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세워봐라. 우리는 뽑을때까지 싸운다"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서 139번째 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 열려

3월 22일 저녁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에서 139번째 송전탑 반대 촛불 집회가 열렸다. 산외면 보라마을이 합의했지만, 촛불집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송전탑이 다 들어서면 뽑을 때까지 싸우겠다”며 송전탑 반대 싸움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촛불집회에는 고정마을 주민과 부산, 울산지역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2012년 1월 16일 보라마을 주민 故 이치우 씨 분신 이후 밀양 시내에서 열린 촛불집회가 고정마을에서 열리기는 처음이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이번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4개면(상동, 산외, 단장, 부북)을 다니며 촛불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고정마을은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에 참여하던 가운데 지난해 12월 음독자살한 故 유한숙 씨가 살던 마을이다. 유가족들이 진상 규명과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금도 시신을 냉동 보관 중이다.

여수마을 주민 이부남 씨는 “다른 마을은 움막을 치고 싸우고 있고, 우리는 송전탑 자재를 나르는 헬기를 쳐다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지난해 10월부터 다섯 달 째 싸우고 있다. 지치지만 그만둘 수가 없다. 우리 자존심이고, 여기 함께하고 있는 분들이 있어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용회마을 주민 고준길 씨는 “송전탑 반대 싸움을 시작하면서 모든 마을이 함께하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점점 한전의 회유와 협박에 돌아서는 이들도 있다”며 “우리 마을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여서 이야기했다. 지친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이제 와서 그만두면 스스로도 부끄럽고, 자식한테도 부끄러운 일이다. 칼을 뽑았으면 호박이라도 썰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고준길 씨

이어 고준길 씨는 “우리는 101번, 102번 철탑 예정지에 움막을 쳐놓고 농성하고 있다. 혼자 하다가 둘이 되니 힘이 났다. 다섯 명 정도 되면 힘이 나서 싸울 수 있을 것 같다”며 “큰 마을(고정마을)에서 이렇게 버티니 우리도 끝까지 싸우겠다.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용회마을 주민 박상조 씨는 "자기네 마음대로 101번 예정지라고 이름붙였다. 공사 중이면서도 한전이 마을 주민과 보상 합의를 시도하는 것을 보면 공사에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송전탑 세워봐라. 철탑 다 세워지면 우리는 뽑을 때까지 싸운다"고 호소했다.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진과준’의 노래 공연과 전국현장노동자글쓰기모임 ‘해방글터’ 동인들의 시 낭송이 펼쳐졌다.

배순덕 시인은 “운문산 산기슭을 따라 서로 엉켜 의지하며 자라던 생명들이 산내천 맑은 강으로 모여 어두움이 쌓이면 반딧불되어 너울너울 춤추던 그 생명의 땅에서...765k 송전탑으로부터 밀양, 이 생명의 땅을 지키고 싶습니다”는 시 ‘밀양! 그 생명의 땅에서’를 낭송했다.

  우창수, 김은희 부부

  송전탑 공사 강행 당시 카고 크레인 아래서 잠을 자다 경찰에 연행 된 기억을 되새기며 만든 '카고크레인 아래서'를 부른 진과준.

  밀양을 생각하며 쓴 시를 낭송 중인 배순덕 시인

밀양송전탑대책위는 4월 12일 밀양에서 대규모 문화제를 연다. 또, 밀양송전탑대책위는 빈집을 새로 고쳐 거점공간으로 활용하는 ‘빈집 프로젝트’, 밀양주민 농지를 연대시민이 펀딩해 생산물을 공유하는 ‘한 평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밀양송전탑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3월 말 4월 초 다시 공사를 재개한다는 소문이 횡횡하다.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다. 12일 문화제에서 고된 몸과 마음을 풀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 냉동고에 있는 유한숙 씨 장례와 관련해 김준한 신부는 “죄송하다. 유족도, 대책위도 얼른 장례를 치르고 싶다. 하지만 요구안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방치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는 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부세력 어때서’로 개사해 부산, 울산, 경남 참가자 100여 명의 합창으로 마무리됐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부산, 울산, 경남 지역 시민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를 개사해 '외부세력 어때서'를 부르고 있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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