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철폐의 날’ 앞두고...한국사회 ‘인종차별’ 극심

이주노동자 편견, 폭행, 노동착취 극심한데...정부는 출입국관리법 개악 시도

UN이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을 선포한 지 47년이 흘렀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종차별은 여전히 20세기에 머물고 있다. 한국정부는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안조차 수용하지 않은 채, 출입국관리법 등의 개악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폭언, 폭행, 노동 착취 등도 한국사회를 골병들게 하고 있다.

3.21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오전 11시,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주공동행동)’ 등 노동, 인권, 법률, 시민사회 단체 등은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정부의 인종차별을 규탄했다.


‘인종차별철폐의 날’ 앞두고...한국사회 ‘인종차별’ 극심

최근 일어난 포천 아프리카 박물관 이주노동자 노동착취 사건은 노사 합의로 일단락됐지만, 사건이 일어나기 전 피해를 입었던 노동자들에 대한 후속조치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건 당시 포천 아프리카 박물관 이사장이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고, 홍문종 사무총장은 현재 이사장직을 사퇴한 상태다.

포천 아프리카 박물관에서 공연을 해 왔던 마리아 제나 씨는 “공연 중 사고로 무릎을 다쳤고 상태가 악화됐지만, 박물관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며 “박물관은 나의 모든 것이었던 춤을 앗아갔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합당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에는 인도네시아 선원이 한국인 동료들에게 폭행을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한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93.5%의 선원 이주노동자들이 욕설이나 폭행을 경험했고. 42,6%는 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혼 이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차별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파키스탄계 한국인 A씨는 첫 아이 출산 이후 5년간 임신이 되지 않자, 작년 파키스탄에 있는 친동생의 자녀를 입양했다. 파키스탄 법원과 한국 행정관청의 절차를 거친 합법적 입양이었지만, 인천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양녀의 체류자격 변경을 허가할 수 없다며 양녀의 출국을 요구했다. 해외 입양의 경우 친자가 아니면 허용할 수 없고, A씨의 체류행태 등 입양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주노동자 편견, 폭행, 노동착취 극심한데...정부는 출입국관리법 개악 시도

한국 정부 또한 출입국관리법 개악 등을 시도하며 인종차별과 이주노동자 권리 박탈을 부추기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통해 출입국 규제 강화를 위한 내외국인의 얼굴 정보 수집 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이주민의 모든 신상 정보를 관계기관에 요청해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출입국 단속 직원은 미등록 체류자가 있다고 의심될 시 어디든 무단 진입해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올 4월부터 결혼이민자 비자 발급 심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며, 올 8월부터는 이주노동자들의 퇴직금을 출국 이후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우다야 이주노조 비대위원장은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퇴직금을 한국에서 지급받지 못하도록 했다”며 “현재도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출국하고 퇴직금을 준다고 하면 누가 이를 믿을 수 있겠나. 한국정부가 임금체불을 합법화 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산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장 역시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2012년, 한국 정부에 차별철폐 금지법 등의 제정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이주노동자가 사업장도 마음대로 옮기지 못하도록 하는 현대판 노예를 만들어내며 여전히 인종차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기자회견단은 “이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이야말로 인종차별의 전형”이라며 정부에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안 수용, 인종차별 금지를 위한 법률 제정 △고용허가제 폐지, 이주노동자 권리 전면 보장 △인종차별 강화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악 중단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 정책 기조 전면 수정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단체들은 오는 22일,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파시즘 반대 국제공동행동’에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유럽 전역에서 확대되고 심화되는 인종차별에 맞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항의 시위에 참가해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맞설 의지가 있다는 것을 천명하길 기대한다”며 “우리는 전 세계 어디든 이주민을 속죄양 삼고 공격하는 인종차별, 파시즘에 반대하며 이에 맞서는 항의에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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