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표방 새정치연합, ‘세모녀 법’등 민생정치도 ‘흔들’

야심찬 민생법안 1호, 사회단체 반발만...지지율은 계속 하락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이 창당 이후 강력한 ‘민생정치’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기대치만큼의 지지효과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창당 이후, 민생 1호 법안으로 야심차게 발표한 일명 ‘세 모녀 법’역시 시민사회로부터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당내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새정치연합이 당 내부 정리를 통해 ‘민생정치’에 올인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안철수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회동을 제안하는 등 강공책을 꺼내들었지만 돌파구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새정치연합이 기초선거 공천관련 범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한 것을 두고 벌써부터 새누리당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4월 임시국회에서는 2월에 처리하지 못한 기초연금법을 비롯해 ‘세모녀 법’ 등 민생 법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 새정치연합의 ‘장외행보’가 법안 처리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당이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국회에서 시급한 민생법안들을 처리하는 것이지 민생과 어떠한 관계도 없는 일로 거리에 뛰쳐나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생정치’를 전면에 내건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안팎으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한 셈이다.

[출처: 새정치민주연합]

‘중도보수’와 ‘민생정치’ 표방한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계속 하락

새정치연합은 창당 전후로 중도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진보개혁적 성향을 꾸준히 지워왔다. 정강정책 논의 과정에서는 6.15 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의 계승을 제외해 한바탕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당헌에 6.15와 10.4 선언을 포함시키는 대신,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선언과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등도 계승한다는 내용을 명시해 보수적 색채를 강화했다.

정강정책 논란과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논란이 당 안팎으로 거세지면서 ‘새정치’의 이미지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민생정치’를 꺼내들며 이념 논란 진화에 나섰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28일, 정강정책 연설을 통해 ‘민생’과 ‘안보’를 강조했다.

안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생중심주의를 선언한다”며 “그 어떤 것도 민생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새정치는 반민생 정치를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그 어떤 세력도 거부한다. 당의 정강정책에서도 안보를 가장 우선하고 강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한길 공동대표 역시 20일, 정강정책 연설을 통해 “우리의 창당은 국민의 삶을 정치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겠다는 민생중심주의 정치 선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은 이념적 색깔보다 ‘민생’을 주요 화두로 제시하며 민생정당의 의지를 표명했으나 결과적으로 실질적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3월 4주차 지지율은 28%로 집계됐다. 통합선언 직후인 3월 초에는 31%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한 달 내내 지속적으로 하락해 월 말에는 20%대로 진입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3월 초 지지율 39%을 시작으로, 마지막 주에는 43%까지 상승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도 59%가 긍정적으로 평가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야심찬 민생법안 1호, 사회단체 반발만...‘세모녀 법’등 민생정치도 ‘흔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 하락은 기초선거 무공천과 우경화 논란 등으로 그간의 ‘새정치’의 이미지가 빠르게 훼손된 탓이 가장 크다. 정당의 주요 슬로건으로 내건 ‘민생정치’가 강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창당 과정에서 민주당의 강령이었던 ‘보편적 복지’가 인철수 의원 측의 ‘선별적 복지’로 우회한 것도 논란이 됐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창당 다음 날인 27일, 창당 1호 법안으로 민생법안인 일명 ‘세 모녀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만 샀다.

새정치연합의 ‘세 모녀 방지법’은 긴급복지지원법,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사회보장수급권자의 발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3개의 법률안을 개정 발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 중 시민사회의 반발에 직면한 내용은 부양의무자기준을 일부 완화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해당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부양의무자 범위에서 직계혈족의 배우자를 제외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없는 경우를 법률에 명확히 함 등이다.

그동안 170여개의 장애, 빈민 단체로 구성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부양의무자기준은 2000년과 2006년에 걸쳐 완화돼 왔지만 사각지대는 계속 확대돼 왔기 때문이다.

공동행동은 “부양의무자기준은 이미 그 범위에서 완화를 경험한 바 있지만, 수급률은 2001년 3.2%에서 2007년 3.2%로 동일했고, 2012년 수급률은 2.7%까지 떨어졌다”며 “부양의무자기준을 축소하더라도 ‘기타요인’을 통한 수급자 수 통제가 언제나 이뤄져왔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없는 ‘새정치’는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며 ‘세 모녀 방지법’을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이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없는 경우’를 법률에 명시한 것 역시, 사실상 이미 대통령령에서 정하고 있던 권리사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예고한 소득재산기준 완화 정책에 따른 구제 대상은, 현재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117만 명 중 고작 12만 명뿐이다.

또한 공동행동은 “이번 법안이 ‘좋은 취지’의 겉옷을 입고 새누리당의 기초법 개악안과 함께 통과되는 것을 염려한다”며 “만약 이번 세모녀 법안이 유재중 의원안과 함께 통과 된다면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정부와 여야가 합의 가능한 수준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약간 완화한 채 기초생활보장법의 틀거리는 해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이번 4월 국회에서 새정치연합이 민생 법안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압력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초연금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장애인연금법 등 이른바 ‘복지3법’이라는 민생법안을 밀어붙일 태세이며, 새정치연합도 기초연금법과 ‘세 모녀 방지법’ 등의 민생법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기초연금법은 여야의 이견으로 2월 국회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한 바 있고, 오늘(31일) 재개된 ‘기초연금 도입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회의’에서도 여야의 공방만 이어졌다. 만약 4월 국회에서도 기초연금법 통과가 무산되거나 내용이 후퇴될 경우, ‘민생정치’를 내건 새정치연합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