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자 사망...불산 이어 이산화탄소 누출

50대 직원 질식사...“이윤추구에 눈멀어 노동자 안전 소홀”

삼성전자 수원공장 생산기술연구소 지하에서 27일 새벽 5시 9분경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나 협력업체 직원 50대 김 모 씨가 질식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사고 직후인 오전 5시 11분경 자체 구조대가 출동해 현장 조치하던 중 오전 6시 15분경 김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오전 7시 8분경 숨졌다. 병원 측은 김 씨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심장이 멈춰있었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생산기술연구소 지하 변전실에서 소방 설비가 오작동을 일으켜 소화용 이산화탄소를 살포해 김 씨가 질식사 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조사 중이다.

변전실은 45킬로그램짜리 액화 이산화탄소 탱크 50개가 연결돼 있으며, 오작동으로 탱크 내 가스가 전량 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김 씨의 사망 이후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사고원인이 정확히 파악될 수 있도록 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월, 5월에 2차례 불산 누출 사고로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협력사 직원 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한 바 있다. 같은 해 7월 화성공장에서 암모니아 누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5명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일도 있었다.

불과 8개월 만에 또 사고가 발생하면서 삼성전자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삼성전자에서 “연속 발생한 사고는 모두 생산설비에 대한 안전점검 소홀이 원인이며,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협력업체 직원”이라며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 역시 삼성전자가 이윤추구에 눈이 멀어 노동자의 안전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사망사고가 또 발생했다는 것은 작년 특별감독의 결과가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것의 반증으로 관계당국의 직무유기를 의심케 한다”며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를 ‘안전보건관리 초일류 기업’에서 제외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에 대해 철저하게 집중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산 사고 이후 노동부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한 결과 삼성전자가 산업안전보건법 1,934건을 위반했다고 밝혀 총체적으로 안전보건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에 대해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삼성전자 소화설비가 오작동해 이산화탄소가 누출됐다고 밝힐 뿐 아직 어떠한 설명과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며 “왜 사고가 발생했는지, 왜 고인이 탈출할 수 없었는지 등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돈만 벌면 된다는 삼성의 위험한 생각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삼성전자에서 죽음의 행렬이 계속된다면 삼성전자는 생산기업이 아니라 죽음의 기업, 파괴의 기업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이번 사고를 소방 설비의 오작동으로만 그 원인을 찾는다면 언제든 비슷한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사람이 죽지 않도록 여러 안전대책을 갖추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불산 사고 때처럼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사고 조사와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며 “또한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위해 독립된 제3자의 참여를 보장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백혈병에 노조파괴에 산재사망에. 삼성은 ‘인권 죽이기’의 상징인가, 그래도 정부는 노동권과 환경권을 규제라며 없애려는가”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누리꾼들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버지도 어제 수원 삼성에 출장 가는 길에 되돌아오셨는데 이거 남 일이 아닙니다”, “황산 누출 사고에 이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서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 대형 사고는 결코 느닷없이 오는 것이 아님. 경고를 무시한 대가”, “삼성의 ‘또 하나의 이름, 죽음’ 삼성은 사회악이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