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동·정치세력, ‘지방선거’ 대응·투쟁방향 고심

현장조직 ‘공동대응’ 요구와 ‘자기혁신’ 선행 주장도

박근혜 정권의 공세적인 통치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정치세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면한 6.4 지방선거부터가 문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으로 보수 양당 구조가 공고해졌지만, 진보정당은 뿔뿔이 흩어져 고심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동 현장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민주노총이 ‘박근혜 퇴진’을 내걸고 야심차게 진행했던 국민총파업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위기가 심화되면서 각 정치세력 및 현장조직으로부터 공동 대응의 요구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거쳐 이후에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준비하고,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다. 반면 현재의 역량으로는 총파업이나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나서기에는 무리가 따르며, 현장조직의 자기혁신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노동전선)’은 26일 오후 4시, 민주노총에서 ‘노동자투쟁 방향과 실천방향’ 정세 토론회를 개최하고, 제 정치조직 및 현장조직들의 공동대응 모색에 나섰다. 이번 토론회에는 노동전선을 비롯해 변혁적현장실천과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노사과연), 노동자혁명당추진모임(노혁추), 민주노동자전국회의(전국회의), 전국현장노동자회(현노회), 좌파노동자회 등의 정치조직 및 민주노총 현장조직들이 참석했다.


오는 6.4지방선거, 노동정치세력의 대응방안은?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의 경우, 오는 6.4 지방선거에 개입 전술을 구사하기보다 오는 6월말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태연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집행위원장은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등 변혁적 노동운동세력은 지자체선거의 전면적 개입전술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며 “5~6월 노동자총파업과 민중총궐기투쟁의 확대강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투쟁이 전개되는 지역에서는 투쟁의 확대 강화를 위해 지자체선거투쟁을 전개한다는 제한적 개입전술을 열어두고 있으며, 특히 SKYM(쌍용,강정,용산,밀양) 차원의 선거투쟁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태연 집행위원장은 “지자체선거를 앞둔 진보진영의 상태는 최악이다. 통합진보당은 정당해산 위협을 받는 가운데 전체 선거구에 후보를 내 당의 존립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반새누리당 연합전선을 위해 수도권 광역단체장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기본적으로는 야권연대 구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노동당은 70명 이상의 광역의원 후보를 출마시켜 정당비례득표 2% 이상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나, 노동자민중의 투쟁요구를 중심으로 자신을 정치적으로 부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이번 지자체선거에서 노동자민중진영이 지난 십 수 년간의 선거전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노동자들은 지난 시기 노동자정치세력화의 한계에서 벗어나 노동자계급정치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한 실천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노총 6월말 총파업 조직화를 위해 전국의 현장조직들이 공동제안해 4월 중으로 현장조직 대표자연석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제현장조직들이 함께하는 ‘활동가대회’를 개최해 현장 활동가들이 주체로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동당의 경우 오는 지자체선거를 통해 진보정치의 제3세력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에 따라 보수 양강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기 전에 진보정치 진영이 제3세력의 지위를 탈환해야 한다는 요구다. 노동당은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토론회에서도 정의당 등 진보정당을 상대로 지방선거 ‘선거연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홍원표 노동당 정책위원은 “방치했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의 진보정치는 다수의 정당과 정치세력으로 분리돼 있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공동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진보정치가 제3세력으로서의 정치적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전국적 차원의 공동대응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영찬 노사과연 연구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보이콧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며, 지방선거를 박근혜 퇴진 투쟁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영찬 연구위원장은 “현재의 상황에서 노동자, 민중진영이 선거를 보이콧하거나 사실상 무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으며, 선거에 대입하고 후보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러나 과거 노동자, 민중진영의 선거전술은 상당부분 의회주의적 틀에 갇혀 있었고, 그런 점에서 투쟁전선의 교란요인이 되기도 했다”며 “일차적인 것은 대중투쟁 우위의 원칙 속에 선거투쟁이 배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자들은 대중투쟁 전선과 결합해 선거 공간은 박근혜 정권 퇴진투쟁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회의는 노사과연의 선거투쟁 전술 기조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지호 전국회의 부의장은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노사과연 발제와 비슷한 기조이며 이에 동의한다”며 “전국회의는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정치세력화 활동을 하고 있다. 회원 100여 명 이상이 출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과거 당선을 중심으로 하는 의회주의적 선거 대응에 대해 여러 반성이 있었고, 대중투쟁과 결합된 선거투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 아니지만 오히려 더 많은 후보가 출마해 반 박근혜 선봉에 설 예정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에 대중투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권의 반동성에 맞선 ‘노동자 투쟁’ 방향 논의도

올해 노동자 투쟁 방향과 관련한 논의도 이어졌다. 다수가 의료, 철도, 교육 등의 ‘민영화’ 투쟁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정치, 현장 조직의 공동 대응 요구도 나왔지만, 반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지호 전국회의 부의장은 “핵심은 민영화 투쟁이다. 현재 철도 투쟁과 의료민영화 투쟁까지 형성 돼 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현재 적극적으로 의료민영화 투쟁을 중심적으로 전개할 노조가 보이지 않는다. 실질적인 투쟁의 구심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민주주의 투쟁에도 노동운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부 민주주의 투쟁을 주도하는 분들이 통합신당을 중심으로 하는 야권 정당에 있기도 하지만, 오히려 노동운동이 민주주의 투쟁에 개입해 공안기구 해체와 공안독재 통치 흐름을 막아내야 하지 않나”고 제안했다.

홍원표 노동당 정책위원은 “민주주의는 언제나 지켜야 할 가치이지만, 국정원이 해제된다고 비정규직이 사라질 리 없다. 사회경제적 문제를 간과한 민주주의 수호 투쟁은 반쪽짜리 민주주의인 87년 체제로 회귀하자는 것”이라며 “보편복지 확대와 민영화 저지 투쟁은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형균 노동전선 공동대표는 ‘생활임금 쟁취투쟁’과 ‘민영화 투쟁’ 등의 쟁점을 사회적 의제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형균 대표는 “수많은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들을 하나로 모아내기 위해서는 임투를 구체화해야 한다”며 “생활임금 문제를 전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려,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면피용 하루파업을 하면 힘만 들고 효과도 없다. 5~6월에 실질적인 파업대오가 형성되기 어렵다. 파업은 7월에서 9월이 적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재의 실질적인 파괴력은 여전히 철도파업이 중심축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홍지욱 현노회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총 2.25 파업 결정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이었다. 민주노총의 상황을 면밀히 보지 못했다. 사실 민주노총 6월 파업도 불가능하다고 본다. 우선 노동운동 진영에서 투쟁 목표를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어떻게 운동을 조직할 것인지 이후의 실천 방향들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가 제안한 ‘현장조직 대표자연석회의’ 제안과 관련해서도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너무 급박해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대중조직에 기반 해 있는 현재 4개의 현장조직의 자기혁신이 먼저 필요하다. 차분하게 자기조직을 성찰하고, 제대로 대중 조직화를 거쳐 현재 정세에 맞는 투쟁을 배치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영구 좌파노동자회 대표는 “2.25 총파업이 실패했다는 데 동의한다. 노개투 총파업 당시 1년 이상을 준비했음에도 선제파업을 하지 못했다”며 “간부파업이나 상층간부들만의 집회만으로는 더 이상 투쟁할 수 없다. 산업, 업종의 울타리를 넘는 연대투쟁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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