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회계조작 새 국면, 재판에서 ‘감사조서’ 변조해

안진회계법인, ‘감사보고서’ 끼워 맞추려 최소 3번 감사조서 변조 의혹

쌍용자동차 회계조작 과정에서 안진회계법인이 최소 3차례에 걸쳐 회계감사조서를 변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보고서의 유형자산손상차손 금액을 끼워 맞추기 위해, 부실한 감사조서를 여러 차례에 걸쳐 변조해 법원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 왔다는 주장이다.

이로써 쌍용차 회계조작 사건은 ‘회계감사조서 변조’라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지난 18일 검찰의 쌍용차 회계조작 사건 무혐의 처분 역시 ‘부실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 민변 노동위원회 등은 19일 안진회계법인 대표 및 해당 회계사들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노조는 쌍용차 회계조작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각 정당에 ‘쌍용차 국정조사’를 다시금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안진회계법인, 회계감사조서 변조 의혹

지난 2009년 안진회계법인은 ‘2008년도 쌍용차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고 5,177억 원의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감사보고서 내용은 2009년 4월, 쌍용차가 발표한 2,626명 구조조정 계획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해당 감사보고서는 정리해고를 위해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과대계상했다는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18일, 검찰은 쌍용차 회계조작에 대해 무혐의 판결을 내렸지만 재판 과정에서 안진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 내용에 끼워 맞추기 위해 감사조서를 여러 번 변조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금속노조와 민변 노동위원회, 쌍용차지부 등은 19일 오전,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진회계법인이 회계감사조서를 변조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노조와 민변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안진회계법인이 법원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건의 유형자산 손상차손 감사조서와, 하위조서인 순매각가액산정 감사조서에서 다수의 내용 불일치가 발견됐다.


애초 안진회계법인은 2011년, 금융감독원 감리와 정리해고무효확인소송 1심 재판에서 조서번호 #5690의 ‘유형자산 손상차손 감사조서’를 제출했다. #5690은 1,357억의 공통자산 장부가액이 누락되는 등 전반적으로 부실한 감사조서였다. 또한 유형자산손상차손이 관련유형자산장부가액보다 초과될 수 없음에도, 일부 차종에서 총 142억 원의 손상차손이 장부가액보다 초과 계상됐다.

해당 조서의 유형자산 손상차손은 4,618억 원으로, 2008년 쌍용차 감사보고서의 유형자산 손상차손 금액 5,177억 원과도 크게 차이가 났다. 민변 노동위원회 장석우 변호사는 “감사조서와 감사보고서 상 손상차손 금액이 일치하지 않고, 수 백 억 원의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5690조서에서 분명히 오류가 발생했고, 이후 #5691 감사조서를 통해 변조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안진회계법인은 약 보름 뒤, #5690조서를 변조한 #5691조서를 금융감독원과 2심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5691조서에서도 유형자산 손상차손액은 5,069억 원으로 작성돼, 감사보고서 상의 수치와는 차이를 보였다. #5691조서에는 필수 절차인 순매각가액 검토 과정도 없었고, 작성일자와 작성자의 서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5691조서는 #5690조서에 비해, 인건비와 같은 현금지출고정비가 4,313억 원 더 발생했다. 안진회계법인의 감사조서, 금융감독원의 감리조서 등에 따르면, 현금지출고정비는 생산량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하게 발생하는 고정비라고 적시돼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5690조서가 최종 조서가 아닌, 손상차손 권유 문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두 조서는 제목, 개관 및 절차가 동일한 ‘쌍둥이 조서’다. 또한 장석우 변호사는 “단지 권유하기 위한 문서라면 동 내용이 조서에 기재되어야 하지만, 감사조서에 기재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감사보고서 숫자 끼워 맞추기 위해...최소 3건의 변조행위 의혹

뿐만 아니라 안진회계법인이 제출한 #5690와 하위문서인 순매각가액산정 감사조서 #5690-1, 그리고 #5691조서에서 다수의 숫자 불일치가 발견됐다. 심지어 금감원 감리와 해고무효확인소송 2심에서 동일하게 제출한 #5690-1조서의 내용도 각각 달랐다.

실제로 #5690조서, #5690-1, #5691조서에서 차종별 유형자산 사용가치는 모두 불일치했고, 최대 4천 억 원까지 차이가 났다. 또한 금감원과 법원에 각각 제출한 #5690-1조서를 비교해 보면, 한 차종의 유형자산 사용가치에서 2억 100만 원에 해당하는 숫자 불일치가 발생했다.

노조는 안진회계법인이 원본인 #5690조서를 토대로 #5691조서를 변조했고, #5690 조서와 하위조서인 #5690-1조서를 변조한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또한 금감원과 2심 법원에 제출한 #5690-1조서에서 숫자 불일치가 일어난 만큼 변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결국 최소한 3번의 회계감사조서 변조행위가 있었을 것”이라며 “외부감사인이 감사조서를 변조하는 행위는 외간법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중대 범죄다. 앞서 고발한 유형자산손상차손 과대계상 혐의보다 무거운 범죄”라고 설명했다.

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감사보고서가 나오려면 감사조서가 먼저 작성되어야 하며, 그렇게 됐으면 숫자가 틀릴 수는 없다”며 “하지만 감사보고서의 수치를 상정해 놓고 끼워 맞추다보면 숫자 불일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감사보고서와 감사조서 작성 순서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경율 회계사는 “최종학 교수의 1, 2차 감정보고서와 안진의 의견서, 금감원의 감사조서 등에서는 감사조서로는 산출되지 않는 5,177억 원을 만들어내기 위해 ‘영동출하장 및 불용자산 가액’으로 이를 설명하려 한다”며 “하지만 문제는 어떤 감사조서도 감사보고서상의 유형자산 손상차손 5,177억 원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와 민변 노동위원회 등은 이날 검찰에 안진회계법인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양형근 쌍용차지부 조직실장은 “안진회계법인의 감사조서 변조와 관련해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며 “또한 어제 각 정당에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검찰과 정치권은 자신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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