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비스 아산센터 충돌, ‘과잉진압’ 논란

경찰 “정당한 공무집행”...법조계 “경찰 중립 벗어나 과도한 대응”

삼성전자서비스 충남 아산센터 앞에서 31일 경찰병력과 노동자들이 충돌한 일과 관련해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와 법조계는 경찰의 대응이 과도했다고 질타하는 반면, 경찰 측은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맞섰다.

이날 아산센터가 폐업하면서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전충청권(서대전·서산·아산·천안·홍성) 분회, 충남지역 노동계는 폐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천, 해운대 등 연이은 센터 폐업에 대해 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탄압용 위장폐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소속 300여명의 경찰병력과 노동자들 간의 충돌은 이날 오후 6시30분경 아산센터 앞에서 발생했다. 노조는 아산센터 입구에서 왼쪽으로 떨어진 주차장 공터에 천막을 설치하려고 했다. 경찰은 캡사이신을 난사하며 이를 막았다. 천막 설치 장소에서 벌어진 충돌은 곳곳으로 번졌다. 삼성전자 제품 판매장과 같이 있는 아산센터는 건물 규모가 1천 평에 달한다.

[출처: 미디어충청]

노조 관계자는 “노조 사회자가 천막 설치 전에 마이크를 잡고 ‘충돌을 원하지 않으며 평화롭게 천막(1개동)을 설치하겠다’고 경찰에 두 차례 알렸다”며 “하지만 경찰은 예방 차원에서 미리 경고 방송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16명의 노동자는 ‘공무집행 방해’로 아산경찰서로 연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삼성이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했고, 천막 설치 공간은 집회신고가 된 인도가 아니라 삼성의 사유지이기 때문에 천막 설치를 막은 것”이라며 “밀고 들어온 사람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관련해 경찰의 과잉 진압이라고 비판했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경찰은 사전 예방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면서 “주차장 공터에 천막을 설치하는 일이 과연 공공질서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가 폐업해 노동자들이 해고 되는 등 노사간 분쟁이 있는 상태에서 경찰은 최대한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질서유지·조정을 해야 한다”면서 “그런 면에서 경찰은 중립적인 입장을 스스로 훼손시켰고, 경찰 직무집행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6조에 따르면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해지려고 인정될 때 예방을 위해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고,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

때문에 법조계는 경찰이 ‘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또한 노동자들의 천막 설치 행위가 과연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고,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미치는 행위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만일 노동자가 법을 위반했다 손치더라도 경찰은 구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며 “경찰이 공무집행 과정에서 먼저 직권 남용을 했다면 노동자를 불법 체포한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노조가 삼성전자 제품 판매장도 아니고 주차장에 천막을 설치하려고 했고, 경찰이 설치한 질서유지선을 침범한 것도 아니었다”면서 “천막이 있으면 보기에 껄끄럽다는 이유로 과잉 진압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한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냐는 점이 논란이다. 대법원은 미란다 원칙을 무시한 체포는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체포과정과 체포 이후 등 현장에서 미란다를 고지했다”며 “관련 자료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 있던 경찰은 의경이 아니라 집회시위를 전문적으로 다니고,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경찰기동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노조 관계자와 변호사 등은 “경찰이 미란다 고지 없이 노동자들을 연행하거나, 공무집행 방해가 아닌 집시법 위반으로 체포 이유를 다르게 밝히는 등 원칙을 어겼다”고 말했다.

[출처: 미디어충청]


[출처: 미디어충청]

경찰이 노동자들을 체포하면서 현장에서 수갑을 채워 인권침해 논란도 일고 있다.

조현주 금속법률원 변호사는 “수갑·포승 등 경찰계구는 자해·도주 우려 등 긴박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데, 이런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며 “또한 연행자가 경찰서로 이동한 뒤에도 수갑을 풀지 않고 한 시간 가량 계속 채운 것은 경찰의 과도한 행동이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경찰계구 사용 기준에서 벗어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서비스 기사 A씨는 “경찰은 얼굴을 조준해 캡사이신을 난사했고, 무차별 연행했다. 지나가던 아산시민들도 경찰의 대응에 놀란 분위기였다”며 “업체가 폐업해 해고되고 노조 탄압에 시달린 것도 모자라 경찰마저 과잉대응 하니까 비정상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연행된 노동자 16명은 31일 밤 천안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은 1일 오전 9시부터 아산센터 앞에서 ‘위장폐업 철회’, ‘연행자 석방’ 등을 촉구하며 연좌농성, 선전전 등을 이어가고 있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

삼성 , 삼성전자서비스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재은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