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꾸지 않는 꿈, 장시간노동 그리고 죽음

삼성협력업체서 68시간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다 사망한 故 유성우씨

  故 유성우씨가 일하던 구미시 공단동 장원테크 공장 앞. 영정사진을 든 고인의 아버지와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불쾌한 냄새가 코를 훔치는 구미시 공단동 어느 공장 앞. 울음을 머금은 이들 십여 명이 삼성전자 핸드폰 케이스를 만드는 (주)장원테크 앞에 섰다. 공장 정문을 바라보며 울음을 터뜨리는 정미숙씨는 5개월이 지나고서야 국화 한 송이를 들고 먼저 가버린 아들이 일하던 공장을 찾았다.

2013년 10월 5일, 12시간 주·야 맞교대와 잔업으로 주 68시간씩 일하던 유성우씨는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대학 졸업 한 학기를 남겨둔 아들이 학비도 벌고, 사회생활을 경험해보겠다며 공장으로 떠날 때까지도 엄마는 아들이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리라 생각지 못했다.

학비 벌고, 사회생활도 경험하겠다던 핸드폰 공장
주 68시간 장시간 노동에 추석 연휴 특근까지...


사회생활을 경험해보겠다며 일자리를 찾던 성우씨는 6월 20일부터 (주)장원테크에서 일을 시작했다. 물론, 회사와 성우씨 사이에는 (주)티에스앤탑이라는 인력파견 업체가 자리하고 있었다.

성우씨는 휴대폰 트리밍(프레스) 파트에 배치돼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일했다. 주간에서 야간으로 교대될 때는 20시간, 야간에서 주간으로 교대될 때는 16시간 곱빼기 근무까지 했다. 휴게시간은 오전·오후·저녁·새벽에 10분, 중식·석식·야식시간은 30분이었다. 성우 씨는 입사 후 사망 전까지 주 68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몸이 힘들어 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용역으로 일하던 성우씨는 잔업 근무 거부 시 해고 1순위였기 때문이다. 회사는 1일 작업량을 체크하여 개인별 작업량이 적으면 수시로 해고했다. 작업량이 적다는 이유로 동료들이 해고당하는 걸 지켜본 성우씨는 스스로 기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8월에는 단 하루를 쉬었고, 추석 연휴 기간에도 휴일 특근을 해야 했다. 성실했던 성우 씨는 3개월 근무하면서 지각과 조퇴 한 번 하지 않았다.

엄마 정미숙씨는 쉬는 날 집에 온 아들 성우씨가 두 달 사이에 몸무게가 5kg이나 빠졌다고 한다. 걱정은 됐지만, 혼자 일하는 엄마를 생각해 돈을 벌겠다는 아들이 대견스럽기도 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성우 씨는 어릴 적부터 태권도를 배웠고,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아 특별한 질병도 없었다.

  사망 전 유성우씨의 근무시간. 8월은 휴무일이 하루밖에 없었고, 주 68시간 이상 일했다. 사망 전 주는 86시간을 일했다.

그러던 10월 4일, 야간조였던 성우씨는 저녁 8시 30분 출근해 일을 시작했다. 속이 불편했던 성우씨는 소화제를 먹어가며 새벽 근무를 이어갔다. 그래도 몸이 좋지 않아 새벽 5시께 성우씨는 회사 휴게실로 갔다가 눈을 뜨지 못했다. 오전 6시 45분경 몸이 굳어져 있고 숨을 쉬지 않는 채로 발견된 성우씨는 119구급대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발견 1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성우 씨의 사인은 해부학적으로 원인 불명이었다. 외부적 충격도 없었고, 신체에 이상 징후를 보인 곳도 없었다. 성우씨 산재 사건 담당인 이경호 노무사는 “해부학적 사인은 불명이나 원인불명의 내인성 급사인 “청장년급사증후군”의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며 “사망 전 12주 근무시간이 주 68시간이 넘어 과로 인정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빈소도 찾지 않은 삼성협력업체 (주)장원테크
“청년을 쓰다가 버리면 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현실”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에 슬픔에 빠져있던 정미숙씨는 아들이 일하던 회사 사장과 책임자들이 아무도 찾지 않은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 직장 동료들 몇몇이 빈소를 찾기는 했지만, 회사 차원의 조문은 없었다. 산업재해 신청을 하려하자 (주)장원테크는 우리 직원이 아니라며 산재신청 관련 자료 협조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속 업체로 가라는 것. 그러나 인력만 보내던 무허가 파견업체 티에스엔탑은 성우씨 근무 환경뿐 아니라 담당 부서도 몰랐다.

  영정사진을 들고 공장 앞에 선 아버지. 그리고 장원테크 직원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아들을 떠나보낸 것도 슬펐지만, 정미숙씨는 아들의 사망을 대하는 회사의 태도에 울분을 토했다. 자기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이 죽었는데도, 다른 사람 일하면 그만인 것처럼 대하는 회사가 야속했다. 아들이 죽고 나서도 한동안 회사를 질타하지 않았는데,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억울하고, 밉고, 분노가 차올랐다.

그렇게 3월 20일, 5개월 만에 국화 한 송이를 들고 공장 앞에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회사는 자신들을 만나 인사는커녕, 문을 걸어잠그고 직원들을 내보내 감시하고 있었다. 민주노총과 정당,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추모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미숙씨는 눈물을 터뜨렸다. 우연일까.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갑작스레 비바람이 몰아쳤다.

정미숙씨는 “성우도, 우리도 힘없지만 열심히 사는 보통사람이었다. 대학 졸업 전 사회생활도 해보고, 학비도 벌겠다며 공장으로 간 아들이 죽음으로 돌아왔다. 너무하다. 젊은 청년들을 쓰다가 버리면 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현실이 슬프다. 조문 한 번 오지 않은 사장, 죽음에 대한 해명도 없는 회사...아들은 갔지만, 우리 아들 같은 청년들이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의당 박창호 경북도지사 예비후보, 노동당 김혜란 경북도의원 예비후보, 녹색당 김수민 구미시의원, 녹색당 이봉도 구시미의원 예비후보 등이 참석했다.

공장이 밀집한, 그리고 하청·파견노동자가 많은 구미에서 진보를 말하는 이들이 잇따라 스스로를 자책했다. 서로 다른 정당이지만, 공장의 도시, 구미의 현재를 곱씹었다.

배태선 민주노총 구미지부 사무국장은 “과로에 못 이겨 사망에 이르게 한 장원은 법적 책임을 말하기 전에 인간적 도리부터 다해야 한다”면서 “특근과 철야를 마다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구미에는 많다. 이렇게 사고가 생기고 나서야 뒤늦게 찾아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녹색당 김수민 구미시의원은 “일주일 65시간 이상의 장시간노동, 아무도 꾸지 않은 꿈일 것이다. 구미공단 전역에 퍼진 장시간, 불법파견 노동을 바라보며 죄책감과 슬픔이 찾아온다”며 “지방선거철에 접어들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서민을 말하지만 대부분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는 성장을 말한다. 사람이 살만한 성숙한 사회를 만들 것인지 묻는 선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박창호 경북도지사 예비후보도 “젊은 노동자가 죽어갈 때 이 땅의 진보정당은 어디 있었는지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한다”며 “정의당은 억압받는 노동자가 있는 현장에서 함께 진보정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과로 맞지만, 산재 승인 여부는 불투명
장시간노동, 파견천국 구미공단...청년노동자 죽음은 멈출 수 있을까


  고인의 월급명세서. 시급 4,860원 일자리에서 250여만 원을 벌기 위해 얼마나 일해야 했을까. 성우씨가 목숨을 잃은 10월 임금에도 고스란히 명시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이 무색하다.

유가족은 성우씨가 과로로 인한 사망이었다고 3월 14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부검 결과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망 전 4주, 12주 동안 주 68시간 이상 근무에 대한 과로 인정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돌연사(내인성 급사)의 경우 사인이 될 만한 병변이 밝혀지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여러 질병이 과로로 인하여 유발되거나 악화되어 사망할 수 있거나 그러한 질병이 없는 경우에 사망시 과로 이외에 다른 유인이 없는 경우에는 사망과 과로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인과관계를 유가족이 입증하지 못하면 산재 승인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과관계에 대한 전문의 소견도 필요하지만,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산재승인 가능성도 높아진다.

정미숙씨는 “회사는 경찰서에 가서 진술할 때도 성우가 속이 계속 좋지 않았다는 점만 부각했다. 몸에 이상이 없던 사람도, 밤샘근무를 몇 달 동안 지속하면 속이 안 좋은 것 아니냐. 회사의 태도만 달라져도 우리가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시간노동 강요와 용역업체 소속 직원들에 대한 해고를 반복했던 회사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유가족들은 사업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고, 노동청은 지난 3월 16일부터 (주)장원테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시작했다.

사후약방문에 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경호 노무사는 “성우씨 사망 이후 파견업체 티에스엔탑은 폐업했다. 그러나 구미공단에서는 불법파견과 장시간노동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