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와 10개의 간접고용 사업장 노동자들은 13일 오전 11시,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 한해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 방침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철도노조코레일관광개발지부, 의료연대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인천공항지역지부, 전국교직원공제회콜센터지부,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 등 대표적인 간접고용 사업장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공공, 민간부문 가릴 것 없이 확산되는 ‘간접고용’
2006년 KTX 여승무원 투쟁 이후, 철도공사의 비정규직에서 공사 자회사의 간접고용 정규직이 된 코레일관광개발지부 소속 승무원들은 ‘비정규직’ 보다도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 불법적 장시간 노동과 사실상의 임금하락 등 노동조건은 지속적으로 열악해졌으며, 매년 100명 이상의 이직이 발생한다.
인천공항공사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약 1년에 걸친 투쟁과 교섭을 통해 교섭권, 파업권을 획득했지만 업체가 변경되면서 노동3권조차 빼앗기게 됐다. 하청업체의 중간착취와 업체변경 시 고용불안 문제, 노조 탄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철민 서울대병원 시설관리분회장은 올 초 해고를 당했다. 서울대병원이 시설관리 도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도급비를 동결했고, 병원과 계약을 체결한 도급업체는 낮은 도급 단가를 맞추기 위해 14명의 노동자를 해고한 까닭이다. 김철민 분회장은 “도급업체 현대 C&R은 노조 탈퇴서를 작성해야 고용될 것이라고 조합원을 협박했고, 나를 포함한 4명은 탈퇴서를 제출하지 않아 해고됐다”고 설명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한국교직원공제회콜센터 노동자들의 경우, 위장된 자영업자로 노동자성 조차 인정받지 못할 처지에 놓여 있다. 최근에는 노동부가 이들을 특수고용직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노조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등의 민간기업에서의 간접고용 문제도 심각하다. 불법파견 문제로 잘 알려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경우, 2004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도 10년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청노동자의 비율이 정규직 대비 120%에 달하는 현대제철의 경우,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잦은 산재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역시 원청인 삼성의 업체 폐업 시도와 노조 와해 등에 맞서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비없세와 간접고용사업장, 올해 ‘간접고용’ 공동 행동 나서나
간접고용의 확산은 비정규직의 확산과 임금 및 근로조건 하락을 시작으로, 노조 탄압과 노동3권 부정 등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노동계는 지속적으로 간접고용의 문제를 지적해 왔지만, 박근혜 정부는 파견법 개정안과 사내하도급법 제정, 고용서비스활성화 법안 등으로 간접고용 확대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김혜진 비없세 활동가는 “1998년 26개 업종에 한해 시행됐던 파견법은 이후 32개 업종으로 파견허용대상이 늘었고 박근혜 정부는 55세 이상 고령자에 한해 파견허용업종 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또한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고용서비스활성화법안은 2011년,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쳐 국회에서 상정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실상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없세와 간접고용사업장들은 이후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계와의 공조를 통해 사내하도급법 제정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간접고용 사업장과 함께 사내하도급법 제정과 파견법 개악의 문제를 더 많이 알려 나갈 것”이라며 “또한 이 법안의 제정을 막기 위한 정치적, 사회적 투쟁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정규직 0명 공장 불매운동’ 등 나쁜일자리 추방 운동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이달 31일까지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자 고용 현황 공시를 7월 1일로 연기한 상태다. 노동계는 현재의 고용형태 공시제가 정규직 300명 이하 사업장은 해당되지 않고, 300명 이상 사업장이더라도 공시 하지 않았을 경우 아무런 처벌조항이 없는 문제를 지적해 왔다.
비없세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1천명이 넘어도 정규직이 290명이면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고용형태를 공시할 필요가 없고, 정규직 300명 이상 사업장이 공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아무런 처벌 조항이 없다”며 “기업들이 비정규직 사용을 줄이고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도록 하기 위해 고용 정보 공개운동을 전개하고, 300인 이하 사업장과 시민단체, 언론사 등에서 비정규직 사용 현황을 공개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규직 0명 공장’의 현황을 조사해 정보를 배포하고, 이들 사업장에 대한 불매 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좋은 일자리’ 확산 운동이나 좋은 일자리를 위한 고용지표 개발 등의 범사회적 운동도 병행한다.
마지막으로 비없세는 현재의 간접고용 문제를 공론화하고 홍보하기 위해 ‘간접고용 노동자 학교’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내부 워크샵과 기획팀 구성, 홍보 등을 통해 8월 중순 경 1박 2일로 학교를 개강하게 된다. 비없세는 “학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노조와 공동으로 논의하면서 간접고용에 대한 공동의 행동을 조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