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저상버스 대폐차 60대, 당국은 “예산 없다”

대책 마련 못하면 저상버스 대수는 ‘정체’ 예상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

2001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시작된 뒤 지난 2003년부터 도입된 서울시 저상버스가 대폐차 시기가 다가오고 있으나, 이에 대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는 2003년 저상버스 2대가 처음 도입된 뒤 2008년 이후로는 지금까지 매년 200대 이상 증차해 왔고, 현재 전체 시내버스의 30.3%가 저상버스다.

현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보면, 차령이 9년을 초과한 차량은 대폐차 대상이며, 별도로 정한 요건에 맞는 경우 2년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운행되고 있는 저상버스 60대가 곧 대폐차 대상이 되어 새로운 차량으로 교체돼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는 현재 저상버스 대폐차 교체에 대한 예산을 전혀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올해 신규 저상버스 217대를 도입할 예산만 확보한 상태이다. 따라서 대폐차 60대에 대한 추가 예산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제로는 157대만 늘어나는 꼴이다. 이에 따라 2015년까지 저상버스 법정대수(전체 버스의 2분의 1)를 확보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도 자연히 미뤄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현재 대폐차 대상 60대를 일단 2년 연장해서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이후에도 예산 확보가 되지 않으면 문제는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또한 대폐차 물량은 해가 갈수록 늘어날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결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정체하거나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까지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버스정책과 백은주 주무관은 “저상버스 도입은 국토부와 지자체가 매칭으로 예산을 투입하는데, 국토부가 대폐차에 대해서는 지원을 해주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또한 예산 확보가 어렵다고 밝혔다. 국토부 교통안전복지과 진해미 주무관은 “올해 대폐차 교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예산 신청을 했으나,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런 예산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서울시와 국토부는 일반 저상버스보다 저렴한 ‘중저상버스’(계단이 하나 있고 리프트를 장착한 버스)를 저상버스 표준모델에 포함시켜 도입하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계단이 없는 버스’에서 ‘계단이 있는 버스’로 돌아가는 것은 저상버스 정책의 후퇴라며 다수의 장애인단체가 반발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일 중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문제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도현 조직실장은 “만약 증차계획이 300대이고 대폐차 대수가 50대라면, 350대에 대한 예산을 세우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대폐차 물량에 대한 예산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서울시와 국토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국토부에서는 대폐차 물량에 대해 예산 지원을 하면 신규 도입 예산이 줄어든다며 중저상버스 도입하자고 했었다”라며 “중저상버스는 대안이 될 수 없고, 대폐차와 신규 차량 모두에 예산지원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또한 “이번 기회에 관련 법에 저상버스 대폐차에 대해서 예산 투입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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