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홍성분회장인 그는 “서비스 기사는 계속 개인 차량을 사용해 유류비도 자비로 털어 냉장고, 에어컨 등 삼성전자 제품을 수리했다”며 “회사는 ‘업무차량 지급’ 노사 합의를 어기고, 조합원을 배제한 채 비조합원에게만 차량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사실상 교섭권을 위임받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3월 1일부터 ‘업무 차량에 대한 리스 차량 사용 및 유류비 실비 지급’을 한다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와 지난 해 12월 약속했다. 회사의 노조 탄압과 생활고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종범 열사의 장례를 치르기로 노사 합의하면서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생활 임금 보장 △건당 수수료 및 월급제 문제에 관해서 임금단체협상에서 논의 등에 대해 노사 합의했다.
합의 이후 삼성전자서비스는 업무용 차량 376대를 전국 협력업체 95곳에 3월 4일 지급했다. 향후 5월 말까지 총 3천여 대의 업무차량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협력업체는 노조 비조합원에게만 차량을 지급하거나 서비스 기사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업무차량 사용 동의서(동의서)’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의서에 대해 노조가 일부 수정안을 내도 회사가 받지 않는 실정이다.
▲ 협력업체가 비조합원에게만 지급한 업무용 차량이다. [출처: 미디어충청] |
홍성센터는 노조가 동의서 사인을 거부하자 비조합원에게만 업무차량을 지급했다. 배주열 분회장은 “협력업체가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갈라치기 하고, 노조 활동하는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줘서 조합원들이 굉장히 화났다”고 전했다.
이어 “회사가 요구하는 동의서는 서비스 기사를 업무차량으로 해고 등 징계할 수 있고, 노조 탄압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였다”며 “조합원들은 당연히 동의서에 사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국 다른 센터 상황도 비슷하다고 지회는 밝혔다. 최종범 열사가 생전에 근무했던 충남 천안센터는 협력업체가 동의서 사인을 요구하자 조합원들이 거부했다. 천안·서대전을 비롯해 31일 폐업한 아산센터 측은 업무차량을 지급하지 않았다.
천안센터 서비스기사 이 모 씨는 “동의서를 수정하라고 해도 회사가 받지 않았다”며 “업체 사장은 차량을 지급하지 않고 모조리 어느 주차장에 놔뒀다”고 전했다.
이 씨는 “조합원 수가 많은 센터는 노조의 힘으로 차별과 탄압을 막아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조합원 수가 적은 곳은 회사가 노동자 간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대전센터 서비스기사 A씨는 “협력업체와 노조는 단 한 명이라도 동의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업무차량 지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차별 지급은 잘못된 일이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비조합원에게만 업무차량을 지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협력업체는 노조가 동의하지 않아 업무차량을 지급하지 못한다고 맞섰다.
문제가 되는 동의서를 살펴보면, 전국 각 서비스센터는 7개 항목이 담긴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서비스기사에게 요구했고, 지회는 5번, 7번 2개 항목에 대해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회사가 요청하는 경우, 업무차량을 지정한 장소로 반납”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지회는 “퇴사나 장기휴직, 휴가 등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사정이 발생하거나 정기점검 등 차량의 유지보수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정이 발생하여 회사가 요청하는 경우, 업무차량을 지정한 장소로 반납”한다고 수정 요청했다.
또한 “동의서의 내용을 위반하여 업무차량 등의 원상회복에 필요한 비용과 손해에 책임을 지며, 본 동의서 내용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한 차량이용 제한, 징계, 법적 조치 등 어떠한 조치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요구한 것에 대해 지회는 “동의서의 내용을 위반하여 업무차량 등의 원상회복에 필요한 비용과 손해에 책임을 지겠다”고 맞섰다.
라두식 수석부지회장은 “회사는 보험사, 자동차회사와 계약하는 등 업무차량 지급에 대해 모두 준비해 놨다”면서 “앞서 차량지급에 대해 노사 합의까지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 협력업체가 똑같은 동의서를 제출한 것은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이 배후조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삼성은 노조와 빠른 시기에 임단협을 체결해 서비스 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노조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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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