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출발한 새정치...위태위태한 ‘약속’

당내 ‘무공천 철회’ 요구 빗발, 새누리당 공세...지도부 ‘철회 없다’ 수습 나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 명분으로 내걸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약속이 흔들리고 있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양측 통합의 유일한 이유이자 ‘새정치’의 주요 의제였던 만큼, 무공천이 철회될 경우 통합신당의 ‘새정치’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양측 지도부는 무공천 철회는 없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부터 무공천 철회 요구가 빗발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벌써부터 “무공천을 철회한다면 국민들을 속이고 기만한 행위부터 사과해야 한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출처: 민주당]

당내 ‘무공천 철회’ 요구 빗발, 새누리당 공세...위태위태한 ‘무공천’ 약속

지난 19일 백승헌 새정치비전위원회 위원장은 1차 정치개혁안 발표 직후, 기초선거 무공천 재검토 요구와 관련해 “창당 전후를 불문하고 모든 의제가 열려있으며, 비전위는 국민들이 무공천을 어떻게 보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춰 논란을 일으켰다.

비전위 간사인 최태욱 한림대 교수도 기자간담회에서 “무공천 문제도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기본적으로 여야 양당이 함께 하자는 약속이지, 한 쪽만 무공천하면 불평등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무공천 철회 입장에 힘을 실었다.

이후 민주당 내에서도 무공천 철회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비전위에서 무공천 재검토 발언이 나온 직후인 19일, 김창호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입장발표를 통해 “새정치비전위원회의 무공천 재검토를 환영한다”며 “이는 저와 똑같은 정치적 견해를 가진 것으로 매우 반갑고 적극 환영한다. 통합신당 지도부는 이를 받아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일에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기초단체 정당공천을 줄기차게 주창해 왔다. 법이 있고 타당은 공천하는데 우리만 폐지하면 후보 난립 등의 혼란으로 패배할 것”이라며 “당내와 새정치비전위, 언론에서도 부활론을 제안하고 있다. 통합은 승리를 위한 것으로 승리해야 새정치도 가능하다”며 무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에도 이부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의 지방선거판은 아수라장이다. 대선공약을 파기한 새누리당은 유리하게 전개되는 선거 판세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반면, 2번 기호가 사라지게 된 우리 측은 난립하는 무소속 후보들 속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다”며 당의 무공천 정책을 비판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새정치’의 주요 모델로 내걸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당내 반발에 부딪히면서, 통합신당 창당의 명분 또한 위협받고 있다. 애초부터 정당공천 폐지가 통합의 일회성 구호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연일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난하며 공세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20일,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만약 이제 와서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를 한다면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은 새정치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기만한 행위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안면몰수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황당하긴 매한가지”라고 비판했다.

또한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21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무공천을 선언한 민주당의 수도권지역 국회의원들이 특정후보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박 대변인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네 곳에서 열린 시도당 창당대회에서는 김한길, 안철수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사진을 함께 찍으려고 기초선거 예비후보들이 줄지어 늘어서거나, 심지어는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고 한다”며 “쵤영에 응하는 자체가 공천 효과를 얻으려는 후보를 돕는 행위가 되고, 결국 무공천을 한다면서 사실은 내천으로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 확산, 지도부 ‘무공천 철회 없다’ 사태 수습 나서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은 서둘러 논란 진화에 나섰다. 최재천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21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공천 철회는 없다고 입을 열었다.

최 본부장은 “여러 당내 이견과 반론들이 있지만, 민주당의 일관된 입장은 정치적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 새정치의 출발이고 신뢰정치의 근본이기 때문에 (무공천은) 지켜져야 한다”며 “어려움은 있겠지만, 당 지도자들이 책임 있게 이를 극복하는 것이 정당정치의 핵심이다. 여론도 공천제 폐지를 지지하고 있고,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예속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무공천 후보자들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 방안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최재천 본부장은 “정당도 무소속 후보를 지원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기 때문에, (간접지원) 방안이 가능할 지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도 이날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지만, 서로 어려움을 나눠서 짊어지기로 이미 약속했던 사안이며, (김한길 대표와의 신당창당) 합의 정신에 입각한 중요한 사안”이라며 무공천 재검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난 19일, 무공천 재검토 의지를 밝혔던 백승헌 비전위 위원장도 뒤늦게 사태수습에 나섰다. 백 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백브리핑을 통해 “위원회의 의지와 관계없이 논란을 빚게 돼 유감”이라며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1일, 중앙위원회에서 “전국의 시장, 군수, 구청장님, 그리고 기초의원님들이 당의 울타리를 벗어나 혈혈단신으로 지방선거에 임할 것을 생각하면 당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로서 살을 베어내는 것과 같은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지금도 현장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몹시 무겁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결단은 예견된 고통을 감당키로 한 결단이었다. 더 큰 승리를 위해서 우리는 이 고지를 반드시 넘어야 할 것”이라며 무공천 유지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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