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보편화되면 대면진료 가격은 더 오를 것"

[인터뷰]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25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환자 사이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정부는 원격의료와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정책이 ‘대형병원과 대기업의 돈벌이와는 관계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지만, 보건의료단체들은 원격의료가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라고 비판합니다. 어느 것이 진실일까요? 정부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의 연관성은 전혀 없어 보이지 않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 <네이버>에서 ‘의료민영화’라고 검색하면 가장 상단에 바로가기 ‘원격의료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정책 바로알기’가 나타납니다.

  포털사이트 다음, 네이버에 의료민영화로 검색하니 정부의 원격의료, 보건의료 투자 활성화 대책 홍보 홈페이지가 바로 나타난다. [출처: 뉴스민]

원격의료 도입과 의료민영화 관련성을 정부가 추진한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대구시도 이 시범사업에 참여했었죠. 3년간 157억원이 들어간 사업이었죠. 사업을 분석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원격진료의 효과를 강조했지만,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와 의사들은 산자부가 효과를 지나치게 과대포장 했다며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동네의원 중심 원격진료 시스템 도입?
3년 시범사업 기간 동안 동네의원 5곳, 환자 28명에 불과해


스마트케어는 넷북ㆍ스마트폰으로 만성질환자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진단ㆍ처방하는 원격건강관리서비스로 2010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진행됐습니다. 애초 38개 동네의원이 참여한다고 계획했지만, 3년 동안 원격의료에 참여한 동네의원은 5곳에 불과했습니다. 노인정과 경로당, 장기요양시설도 10곳 참여를 목표로 했지만, 4곳만 참여하는 데 그쳤습니다. 동네의원 중심으로 원격진료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취지와 달리 동네의원에서 참여한 환자는 고작 28명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는 지난 3월 19일 ‘스마트케어’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했고, “의학적 효과와 경제적 타당성, 일자리 창출효과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동네의원 원격진료 결과를 부풀려 발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마트케어 시범사업 분석에 참여한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를 만나 스마트케어 사업에 대한 평가와 원격의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경수 교수는 “대구시가 이 사업을 한 것은 메디시티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추진해오던 선상에 있다고 생각했다. 시도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업이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스마트케어) 사업은 목적이 명확하지 않았다. IT기반의 원격상담, 진료 기술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외국에도 팔고, 한국에도 팔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자료=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출처: 뉴스민]

의료가 아닌 비지니스모델 만들기가 목적

사업의 목적이 ‘의료’가 아닌 ‘비즈니스모델’이었음은 이 사업의 시행 주체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능합니다. 주관하고 평가한 기관도 산업통상자원부였고, 이 사업을 함께 진행한 대구시 부서도 보건복지과가 아닌, 의료산업과였습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진행했느냐를 살펴보도록 하죠. 산자부는 지리적으로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진 이들, 노인을 포함한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원격의료를 하겠다고 하지만, 스마트케어 사업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경수 교수는 “분석 결과를 보면 45세~65세를 주 대상으로 잡았다. 65세 이상은 10%, 20%밖에 안 된다. 병을 관리하기 위해 보는 지표들이 있는데, 당뇨는 16개 지표, 고혈압은 8개 지표가 있다. 이 가운데 2개 지표에서 조금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나오는 데 이걸로 의학적 유효성이나 타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시범사업 결과를 선택적으로 뽑아 산자부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정도 결과면 연구하는 사람들은 논문에 싫기도 어렵다. 실제 연구한 사람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왜 이런 무리한 결과를 발표했을까요.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창조경제, 시장창출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IT에 기반한 의료산업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의료법은 규제가 많아, 현행대로 두면 원격진료니 하는 새로운 사업들을 추진할 수 없어서 법 개정도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겠지요.

이경수 교수는 “의료법은 보수적이고 규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수술 기법이 도입돼 10번 수술해서 9번 성공해도 1번 사고가 나면 이 기법은 도입되기 어렵다.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전체 만성질환자 대상으로 사업하겠다는 게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출처: 뉴스민]

"SK, LG가 국민건강보호 목표로 사업 추진? 아니다.
효과 검증하고 나서 장비를 팔겠다는 목적"


이경수 교수는 원격진료를 위해 노인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줬는데, 검사결과를 잘못 입력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 정보가 전송되는 과정에서 데이터 오류가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 하나의 병만 가지고 있는 줄 알고 원격진료를 이용했는데, 다른 병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면 등의 예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IT산업에 있는 이들은 IT가 약하고 달리 안전하다고만 생각한다. 기술적인 측면과 산업의 효과만 고려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이 사업을 추진하는 SK, LG가 국민건강보호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을까? 아니다. 스마트케어를 통해 효과가 있다는 걸 검증하고 나서, 장비를 팔겠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렇습니다. 노인들이 장비를 어떻게 구입하고, 이용할 것인지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특히, 한 가지 질환만 가진 것이 아닌 노인들은 데이터를 여러 번 입력해야 합니다. 대면진료면 병원에 한 번만 가면 되는 데 말이죠.

이경수 교수는 “건강취약계층들이 보호가 되고 싼 비용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느냐 했을 때 보건복지부 홍보와 다를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건강취약계층은 더 많은 노동을 하니 시간이 더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교육수준도 낮아 컴퓨터, 스마트폰과의 심리적 접근성도 떨어집니다. 이 교수는 “대구고혈압센터에서 제일 힘들었던 점이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하고는 싶은데 돈도 없고, 장비도 없기 때문이다. 설치한다고 해도 이분들이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격오지는 간호사가 일부 진료를 한다. 간호사가 가이드 하는 상황에서 의사가 원격으로 대면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본인이 기계를 만져서 측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가능하다는 가정 자체가 너무 무리하다”고 말합니다.

  2010년 대구시와 LG전자는 스마트케어 시범사업 협약을 맺었다. [출처: 대구시]

"원격진료 보편화되면 대면진료 가격은 더 오를 것"

그렇다면 노인을 포함한 건강취약계층을 위함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이 교수는 “젊은 사람들이 상담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건강 취약계층이 혜택을 보는 것처럼 홍보한 것이기 때문에 과대포장 한 것”이라고 꼬집습니다.

대면진료보다는 싼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일까. 원격의료가 일상적으로 도입됐다고 가정해봅시다. 대면진료와 원격진료를 편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잘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스마트폰도 사용할 줄 모르는, 복합적 질병을 가지고 있는 노인이 원격진료 데이터 입력조차 버거워해 대면진료를 선택합니다. 이때 대면진료 수가는 지금과 같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이경수 교수는 “지금 의료수가 체계에서는 1가지 질병을 가지든, 3~4가지 질병을 가지든 진료비에 차이가 안 난다. 원격진료가 보편화되면 대면진료비는 더 비싸질 것이다. 고급화되는 것이다. 이럴 때 의료소외계층인 복합질병을 가진 저소득층이 병원을 방문하는 게 쉬울까”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경수 교수도 원격진료가 진료의 보조적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원격진료가 필요한가요? 동네마다 병원이 다 있는데. 아픈 사람은 심리적으로도 약합니다. 이들이 기계만 쳐다보고 데이터 입력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외국사례들은 어떨까. 이 교수는 “LG, SK, 삼성은 외국에서 10년 전부터 다 보고 왔다. 외국은 원격진료를 제한적으로만 이용한다.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에 의사, 전문간호사들이 다 배치돼 있다. 환자가 그곳에 와서 코디네이션 받으면서 원격진료도 병행한다”며 “원격만 가지고 되더라는 것은 성립이 안 된다. 유독 우리만 원격의료를 보편화하려고 한다. 산업 형성 때문에. 규제를 무작정 뚫고 지나가다가는 건강과 안전을 다 잃을 수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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