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로 간 삼성...‘직업병’ 피해, ‘저임금 착취’ 재현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직업병 사망과 20세 미만 노동착취 심각

아시아에 진출한 삼성이 노동자를 상대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고용형태를 활용해 비용절감을 꾀하면서 노동자 착취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삼성 직업병 피해와 가스누출 사고 등 노동안전 문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은 26일, ‘삼성의 아시아 생산 공장 실태와 특성’ 이슈페이퍼를 발간하고, 인도네시아와 인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지역의 삼성 노동자 실태를 분석했다. 이슈페이퍼는 ‘아시아 노동정보센터’가 작년에 발간한 ‘첨단 전자산업에서의 노동권’ 보고서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삼성, 아시아에서도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 강요
20세 미만 ‘견습생’ 키워 ‘저임금 노동’ 돌려막기


삼성은 전 세계의 37개의 생산거점 중 21개를 아시아지역으로 집중했다. 중국에는 4만 5,660명가량이 삼성 생산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서남아시아에는 1만 5,066명이, 동남아시아에는 4만 1,358명이 각각 고용돼 있다. 삼성전자 전체 고용인원의 43.3%가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는 구조다.

아시아지역의 삼성공장에서는 LED와 LCD TV, 휴대폰, 냉장고, 세탁기, 전자렌지 등 전자제품과 가전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조립과 같은 노동집약적 공정을 통해 최종제품을 제조하고 이를 대부분 수출하는 식이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불안정노동을 강요하는 파견제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삼성전자는 노동자 다수를 파견제로 고용하고 있다. [출처: http://www.thejakartaglobe.com/ 화면캡처]

이유미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아시아 지역의 삼성공장 대다수에서는 계약형태에 따라 임금과 복지에 차별을 두면서 노동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공장에는 정규직과 계약직, 파견직, 견습생 등의 다양한 고용형태가 존재하며, 그 중 계약직과 파견직은 이주노동자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삼성공장의 2,800명 노동자 중 약 70%가 이주노동자며, 이 중 1,600여 명은 아웃소싱이거나 계약직이다. 말레이시아 삼성 공장의 1,200명의 노동자 중 70%에 해당하는 단순 작업자 또한 이주노동자다. 이유미 객원연구위원은 “아웃소싱, 계약직 노동자는 정규직과 비교해 임금과 식사 수당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견습생 제도를 악용해 20세 미만의 노동자들에게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며 비용절감을 꾀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인도의 삼성 휴대폰 공장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2500~3000명의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은 견습생으로 이들은 1년간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견습생이 계약 만료로 공장을 떠나면, 같은 규모의 견습생이 공장을 채우게 된다.

이유미 연구위원은 “견습생은 하루에 8시간 일하고 종종 초과근무를 해도 한 달에 30달러를 받는다”며 “이들은 삼성 직원이 운영하는 직업학교에 지원한 17~19세의 학생들로서, 견습생 제도는 삼성에 안정적으로 숙련된 아웃소싱 노동자와 파견직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삼성 공장의 노동자들은 낮은 기본급 때문에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삼성 인도공장 견습생의 기본급은 5,600루피로,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대신 견습생들은 시간당 40~50루피의 수당을 통해 임금 총액을 높인다. 견습생의 임금 총액은 약 7000~8000(120~140만원)루피 정도여서, 최대 하루 12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또한 회사는 생산 목표량을 설정해 노동자들에게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삼성공장의 경우, 생산단위당 각 노동자의 생산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계가 도입됐다. 이유미 연구위원은 “2011년에는 12명의 생산조가 포장을 포함해 각 8시간 동안 4,000개의 블루레이를 생산해야 했다”며 “인도 삼성공장 조립공정도 제품 당 소요시간 고정을 통해 생산목표량을 달성하는 방식이어서, 노동자 인터뷰에 따르면 휴대폰 조립 라인에서 3.5초~4초 동안 한 단위를 제작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삼성 반도체 직업병’과 유사한 직업병도 발생

심지어 인도네시아에서는 국내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으며, 인도에서는 LPG가스 누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인도네시아 삼성공장 PCB 플라크 세척구역에서 액체 알코올과 접촉했던 노동자 3명이 폐렴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망한 3명의 노동자들은 PCB 플라크 세척 구역에서 평균 10년간 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미 연구위원은 “그들에게는 고무장갑과 천 마스크 하나만 갖추어져 있고, 액체 알코올을 피할 수 있는 특별한 장비가 제공되지 않는다”며 “그 구역의 많은 노동자들은 현기증과 메스꺼움을 호소하고 있고, 눈이 따가운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삼성공장 노동자들도 전리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상당수의 노동자가 매일 진료소를 방문해 두통과 발열, 근육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2009년 11월 야간에는 인도 노이다에 위치한 삼성 세탁기 조립공장에서 LPG가스가 누출 돼 69명의 노동자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삼성은 아시아에서도 국내와 유사하게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납품단가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도 한다. 무노조 방침과 노조 탄압도 국내의 ‘무노조’ 전략과 유사하다.

이유미 연구위원은 “삼성은 아시아에서도 복수의 하청업체에게 동일한 부품을 납품받아 단가 인하 경쟁을 유도하며, 하청업체 노동자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삼성은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삼성공장과 하청업체들에 무노조 방침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고, 노조 설립을 탄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인도네시아 삼성공장의 아웃소싱, 계약직 노동자 200명은 노조를 결성한 뒤, 인도네시아 금속노동자 연맹에 가입했으나 삼성의 노조 탈퇴 공장으로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같은해 11월에는 금속노동자 연맹이 삼성공장 점거에 나섰지만 수 백명의 폭력배가 동원됐고, 경찰이 살수차와 최루가스를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도 했다. 삼성 하청업체 역시 삼성의 영향력에 따라 노조 탄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미 연구위원은 “삼성의 국내외 착취 전략은 물량 및 공장이전을 무기로 국내외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분열시키면서 유지되고 있다”며 “따라서 국내 전자산업 조직화, 특히 삼성 및 삼성 하청업체 노동자 조직화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국제연대의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

삼성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