부풀려 기륭전자가 395억에 인수토록 하고, 그 자금으로 기륭전자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후 최 회장은 국내공장과 본사건물, 중국공장 등 고정자산을 순차적으로 매각했다.

그동안 노조는 최 회장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발행 등으로 자금을 유치했음에도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수차례 납품계약을 허위공시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러 왔다고 비판해 왔다.

김소연 전 기륭전자 분회장은 “노조는 회사와 사회적 합의를 체결하며 최 회장에 대한 배임, 횡령 고소를 취하했고, 그 때부터라도 회사를 정상적으로 경영 해 주길 바랐다”며 “하지만 단 한 번도 납품계약과 관련한 정상적인 공시를 하지 않았고. 유상증자로 500억이 넘는 자금을 유치해 놓고 300억 이상의 돈으로 ‘디에스아이티위너스’를 인수했다. 2012년 말에는 본사건물 등을 매각해 이제 남은 고정자산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2005년까지만 해도 1600억 원이 넘는 매출과 200억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알짜배기 기륭전자는, 작년 분기별 당기순이익이 3~5억 정도로 대폭 축소됐고 고정자산도 없는 ‘껍데기’ 회사로 전락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2월 19일,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투명성 문제를 감안해 최종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특히 노조가 3월 초, 기륭전자가 395억에 인수한 ‘디에스아이티위너스’ 중국공장을 방문해 실사를 진행한 결과, 인수대금이 심각하게 부풀려져 있음을 확인했다.

중국을 방문했던 윤종희 조합원은 “중국 현지공장에는 생산라인도 멈춰 있었고, 단지 10명의 노동자들만이 남아 AS업무를 보고 있었다. 공장 경비 노동자는 ‘조만간 회사가 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원래는 200여 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작년 10월부터 축소를 시작해 12월에 대부분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했다. 중국에서는 1천 명 이상이 근무하는 공장도 작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건너간 관리자는 ‘200여 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고, 회사가 잘 나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현지 공장 2층 생산현장. 4개 라인 설치되어 있으며, 10명만 일하고(A/S) 있음
[출처: 기륭전자분회]

2007년 9월, 자산양수도계약서에 의하면 디에스아이티위너스의 자본금은 약 10억 원 정도이며, 중국 현지 공상국에서 발행한 자료에는 자본금이 약 1억 2천만 원에 불과하다고 적시돼 있다.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최동렬 회장이 디에스아이티위너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부풀려 회사에 손해를 끼쳤고, 아울러 회사의 고정자산을 싼 값에 매매하는 등 업무상 배임죄가 의심 된다”며 “또한 사업보고서를 허위로 공시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끼친 점,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을 확보했음에도 회사 경영을 위해 사용하지 않은 점 등 갖가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단은 “뿐만 아니라 최 회장은 2013년 12월 30일 본사 야반도주까지 한 상황”이라며 “한국거래소도 경영투명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만큼 지금이라도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경영과 시장질서의 건전성과 공공성을 지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금감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흥희 기륭전자 분회장은 이날 오전, 최동렬 회장 집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다 경찰에 ‘주거침임죄’로 연행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기륭전자 야반도주 사건 이후, 회사는 현재까지 연락두절 상태다. 노조는 두 달 이상 철야농성 및 매일 아침 최동렬 회장 집 앞 선전전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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