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송전탑 공사 재개? “주민에 공사방해 벌금 매기려는 꼼수”

한전, “안전점검”이유로 공사장 말뚝 설치...항의 주민 채증까지

지난 2월 17일 대구지방법원이 한전의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일부인용해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주민 17명과 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 활동가 6명에게 “공사방해시 위반일수 1일당 20만원”을 내놓으라는 결정 고시 후 3월 들어 한전이 공사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송전탑반대대책위는 지난 3월 4일부터 사흘에 걸쳐, 시공사인 동부건설과 서광이엔씨 직원 10여 명이 송전탑 공사장 주변에 말뚝을 박고 로프를 치며 이에 항의하는 주민들을 채증했다고 밝혔다.

송전탑 건설 시공사가 삼평리에 다시 나타난 것은 2012년 9월 송전탑 공사가 중단된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한전과 시공사는 지난 2012년 9월 23호 송전탑 공사장 진입로 입구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주민 20여 명을 에워 싼 채 공사강행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등 물리적, 정신적 고통을 겪은 바 있다.

  지난 3월 4일부터 6일까지 청도 송전탑 시공사 직원들이 공사 현장에 말뚝과 로프를 설치했다. 이를 주민이 저지하자 시공사 직원이 주민을 채증하고 있다. [출처: 청도송전탑반대대책위]

주민들은 1년 6개월 만에 재개된 송전탑 공사 움직임을 막았고, 시공사 직원들은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공사 재개를 막는 주민을 찍어댔다. 한전이 주민을 대상으로 낸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고시한 지 보름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에 송전탑반대대책위는 11일 청도군 풍각면 송서리에 위치한 345kv북경남 송전선로 시공사인 동부건설·서광이엔씨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리한 채증으로 주민을 자극해 범법자로 몰아가는 한전과 시공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송전탑반대대책위는 기자회견에 앞서 시공사에 면담 요청을 했으나, 시공사는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면담에 응답하지 않았다.


송전탑반대대책위는 “신고리-밀양-청도로 이어지는 송전탑 공사 자체가 불법이며 법원의 결정 고시는 한전의 불법에 면죄부를 주는 부당 판결”이라며 “한전은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모색하라”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공사 과정에서 공사자재운반 헬기 운항의 불법성과 소음으로 인한 주민 건강권 침해 사실들이 알려지자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 2월 18일 한전을 상대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과 산업자원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이은주 삼평1리 전 부녀회장은 “시공사는 공사 현장 안전 점검이라는 이유로 말뚝과 로프를 설치하러 왔다. 그런데 말뚝은 70~80대 할머니들이 한 손으로 뽑을 수 있는 요식행위였다”며 “한전과 동부건설, 서광이엔씨는 할머니들을 범법자로 몰기 위한 수작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삼평리 주민 김춘화 씨는 “이렇게 얄팍한 수작으로 공사하러 오면 주민들의 더 큰 저항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주민의견서 조작한 것을 무시한 채 법을 들이밀면 우리는 그 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길우 건설노조 대구경북본부장은 “건설노동자는 주민이 원하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 건설노조가 주민이 반대하는 공사현장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노동자와 주민들을 갈라놓는 현실을 보면 가슴 아프다”며 “한전과 정부에 요구하고 싶다. 어머니들이 일군 땅을 파괴하는 공사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한편 한전 대구경북개발지사 관계자는 “본사 지시가 없는 한 공사재개는 없다. 단순 안전 점검일 뿐”이라며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천용길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