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안전보건법 위반 21만 건...산재은폐 극심

노조, 삼성전자서비스 및 48개 센터장 ‘산안법 및 산재법’ 위반 고발

삼성전자서비스 48개 센터에서 총 21만 건 이상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산재은폐 사례도 317건에 달했다. 전국 106개 센터 중 48개(약 45%) 센터에서만 조사가 이뤄진 터라, 전국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5일 오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서비스 현장안전점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1월 1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약 2개월 간, 전국 48개 센터와 이곳에 소속된 447명의 노동자들을 상대로 문답조사 및 노동안전보건 현장점검 실태조사를 벌여왔다.


삼성전자서비스, 무려 21만 건 안전보건법 위반...산재은폐 극심

실태조사 결과, 48개 센터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한 사례는 21만 2,869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48개 센터 모두 안전모나 안전화, 마스크 등의 안전보호구를 지급하고 있지 않았으며, 월 2시간의 안전, 보건교육 시간을 준수한 경우도 전무했다.

또한 산안법 제41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화학물질 용기에 경고 표시를 하고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사업장에 게시해야 하지만 이 같은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총 41개의 센터에서 총 317건에 달하는 산재은폐도 발생했다.

윤종선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산안법에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주가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아파트 고층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는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아 안전조치법을 위반했다”며 “또한 노동자들은 70~90kg의 가전제품을 혼자 옮기면 근골격계 질환, 허리와 팔 등의 부상을 입지만 직업병 위험 조치를 취하지 않아 보건조치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이소프로필알콜 등 각종 세척제와 MK-R-134A가스(프레온+a), 이소부탄, 납, R12, R22, 프로판가스등 각종 가스, 용접봉 등 화학물질 및 화학물질함유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화학물질과 가스 등이 아무런 안전표지 없이 적재돼 있었으며, 물질안전보건자료도 비치돼 있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용접이나 분해, 세척, 조립 작업을 하는 중 각종 흄과 미스트, 유해가스, 먼지를 흡입하고 있음에도 센터 측은 산안법에 명시돼 있는 조치를 취하거나 안전장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없었다. 윤종선 국장은 “외근 기사들은 용접 흄과 가스에 무방비로 노출돼 냉장고 수리 용접작업을 해야 하며, 내근 기사들 역시 환기 시설이나 배기장치가 전혀 없는 사업장에서 땜질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건당수수료제로 인해 출장 중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산안법에서 규정한 월 2시간의 정기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한 사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사업주는 산안법 10조에 따라 산재발생 시 재해발생원인 등을 기록, 보존해야 하지만 재해 발생 보고 사례가 전무했다. 이 과정에서 41개 센터에서 317건의 산재 은폐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노조, 삼성전자서비스 및 48개 센터장 ‘산안법 및 산재법’ 위반으로 고발

고양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인호 조합원은 지난 2012년, 손가락 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았지만 산재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씨는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다 가운데 손가락 인대가 끊어져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일주일 정도 입원을 했다”며 “면회를 온 팀장은 산업재해가 가능하다고 해서 그것만 믿고 있었지만, 산재 처리는 안됐고 실비 정도만 입금이 됐다.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산재에 대해 잘 몰라 결국에는 포기했지만, 최근 노조를 통해 산재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에게 폭행을 당한 경우 회사는 고객과 직원의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기도 한다. 8년 동안 해운대 센터에서 휴대폰 수리 내근 업무를 해 왔던 심경섭 조합원은 “2~3년 전에 한 고객이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며 무상 수리를 요구했고, 유상 수리를 해야 한다고 말하니 화를 내며 폰을 던졌다. 그 폰이 손목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며 “이 일을 팀장에게 보고하니 고객에게 일당을 받던지, 고객과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센터에는 환기 장치가 없고, 창문도 가려진 밀폐된 공간이다. 기사들이 납땜이나 세척수리를 할 때 약품을 쓰는데 그것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몰랐다. 회사에서 주는 대로 사용하는 것 뿐”이라며 “산안법이나 산재법에 대해 따로 교육받은 적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정부센터 최호정 조합원은 “에어컨 실외기 수리를 할 때 안전바를 걸 수 있는 고리가 없다. 그러다보니 앵글에 걸게 되는데 휘청거리기도 한다. 앵글이 없는 경우, 보조기사를 데리고 가 허리띠를 잡게 하거나 어깨를 잡게 해 그 힘에 지지해 수리 작업을 한다”며 “아파트 15층 미만은 고층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면 스카이라는 작업기기가 오는데 15층 미만은 오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실외기 수리를 할 때 용접작업을 하려면 가스를 배출해야 한다. 바로 앞에서 가스 배출 상태를 확인하고, 용접 과정에서 심한 연기를 맡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일부 센터에 대한 실태조사만으로 21만 건이라는 헤아릴 수 없는 산안법 위반 사례가 발견된 것은 심각한 문제다. 21만 건 위반은 결국 지킨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의 다른 말”이라며 “정부도 근로감독을 해야 하지만 하나도 손을 대지 않았다. 노동부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오늘부터 다음 주까지 삼성전자서비스 원청과 총 48개 센터장을 상대로 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장을 접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노조는 △외근작업 시 위험한 구두와 넥타이 착용 거부 △법 위반 부실 안전보건교육 시 서명 거부 △추락방지 없는 고소작업 등 위험작업 거부 △비인간적 자아비판, 반성문, 대책서 제출 요구 불응 △재해 발생 시 산재 처리 등의 ‘삼성A/S노동자 건강권 찾기 5대 긴급행동’에 돌입하며, 산안법 및 산재법 위반 사업주 처벌 촉구와 노동부 현장조사 및 특별관리감독 요구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금속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와 위장도급업체인 각 서비스센터들을 오늘 전국적으로 노동부에 고발장을 제출한다. 노동부는 즉시 현장조사를 통해 위법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서비스는 그동안의 법 위반을 인정하고 노동자의 건강을 도외시해온 것에 대해 1만 서비스 노동자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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